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말보다 몸짓이

평소에 국악공연을 자주 보러 다니시나요?

부끄럽게도 저는 국악에 문외한입니다. 대학생 때 처음으로 과제 때문에 국악 무용을 관람한 일이 있었는데요,

이번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에서 진행하는 목요 상설 가무악 '봄날 우리춤 속으로' 관람으로 10년 만에 국악 공연을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보고 느낀 국악, 여러분께도 함께 소개해 드립니다.

공연장은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 홀에서 진행되었습니다.

4월 11일부터 6월 13일까지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30분에 진행되는 목요 상설 가무악은 무료 공연으로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주중에 진행되는 공연인 만큼 학교나 직장의 퇴근 이후 편히 보러 갈 수 있도록 저녁에 진행되는 점이 좋았습니다.

명인홀로 가는 길에 가무악 관련 포스터들도 있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목요 상설 가무악은 창극단, 관현악단, 무용단으로 구분되어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같은 공연이 여러 번 있는 것이 아닌, 매주 다른 공연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다양한 공연을 관람할 폭이 넓어집니다.

어느새 명인홀 앞에는 사람들이 점점 모여들었습니다.

국악에 이렇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니, 역시 재밌는 건 온 세상 사람들이 저 빼고 모두 즐기고 있었나 봅니다.

티켓을 배부 받는 곳에서 저는 블로그를 위한 사진 때문에, 사전에 취재 말씀을 드렸습니다.

티켓은 현장성과 사전 예약석으로 나누어져서 배부하고 있었으며 두 곳 모두 표시가 확실하게 되어 있어서 한눈에 찾기 쉬웠습니다.

그런데 티켓을 받는 바로 옆에 “공연 여권”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공연 여권이 대체 뭐냐고 물으니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의 공연을 여러 회차 관람하게 되면 기념품을 주는 이벤트였습니다.

공연을 많이 볼수록 기념품을 주다니! 저도 그 자리에서 당장 공연 여권을 만들었습니다.

가입은 생각보다 쉬워서 수기로 이름, 핸드폰 번호, 주소만 적으면 바로 발급할 수 있었습니다.

재밌는 건 공연 여권 속지가 빈속지가 아닌, 각 공연이 페이지가 적혀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이번 목요 상설 공연도 여러 장 있었는데, 목요 상설 공연 같은 경우에는 전부 무료 관람이기 때문에 무료로 여러 번 관람하면 기념품을 받을 수 있다는 소리였습니다.

커다랗게 잘 보이는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의 도장을 꾹 받고 나서 조심스럽게 저의 SNS에 올릴 공연 여권 인증사진도 찍어봤습니다.

공연 여권 하나로 꾸준하게 문화생활을 즐기는 사람이 된 것 같아서 뭔가 뿌듯한 느낌이 들면서,

도장을 꽉 채우고 싶다는 저의 수집 욕구가 불탔습니다.

그리고 공연 시간이 시작될 때쯤에 공연장에 들어갔습니다. 이 공연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사진입니다.

사진은 허용되지 않으며, 음식물도 반입 금지입니다. 또한 연령제한이 있으니 미리 꼭 확인해 보시고 가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목요상설 가무악 포스터

제가 관람한 날은 앞서 말한 창극단, 관현악단, 무용단의 공연 중 무용단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제가 10년 전 처음 관람한 국악 공연도 무용극이어서 더더욱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는 평소에 영화를 봐도 주로 ‘서사’에 집중하며, 언어적인 표현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10년 전도, 이번에도, 이 무용극들을 보며 새로운 즐거움을 찾을 수 있어 기뻤습니다.

첫 번째 공연, 춘앵무

첫 번째 공연은 "춘앵무"로 시작되었는데, 버드나무 가지 사이에서 지저귀는 꾀꼬리 모습을 보고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궁중무용이기 때문에 매우 화려한 옷을 입고, 정말 거의 움직이지 않은 채 절제된 자리에서 주로 손과 몸짓으로 움직임을 만들어냅니다.

두 번째 공연, 부채산조

두 번째 공연은 “부채산조”로, 커다란 부채를 마치 제 몸처럼 이리저리 접었다가 피며 추는 무용입니다.

대중적으로 가장 친숙한 형식의 한국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넓은 무대 동선을 이용하여 제 생각보다 훨씬 역동적인 춤을 추는 것이 아름다웠습니다.

세 번째 공연, 진쇠춤

세 번째 공연은 “진쇠춤”으로, 꽹과리를 들고 추는 춤입니다. 한국인이라면 대부분 빠른 박자의 음악에 마음이 움직이는 분들이 계실 텐데요, 그게 바로 저였습니다.

꽹과리의 술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신명 나게 공연장을 울리는 소리에 슬슬 저도 이 무대에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네 번째 공연, 풍류장고

네 번째 공연은 “풍류장고”였습니다. 아니 이름부터가 ‘풍류’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얼마나 멋있을지 기대되었는데,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도록 무용과 장고의 강약 조절이 일품인 춤이었습니다.

객석에서도 연신 “잘한다!” 소리가 나오기 일쑤였으며, 공연자의 의상을 보는 재미도 톡톡 갖춘 한국무용이었습니다.

다섯 번째 공연, 태평무

다섯 번째 공연은 달아오르던 공연의 열기를 한 줌 식혀줄 “태평무”였습니다. 이전 공연 ‘춘앵무’처럼 다른 공연에 비해서 훨씬 정적인 공연이었는데요, 나라의 평안과 태평성대를 기리기 위해 추던 춤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우아한 기류가 흐르며 숨을 참고 볼 정도로 조심스럽게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여섯 번재 공연, 사랑가

여섯 번째 공연은 그 유명한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의 춘향전 “사랑가”였습니다. 제가 본 것은 창극이 아닌 무용이었지만, 마치 뮤지컬처럼 이야기에 따라 둘의 사랑이 진행되는 과정을 짧게 엿볼 수 있어서 관객들의 호응도가 매우 좋았습니다.

마지막에 두 배우가 입맞춤하는 무용에선 어느 관객이 “안돼~!”라고 탄식을 내뱉으셔서 모두가 웃었습니다.

마지막 공연, 동이 놀이

어느덧 마지막 공연이 다가왔는데, 소고를 이용한 “동이 놀이”라는 공연이었습니다. 우선 “채상소고춤”을 추는 무용단원이 상모돌리기를 하며 무대를 빙빙 도는데, 그걸 보자마자 ‘아, 왜 외국인들이 상모돌리기를 좋아하는지 알겠다.’ 하며 바로 이해가 됐습니다.

“소고춤”에서는 여성 무용단원들의 춤이었는데, “동이 놀이”의 ‘동이’가 물동이를 지고 가는 모습에서 착안한 춤이라고 합니다. 소고는 초등학생 때 학교에서 잠깐 사용하는 악기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 작은 소고에서 이렇게 깊은 감명을 끌어낼 줄은 몰랐습니다.

이렇게 제 인생의 두 번째 한국무용을 전북도립국악원의 공연으로 보게 되어 기뻤습니다.

각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중간마다 사회를 봐주시는 분께서 이 춤의 유례와 봐야 하는 포인트들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아무래도 한국무용을 접할 기회가 많이 없던 터라, 그런 정보들을 미리 알려주시는 것이 매우 기꺼웠습니다.

이번 공연을 보고 난 뒤, 저의 10년 전 과제를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그 글의 말미 부분에 제가 이렇게 적은 부분이 눈에 보였습니다.

앞서 나는 '말'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난 미술관에 가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생각해 보면 내가 미술관에 가서 '아무 말하지 않는' 그림을 보며 여러 생각하는 것과 무용공연은 동일했다. 내가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괜히 겁낼 필요가 없던 것이다.

나는 공연을 보며 충분히 즐겼고, 다음에도 보러 갈 가치가 있겠다고 생각한 것에 만족한다. 관객과 함께하는 태도도, 서양의 발레와 견줄만한 무용도,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옷과 소품도, 여느 글 못지않은 섬세한 캐릭터들의 설정과 배치도 모두 말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때로는, 말보다 몸짓이 더 강렬하게 마음에 남는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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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최유정 기자

사진 제공 =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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