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면천 '대숲 바람길'의 설경

한동안 온난화 현상으로 겨울에도 눈 구경하기가 어려웠는데요 올해는 이렇게 폭설이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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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많이 내리는 날 방문하고 싶은 곳이 있습니다.

제가 여름에 몇 번 산책하면서 꼭 함박눈이 내리는 겨울에 다시 오리라 마음먹었던 곳이 바로 면천 읍성 안에 있는 '대숲 바람길'이었어요.

대나무 숲에 가려면 군자정 옆길을 지나쳐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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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정( 당진 시 향토 유적)은 고려 공민왕 때 지군사 곽충룡이 읍성 객사 옆에 만든 연못인데 1803(계해년)에 신축하였다고 해요.

면천 군수 유한재가 보수하면서 못 가운데 둥글게 섬을 만들어 그 위에 팔각의 정자를 짓고 못에 연꽃과 물고기를 넣었다는 기록이 있어요.

그 뒤 다시 허물어져 주춧돌만 남았는데 면천 복씨 종친 회장 복진구가 원래의 주춧돌을 둔 채 규모를 축소 육모정을 짓고 1994년 당진군에서 육모정을 헐고 팔모정으로 다시 지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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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쌓인 군자정도 멋있지만 벚꽃 피는 사월에는 연못 안이 벚꽃으로 뒤덮여 핑크 연못으로 변하는데 분위기가 환상적입니다.

저기 보이는 화장실을 지나 좀 더 걸어야 대숲이 보이는데 쌓인 눈이 푹푹 발목까지 꺼져 걷기가 힘들었어요.

어렸을 때 눈사람도 만들고 발자국으로 눈 꽃도 만들며 놀던 생각에 동심으로 돌아가 꽃 한 송이를 바닥에 그려 봤어요.

대숲을 알리는 팻말이 보이네요. 갑자기 바람까지 합세 해 눈발이 정면으로 부딪혀 발걸음이 더디지만 겨울 감성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선물이라 위안하며 걸음을 옮겼어요.

하늘과 땅 모든 경계가 희뿌옇게 흐려지고 길목도 사라져 마치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 어디론가 떠밀려간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아. 이제 대숲이 보이네요.

낮은 돌담이 나란히 줄지어 정겹게 거닐던 길목이었는데 깊은 겨울에 찾아와 보니 경계선은 사라지고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겨울은 겨울만의 정취가 있습니다.

입구에 놓인 빨간 인증 도장 통이 하얀 눈과 대비되어 산뜻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한쪽에는 대숲과 어울리는 나무 창살 문이 세워져 있습니다.

둥그런 팻말이 걸려있어 가까이 다가가 읽어보니 잘 아는 시가 쓰여져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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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면천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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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행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면천이 작은 시골 마을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기자기하고 정겨운 곳이 많아 다시 찾게 되는 장소지요.

대나무가 밀집되어 있는 한쪽에 벤치가 놓여있는데요. 사실은 저 벤치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고 설경을 감상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눈이 너무 쌓여 벤치에 앉을 수 가 없었어요. 현실이 감성을 이길 때가 있어 아쉽지만, 잠깐 동안 만이라도 그 자리에 서서 차갑고 시린 공기를 폐부 깊숙이 들여 마셧습니다.

바람이 부는 대로 몸을 맡긴 채 한쪽으로 방향을 기울인 대나무 모습입니다.

대나무의 속성이 꼿꼿함인데 부러지거나 꺾이지 않으려고 한쪽으로 비스듬히 휘어진 모습에서 유연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웁니다.

나무 벤치 위에 감성 글귀가 마음에 다가옵니다.

글귀처럼 소중한 사람과 이곳을 거닐면 추억 한 조각이 생겨날 것 같습니다.

눈을 모아 예쁜 눈사람을 만들려는데 눈이 뭉쳐지지 않고 자꾸 부셔져 대충 만들어 벤치에 앉혔습니다.

갑자기 하늘에서 폭포처럼 쏟아지는 눈이 멋있지 않나요?

같이 동행해 준 남편이 사진 찍으라면서 대나무 가지를 흔들어 주었어요.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걷고 싶었는데 누군가 바지런히 다녀간 발자국이 보입니다.

언덕 길이 가파른 편이라 양옆의 밧줄을 잡고 올라가야 하는데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해야 해요.

대숲을 내려가는 길은 대나무와 잡목림으로 우거져있어요.

출구이기도 하고 입구이기도 한 길목 끝에 도로가 보이네요.

여기서 시작하면 반대편 (군자정 있는 곳)이 출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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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 바람길은 사시사철 산책하기에 좋은 길입니다.

여름 대숲이 짙은 청량감을 뿜는다면 겨울 대숲은 깊고 고요한 맛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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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천읍성 대숲 바람길

충남 당진시 면천면 성상리 782- 14

*취재일: 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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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 단지님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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