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을 연계한 걷기 좋은 골목길 '스토리가 흐르는 정려의 길'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는 남녀 주인공이 처음으로 '건축학 개론' 수업을 듣는 순간입니다. 교수는 칠판에 서울 지도를 붙여놓고 학생들에게 한 명씩 나와 집에서 학교까지 오는 길을 따라 표시해 보라고 합니다.

만약 이 영화를 하나의 건축물로 비유한다면, 이를 구성하는 3가지 핵심 요소는 '시간의 흐름' '집(공간), '길과 골목'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전 대덕구의 '스토리가 흐르는 정려旌閭의 길'에도 '시간의 흐름', '집(공간)', '길과 골목'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 길은 송촌동에서 중리동, 법동으로 이어지는 6개 골목길(총길이 1.6km)입니다.

이 길 위에는 동춘당, 구허비, 송촌시장, 정려공원, 쌍청당, 쌍청공원, 청솔공원, 송애당, 효심공원, 법동시장, 석장승 등이 있습니다.

혹시 스토리가 흐르는 정려의 길이 어떤 길인지 직접 확인하고 싶다면, 볕 좋은 날에 이곳을 한 번 둘러보길 추천합니다. 이곳이 그냥 길이 아닌 이유는 동춘당, 구허비, 쌍청당, 송애당 등 충·효·예와 관련된 문화유산을 골목길과 연계해, 새롭게 만든 길이기 때문입니다.

길 위에서 만난 송애당(松崖堂). 송애당은 조선 효종 때 충청도 관찰사를 지낸 송애당 김경여(1597~1653) 선생이 병자호란 후 벼슬을 버리고 돌아와 1640년(인조 18)에 지은 별당입니다.

그의 호를 따라 송애당이라고 이름 지었다고 합니다. 길을 걸었을 뿐인데, 역사적 지식이 하나 더 늘어 괜스레 뿌듯합니다.

이곳을 걸을 만한 또 하나의 이유는 길 위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입니다. 오랜만에 이웃 주민과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서로의 근황을 이야기하며 정을 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 '건축한개론' 수업의 첫 과제처럼, 스토리가 흐르는 정려의 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봅니다.

카메라 렌즈 안으로 쌍청근린공원의 중앙광장, 알록달록한 놀이기구, 그리고 한적한 쉼터 정자 등이 자연스럽게 스며듭니다.

쌍청근린공원 외곽을 따라 천천히 걸어봅니다. 전통 문양이 그려진 담장이 보입니다. 그 옆에 서면 마치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계단을 오르는 길, 조용히 울려 퍼지는 새소리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게 합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선선한 바람, 고즈넉한 풍경이 어우러져 지금, 이 순간을 더 아름답게 기억하도록 만드는 듯합니다.

영화 '건축학개론' 첫 수업에서 교수는 학생들에게 묻습니다. '과연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에 대해 잘 알고 있을까요?' 이 질문에 바로 답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듭니다.

혹시 조금 망설여진다면, 일상 속 우리가 걷는 스토리가 흐르는 정려의 길에는 어떤 역사와 문화적 의미가 있는지. 볕 좋은 날 거닐며, 한 번 살펴보는 건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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