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시간 전
[대구 달서구] 1995년 4월 28일을 기억하며, 상인동 가스폭발 사고 위령탑을 찾아봅니다.
안녕하세요,
달서구 이웃여러분~
매년 4월 28일이면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집니다.
바로 1995년 대구 상인동 지하철 공사장
가스 폭발 사고가 일어난 날이기 때문이에요.
그날 100명이 넘는 이름이 하늘로 올랐고,
대구 시민들의 삶에도 깊은 상처가 남았어요.
올해는 그들을 기억하기 위해, 그리고 잊지 않기 위해
달서구 월성동 학산공원에 있는
'상인동 가스폭발 사고 희생자 위령탑’을 찾았어요.
위령탑 가는 길의 주차장입니다. 그 순간 시야에 가득 들어온 것은, 봄을 알리는 벚꽃들이 소리 없이 피어오른 풍경이었습니다.
가지마다 연분홍 꽃송이가 소복하게 내려앉아
잠시 마음의 무게를 덜어주듯 다정하게 흔들리고 있었어요.
비극의 기억을 품은 장소도 이렇게 따스한 봄의 품에
안길 수 있다는 것이 묘하게 위로가 됩니다.
공원 초입의 안내문입니다.
이 곳은 재난이 반복되지 않기를 기원하는 교육의 장이라는 문구가 눈에 띕니다.
그 때의 사고로 인해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이들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안전의 가치를 새기기 위한 공간임을 알려줍니다.
1995년 4월 28일
금요일 아침 7시 52분. 등굣길과 출근길
여느 때와 다를 것 없던 상인동 도심 한복판.
대구 지하철 1호선 공사가 한창인 그곳에서, 도로를 덮고 있던 복공판 아래로 가스가 흘러들고 있었어요.
그 당시 대구백화점 상인점 신축을 위한 지반 공사 중 천공작업이 진행되고 있었고,
8cm의 크기로 지름 100mm 도시가스 중압관이 뚫리는 사고가 발생했어요.
가스는 하수관을 통해 지하철 공사장으로 퍼졌고, 순간 알 수 없는 원인으로 폭발이 일어난 것이죠.
그 날, 사망자 101명과 부상자 202명. 총 3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그 중 특히 43명은 갓 중학교에 입학한 영남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었다고 합니다.
평소 자주 지나는 상인네거리의 익숙한 공간이 참사의 현장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니,
이 거리의 공기가 조금은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이 폭발로 인해 공사 자재, 차량, 시민들이 건물 3~4층 높이까지 공중으로 날아오르고 무너졌습니다.
그로 인해 사망자 101명, 부상자 202명이라는 비극적인 희생자들이 발생했었어요.
그리고 그들을 위한 위령탑이 바로 학산공원(옛 본리공원)에 자리해 있어요.
위령탑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두 개의 청동상.
그리고 건립기와 '사월 아침에'란 시였어요.
“당신들을 구하고 싶었어요.”, “우리가 기억하고 있어요."란 의미를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어요.
위령탑 앞에 다다랐을 때, 그 곳에는 조용히 고개를 숙여 두 손을 모은 한 시민의 모습이 있었어요.
누구의 가족이었을지, 혹은 이곳을 우연히 찾은 이였는지는 모르지만
그 분의 기도하는 모습에서는 깊은 애도와 함께,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 느껴집니다.
묵묵히 기도하는 모습은 말보다 더 큰 위로였고,
이 위령탑이 그 당시를 기억하는 공간을 넘어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들의 마음을 이어주는 곳임을 알 수 있어요.
위령탑의 뒤편에는 잔디밭 위에 검은 비석 하나가 놓여있습니다.
그 위에는 1995년 4월 28일, 상인동 가스폭발 사고로 희생된 101명의 이름이 가나다순으로 조용히 새겨져 있었어요.
그 이름 중에는 갓 중학교에 입학한 13살의 아이들도 있었고,
통학길에 오르던 학생, 출근 중이던 시민, 지나가던 행인도 있었을 겁니다.
누군가의 가족이었고, 친구였고, 이웃이었을 그들의 이름은 이 공간 안에서만큼은 잊히지 않고 영원히 기억되고 있어요.
위령탑 왼편에는 짙은 벽면 위에 또렷하게 새겨진 두 개의 글이 있습니다.
하나는 ‘진혼사’, 다른 하나는 ‘사건경위’입니다.
특히 ‘진혼사’에는 차마 다 전하지 못한 유족들의 마음, 잊지 않겠다는 시민의 다짐,
그리고 먼 길 떠난 영령들에게 바치는 마지막 인사가 담겨 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고 무겁게 합니다.
이 벽은 지나온 과거의 책임을 되새기고, 앞으로의 교훈을 각인시키는 공간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그 앞에 서자 발걸음이 절로 느려졌고, 마음도 가라앉았어요.
29년 전의 참사, 그 날의 희생자 101명의 이름이 바람결에 속삭이는 듯합니다.
"잊지 말아주세요." 우리 모두가 오늘의 평범한 하루를 감사히 여기며,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안전과 생명의 가치를 마음에 새겨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다가올 4월 28일, 학산공원 위령탑에서 조용한 추도식이 있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 날을 기억하며 위령탑을 찾아 보시는건 어떨까요?
그 날의 봄, 우리는 당신들을 기억합니다.
사진 및 원고제공
-제8기 희망달서 SNS기자단 정대호기자
- #대구시
- #달서구
- #희망달서
- #상인동가스폭발
- #학산공원
- #위령탑
- #1995년4월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