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서대문]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글을 만나보다
2024년 10월 10일, 우리나라 소설가인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뉴스를 통하여 수상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요.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은 가뭄 속의 단비처럼 반갑고 마음이 들뜨기까지 했습니다.
한강 작가가 처음, 시로 등단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1993년에 시로,
1994년에는 서울신문에 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했습니다.
시를 쓰는 소설가이기 때문일까요?
한강 작가의 소설은 매우 유려하고 아름다운 문장이 많지요.
평소 책을 함께 읽는 친구들과 전화를 하면서 노벨문학상 수상을 서로 기뻐했답니다.
특히 얼마 전에 소설 <소년이 온다>를 읽었기에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이 소설은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를 살아낸 사람들의 슬프고 아픈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인간의 내면에 담긴 깊은 슬픔과 그 사건 이후 살아가고 있는 그들의 삶을 재조명하고 있지요.
인간의 존엄과 아픔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수많은 상처와 마주할 수 없는,
혹은 마주하기 힘든 삶의 진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가슴 아픈 역사의 비극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용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한강 작가의 아름다운 문체는,
비극적인 이야기임에도 나도 모르게 지난 시간을 더욱 세밀하게 들여다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은 전 세계에 우리나라의 문학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 몇몇 나라에서는 한강 작가의 소설을 연극으로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합니다.
<소년이 온다> 외에도 <채식주의자>도 읽어 보았습니다.
주인공인 영혜는 어느 날 갑자기 채식주의자가 됩니다.
방관자인 남편 외에는 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영혜는 살아갈 의욕을 놓았고
육식을 거부하는 것으로 자신을 표현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하여 ‘한 인간에게 가해지는 주변인들의 다양한 폭력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한강의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는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인간의 적나라한 모습들과 마주하게 됩니다.
삶의 상처와 만나고 슬픔과 만나며 때로는 그 상처와 슬픔을 인정하고,
때로는 반성하면서 앞으로의 시간을 살아갈 힘을 얻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한강 작가의 소설을 접해본 분들이 많지요.
오늘은 작가의 시를 한 편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괜찮아
한강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사진, 글 : 서대문구 블로그 서포터즈 '유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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