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논산시 강경읍으로 노을 사진을 촬영하러 갔습니다. 근대문화유산의 보고라고 불리는 강경은 금강을 따라 오가던 배들이 강경포구에 머물러 내륙으로 물자를 실어 나르던 곳이었습니다. 지금은 옛 강경포구의 자취를 찾아보기 힘들지만 강경 여행의 시작은 언제나 소소한 포구의 풍경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강경포구로부터 야트막한 강경산을 오르면 정상에 옥녀봉 표지석이 보입니다. 옥황상제의 딸 옥녀가 노닐러 내려왔다가 풍경에 반해 하늘로 올라갈 시간을 놓쳤다는 전설이 깃든 곳인데요. 옥녀봉에서 바라보는 금강의 풍경은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을 정도로 아름다움을 자랑합니다.

옥녀봉에 오르니 벌써 해가 저뭅니다. 그동안 옥녀봉의 노을 사진을 촬영할 때마다 금강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에 초점을 맞췄는데요. 오늘은 옥녀봉의 느티나무와 봉수대를 전경으로 촬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옥녀봉에 설치된 '노을'이라는 글자도 잊지 않고 촬영했습니다. 분명 옥녀봉의 주인공은 노을과 금강이지만 주변의 사물을 포함시켜 촬영하는 것도 색다른 결과물을 가져다주기 때문입니다. 금강 상류 쪽으로 해거름을 하는 시기라서 글자 조형물과 노을이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노을이 지고 옥녀봉을 내려서려는데 한걸음 뒤늦게 찾은 연인이 있었습니다. 남자는 멋진 노을을 여자에게 보여주지 못해 아쉬워하고, 여자는 그런 남자의 마음에 감동을 받은 듯 다정히 팔짱을 끼더군요.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강경의 노을은 부여의 성흥산 사랑나무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옥녀봉체육공원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잠시 망설였습니다. 해가 저물었기 때문에 야경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경관조명이 켜진 곳을 찾아야 하는데요. 늘 주간에만 옥녀봉을 찾았기 때문에 경관조명이 설치된 곳에 대한 정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박범신 작가의 소설 <소금>에 나오는 소금집, 구)강경침례교회 최초 예배지, 강경산소금문학관을 코스로 둘러보았습니다.

다행히 소금집에는 경관조명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소설 <소금> 속의 주인공 선명우가 가출해 머물던 소금집에는 '선기철소금'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신기철소금으로 잘못 소개된 글을 읽을 때마다 소설을 안 읽었구나! 생각했는데요. 선기철은 선명우의 아버지, 그러니까 아버지를 찾아 강경에 온 딸 시우의 할아버지 이름이랍니다.

소금집을 둘러본 후 구)강경침례교회 최초 예배지를 찾았습니다. 1896년 파울링(E.C. Pauling) 선교사가 강경에 도착해서 첫 예배를 드린 곳입니다. 선교사 일행을 맞아 자신의 집을 예배 장소로 내준 성도 지병석 씨의 신앙심이 느껴지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경관조명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서 어둠이 깃든 집의 내부는 촬영하지 못했습니다.

구)강경침례교회 최초 예배지가 아쉬움이었다면 강경산소금문학관의 야경은 정말 멋졌습니다. 마치 집어등을 환하게 켠 어선처럼 강경산소금문학관은 문학이라는 물고기를 잡기 위해 출항한 모습 같았습니다.

관람 시간이 끝나서 2층 야외 테라스 <소소한 풍경>으로 발걸음을 향했습니다. 강경이라고 쓰인 사각 프레임을 통해 보이는 강경포구와 노을에 물든 금강의 모습이 아름다웠는데요. 주간이 아니라 야간에 찾아도 강경산소금문학관은 좋은 것 같습니다.

매직 아워의 시간이 지나서 더는 사진을 촬영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음 날 다시 강경을 찾았습니다. 강경구락부와 근대문화거리를 촬영해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강경역사관으로 이용되고 있는 구) 한일은행 강경지점 건물은 외벽에 조명 띠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오래된 듯 불이 켜지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조명 띠를 철거하고 외관을 비추는 경관조명을 설치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강경역사관 뒤편에 강경구락부가 있습니다. 구락부는 클럽의 일본식 음역어인데요. 나이가 조금 있으신 분들은 헬스클럽을 체육구락부라고 부르던 시절을 떠올리며 강경구락부가 어떤 공간인지 추측 가능할 겁니다. 강경의 문화공간인 강경구락부는 영화세트장처럼 카페, 호텔, 음식점 등이 갖춰져 있어서 사진 촬영지로 추천하고 싶은 곳이기도 합니다.

강경구락부를 촬영하고 집으로 가는데 구)연수당 건재약방을 비추는 불빛이 환합니다. 대한민국 국가등록문화유산로 지정되어 있는데요. 그동안 빈 건물로 남아 있어서 아쉬움이 컸습니다. 그런데 2024 생생국가유산 "옛 강경포구의 영광을 재현하다" 프로그램을 11월까지 개최한다고 하니 반가움이 큽니다.

구) 연수당 건재약방 옆에는 일제강점기 최초로 신사참배를 거부한 신도들을 기념하는 비석이 있습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사진을 촬영해 보았는데요. 강경에는 사진에 담아내지 못한 역사적인 장소와 건물이 정말 많습니다. 기회가 되면 여러분께 꼭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서포터즈 장수현]

강경 옥녀봉: 충청남도 논산시 강경읍 복옥리

강경산소금문학관: 충청남도 논산시 강경읍 강경포구길 38

강경역사관(강경구락부): 충청남도 논산시 강경읍 계백로167번길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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