군산 600살 팽나무,

옥서면 하제마을

천연기념물

될성부른 떡잎이

600해를 더하기까지

인고의 세월은

감히 짐작하기도 어려운데요,

생태적 가치와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기까지

지난한 관심으로

숱하게 들여다보지 않았다면

지금의

하제마을 팽나무는

대중의 관심 밖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하제마을로 가는 길

너른 들녘은

온통 철새 천국인데요,

화석처럼

한자리를 지켜내고 있는

노거수의 수행 같은

일상 속으로

들어가실 준비되셨나요?

​

하제마을 팽나무를

만나기 위해서는

‘군사지역’이라는

팻말이 적힌

울타리를

지나와야 합니다.

기지에서 문을 막으면

길이 막히는 구조여서

“기지가 확장되면

팽나무 오는 길이

막혀버릴까

그게 가장 걱정”

이라는

주민들의 생각이

기우가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보는데요,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으니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

라는 생각은

하제마을 팽나무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한결같이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

과거

배를 묶어두던 기둥인

계선주(繫船柱) 역할을 하며

조선 초기부터

마을 주민들의

안녕을 기원하던

하제마을 팽나무는

"개항기 마을에

항구가 생기고

기차가 들어서며

번성하던 모습부터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며 사라져 간

지금의 모습까지

모두 지켜보며

하제마을을

굳건히 지켜왔다는 점에서

뛰어난 역사적 가치를 지녔다”

는 것은

하제마을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누구든

인정할 수밖에 없는데요,

인적 없는 이곳으로

사람을 끌어당기게 하는 힘은

끝끝내 지켜내고 싶었던

무엇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

10월 31일 오후

고요했던

전북 군산 하제마을이

들썩였는데요,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팽나무 앞으로 모여서

잔칫집 분위기였답니다.

하제마을 팽나무가

국가 자연유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을

축하하는 자리여서

더할 나위 없이

벅차오르는 무엇이

울컥하게 하는

하제마을 팽나무는

지금부터

천년을 내다보는

혜안의 눈을 갖게 되는

하제마을

수호신이 돼줄 겁니다.

​

하제마을 팽나무의 나이는

537(±50) 살로 추정

(2020년 한국임업진흥원 측정)

되는데요,

과학적(생장추 측정)으로 측정한

팽나무 중

가장 오래됐다는 것만으로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높이는 20m,

가슴 높이 둘레도 7.5m 규모는

거대한 자연의 단편으로

한동안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헤아릴 수 없는

큰 나무로 기억될 겁니다.

​

파란 하늘

눈부시게 쏟아지는

가을 햇살을 따라서

묵묵히 써 내려간 시간은

단풍이 되어

맑은 수채화를 보는 듯한데요,

바람이 깃들고

뭇새가 깃들고

햇살이 들락날락 깃들고

은하수 같은

팽나무 한 그루가

숲이 되어

망중한을 이끄는

큰 어른 같은 나무로

기억될 것을 믿습니다.

​

하제마을 팽나무가 있는 곳은

군산시 옥서면 선연리

하제마을입니다.

신라시대 최치원이

공부했다는

자천대가 있었고

최치원을 신선으로 여겨

신선이 머문 곳이란 뜻인

선연(仙緣)이라는

지명을 썼는데요,

하제마을이 있는 곳은

100년 전만 해도

무의인도(無衣人島)라는

섬이었고

일제강점기

대대적인 간척 사업으로

섬이 육지가 되면서

1970년대

600여 가구

2천 명이 사는

풍요로운 마을이었습니다.

​

2천 년대 들어

미군부대가 들어서면서

탄약고로 인한

안전거리 문제로

마을 전체가

강제 이주되었고

결국 20여 년 만에

마을은

폐허가 되었다는데요,

현재도

마을과

600년을 함께하며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지켜주던

하제마을 팽나무만

덩그렇게

빈 마을을

지켜가고 있습니다.

​

위풍도 당당한

하제마을 팽나무가

바라보고 있는 곳은

동쪽 옥서면

너른 들녘입니다.

100년 전에는

하제마을 배들의

만선을 기원하며

정박할 때

밧줄을 매달았지만,

지금은 황금들녘을

고요히 바라만 보고 있는데요,

먼발치에서나마

풍년농사를

기원하는 것 같습니다.

천연기념물

하제마을 팽나무가

앞으로 변함없이

군산의 안녕과 번영을

지켜주기를

기원해 봅니다.

​

"군산 600살 팽나무,

옥서면 하제마을

천연기념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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