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바다로 세계로 축제에 거제로가 떴다 / 블루플로깅

거제 바다로 세계로 축제에 거제로가 떴다!

거제 환경 동아리 아낄거제의 시초가 되어준 1세대 환경 동아리이자 가장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거제로(Gozero)가 거제 세계로 바다로 축제에서 블루 플로깅 이벤트를 개최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온라인 사전 접수와 현장 접수 두가지로 이루어진다는 소식에 발빠르게 사전 접수를 하고, 남편과 큰 아이를 대동하고 나섰습니다. 주차장이 혼잡할 것으로 예상되어, 이웃과 함께 카풀하여 정시에 도착하니 한창 O.X 퀴즈가 준비중이었어요. 블루 플로깅 행사는 지세포항 일원에서 시작하여, 환경 상식으로 이루어진 O.X퀴즈 대회를 시작으로 일대를 플로깅하면서 쓰레기를 모아오고, 그 쓰레기를 활용해서 만드는 정크아트 대회로 이루어져 있었습니

다.

스테이지에 올라간 사회자분의 리딩 하에 행사가 시작되었는데, 역시 바다로 세계로 축제답게 다민족이 모여 함께 행사를 참여하는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그 중에서 서울에서 온 외국인 그룹 팀도 있었는데 O.X퀴즈 대회의 우승도 외국분이 차지했어요 ㅋㅋ 한국어로 진행되었는데도 잘하시더라고요.

퀴즈 장면은 저도 함께한 남편도 열심히 참여하느라 남기지 못했네요. 하지만 많은 분들이 어려운 문제들을 척척 맞춰주셔서 거제시민들의 환경 상식이 정말 뛰어나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아쉽게도 저는 마지막 문제에서 탈락했습니다. 그래도 더 많은 환경 상식을 배울 수 있어서 무척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날씨가 덥고, 습도가 높은데도 참가자분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어요.

플로깅 행사 한번에 버려지는 쓰레기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가 돋보였던 블루플로깅행사에 는 쓰레기 집게와 장갑이 개인 준비물에 들어있었습니다. 저도 평소에 제가 줍깅할때 쓰는 집게와 텃밭에서 사용하는 장갑을 끼고 참여했습니다. 큰 아이도 쓰레기 줍기에 참여했는데, 종종 저랑 지세포 인근을 주웠던 경험이 있어서, 아주 능숙하게 쓰레기들을 찾아내서 봉투를 가득 채웠어요.

저 뿐만 아니라. 다른 팀도 가족 단위로 참여한 분들이 많아서 참 보기 좋았습니다. 플로깅은 거리의 쓰레기를 모으는 행위라 사실 진정한 제로웨이스트나 탄소를 줄이는데 큰 영향을 주진 못하지만, 그래도 해양으로 쓸려나가는 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고, 일상 속에서 방치되고 있는 쓰레기들을 눈으로 보면서 경각심을 느낄 수 있는데 걸으면서 운동도 되니 아주 좋습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론 저소비와 공유 경제로 가야지만 진짜 기후 위기를 대처할 수 있

겠죠?

행사장 좌우로, 다양한 지역 상점의 홍보와 푸드트럭도 있었는데, 맛있는 것들이 많아보였어요. 푸드 트럭 이용시에 텀블러와 용기를 준비하면 쓰레기 없는 맛있는 축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이제는 완전히 시들어버리고 있는 수국도 여전히 제 눈엔 종려나무와 어우러져 참 예뻤습니다. 한참 장마가 지나갈 때라. 비가 올까 걱정했는데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도 보였어요.

여기까지는 주로 담배 꽁초와 담배각 쓰레기가 제일 많았습니다. O.X퀴즈에서 물티슈는 플라스틱이다. 문제도 있었는데 담배꽁초도 플라스틱이라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거리의 다른 쓰레기보다 줍기도 까다롭고, 손으로 잡기엔 독성 물질이 많아서 꼭 집게를 이용해야하는 이 작은 쓰레기는, 우수관을 막아서 홍수를 유발하기도 하고, 바다로 흘러가서 미세 플라스틱의 주 원인이 되기도 하는 골치거리예요. 다른 쓰레기들은 바닥에 쉽게 버리지 않는 사람들도, 담배꽁초는 유독 바닥에 쉽게 버리는 것 같아 참 씁쓸합니다. 이 참에 몸에도 나쁘고, 환경에도 좋지 않은 담배 모두 함께 금연하는 그 날이 오길 한번 더 기원해봅니다.

보물찾기 하듯이 쓰레기를 주웠던 처음이었지만 역시 바다로 내려가니 입다 버린 팬티부터 깨진 사기그릇과 녹슬어버린 캔을 비롯한 유물같은 쓰레기가 잔뜩 나왔어요, 봉투가 가득 차서 그만 대회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주차칸 하나마다 번호를 붙여서 캔버스로 이용하는 아이디어 너무 멋지죠? 정크아트는 선착순으로 소수만 참여할 수 있었어서, 다른 분들이 주운 쓰레기도 일부 가져와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더운 여름날 쓰레기를 줍고 난 이후, 거제로에서 준비해주신 도돌이컵을 이용해서 시원한 아이스티를 마실 수 있었어요. 평소 텀블러를 깜빡 잊고 갖고 나오지 못하면 종이컵을 쓰기 싫어서 아무리 목이 말라도 물을 마시지 않는데, 이렇게 다회용 컵을 준비해주신 주최측의 배려에 정말 감사한 마음을 느꼈습니다. 다음엔 꼭 텀블러 잘 챙겨서 나오겠습니다. 블루 플로깅의 참가상으로는 대나무 칫솔과 천연 압축 스펀지, 그리고 설거지 비누를 받았습니다. 모두 집에서 잘 사용할 수 있는 물품들로 구성되어있어서 아주 감사하고 유익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게 제가 만든 정크아트입니다. 일상 속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이용해서 만드는 예술활동으로, 바다에서 주워온 농약통을 비롯해 입다 버린 팬티와 무수히 많은 플라스틱 조각과 담배각과 꽁초들로 만들었습니다. 그 중에서 알록달록 예쁜 사기조각들을 보며 대게의 등껍질을 꾸며야겠다는 마음을 먹었고, 주워온 사각팬티와 녹슨 금속 케이스를 주축으로 쓰레기 더비에서 걷고 있는 쓰레기 대게를 만들었습니다.

작품명은 오늘 식탁에 오른 게가 먹은 것들. 우리가 바다로 보낸 쓰레기들은 플랑크톤의. 작은 게와 물고기, 조개의 먹이가 되어 결국 우리의 식탁으로 되돌아오지요. 2050년이 되면 바다에 살아있는 생물보다 플라스틱디 더 많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20년생인 제 딸이 겨우 서른살이 되었을 때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하니 너무나 끔찍합니다. 우리 모두 이젠 이런 소비 행태를 바꿔야 할 순간입니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작품을 다 만들고 제출하였는데, 4번 외국인팀의 참가자들은 여전히 바쁜 모습이었습니다. 정말 열심히 참여하셨는데, 입체적인 작품이라 뭘 만드시는건지 궁금했어요. 그리고 대망의 결과는...!

부끄럽게도 제가 바다상을 받았고, 학생 참가자들이 만들었는데 눈에 확 띄고 사랑스러웠던 돌연변이 고슴도치와 돌고래의 말 : 나를 도와줘! 작품이 세계상을 받았습니다.

대망의 10만원의 제로웨이스트 용품이 담긴 선물을 받은 팀은 외국인팀의 한강의 모습이었습니다. 각각의 브랜드가 적힌 높은 병들이 서울의 빌딩 숲을 형상화하고, 작은 나무들은 서울숲을 형상화한다고 하셨는데. 다시보니 정말 그물망 쓰레기가 한강의 모습처럼 보이는게 참 멋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캔버스를 입체적으로 사려서 작업한 작품이 멋지면서도, 세계인들에게 보인 서울의 모습이 이런 것인가 하는 씁쓸함도 들었습니다. 거제시의 쓰레기봉투는 서울을 감싸고 있는 산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합니다.

수상하신 모든분들 축하드립니다.

블루플로깅 전리품 및 후기

더운 날씨만큼 뜨거운 열정으로 행사를 준비해주신 거제로의 환경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는 행사였습니다. 거제를 대표하는 바다로 세계로 축제에서도 이렇게 멋진 행사를 마련해준 거제시와 거제로 모두 자랑스러웠습니다. 플로깅한 쓰레기는 거제로 회원분들이 다시 분리배출하여 정리하신다는 말에 또 송구함과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상품을 받아서 의기양양하게 전리품을 열어보니 평소 사보고 싶었지만 정말 내게 필요한가 고민하면서 구입하지 못했던 물품들이 가득한 꾸러미를 보자 감동과 감사의 마음이 들었습니다. 물품을 하나하나 신중히 골랐을 주최측의 마음이 보였어요. 이미 사용하고 있는 물품들도 여러개 있어서 주변에 제로웨이스트에 관심이 있을 분들께 나눔하면서 한번 친환경적인 삶에 더 다가설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거제의 산과 바다에 매료되어 이곳에 정착한지 3년. 이 아름다운 바다를 지키기 위한 시민들과 방문객들의 관심과 사랑이 절실한 요즘입니다. 내년 세계로 바다로 축제에서도 거제로의 블루 플로깅을 또 만나볼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