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유학의 뿌리를 찾아서 [강경 죽림서원, 임리정]

봄비가 내리고 나니 세상이 훨씬 선명해졌습니다. 신록이라는 말이 실감이 나는데요. 오랜만에 강경 나들이에 나섰습니다. 강경은 지금은 쇠락한 도시지만 과거에는 꽤나 부흥한 도시였습니다. 그래서 곳곳에 문화유산도 많습니다. 강경 여행은 근대문화유산, 초기 기독교 문화유산, 강경젓갈 등등 특색 있는 주제를 찾을 수 있는 곳입니다. 오늘은 기호유학의 거장인 사계 김장생 선생의 흔적을 보여주는 죽림서원과 임리정을 찾았습니다.

오랜만에 찾았더니 죽림서원 옆의 주차장이 새롭게 정비되었네요. 주차장 옆의 공원도 정갈하게 조성되었고, 산책로도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주차장 뒤로 보이는 오래되고 낡은 건물들은 이 지역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75호로 지정된 죽림서원은 1626년(인조 4년)에 세워진 사립 교육 기관입니다. 창건 때에는 지명을 따서 황산 서원이라 하였으며 1665년 사액이 되면서 죽림서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고종의 서원 철폐령 때 철폐되었다가 해방 후 1946년 지방 유림들에 의해 단소가 설치되고 사우를 복원했다고 전해집니다. 붉은색 홍살문을 지나 죽림서원의 외삼문에 이르면 힘 있는 필체의 죽림서원 현판과 그 위로 외삼문 현판인 유도문이 쓰여 있습니다.

죽림서원의 구조는 일반적인 서원과 마찬가지로 외삼문을 지나 유생들이 공부하는 강당인 동재와 기숙사였던 서재가 마주 보고 있습니다. 동재에는 헌장당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계단을 올라 내삼문을 들어서면 사당인 죽림사가 보이는데요. 사계 김장생의 스승인 율곡 이이, 우계 성혼과 함께 사계 김장생의 위패가 모셔져 있고, 추후 제자인 우암 송시열과 영남학파인 정암 조광조, 퇴계 이황이 함께 제향 되었습니다. 이렇게 여섯 분 모두 문묘에 배향된 유현이어서 '육현 서원'으로도 불립니다.

죽림서원 옆의 오르막길은 대나무가 무성합니다. 지저분한 대나무를 헤치고 소박한 돌계단을 만들어서 시원스럽습니다. 언덕을 오르는 길은 과거로 걸어 들어가는 듯합니다. 계단 위로 기와집 건물이 보입니다.

임리정 앞에는 '임리정수호사적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임리정의 사적은 임리정기 비문에 상세히 적혀 있는데요. 임리정을 보수한 것을 기념하여 1980년 종중에서 세웠다고 합니다.

문을 들어서니 소쇄한 건물한 채와 마당 가의 작은 건물이 하나 보입니다.

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67호로 지정된 임리정은 사계 김장생(1548~1631)이 1606년에 건립하여 후학들에게 강학하던 곳으로 원래는 황산정이었는데 시경의 '두려워하고 조심하기를 깊은 못에 임하는 것 같이 하며 엷은 얼음을 밟는 것같이 하라.'라는 구절을 따서 임리정으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임리정 앞의 작은 비각에는 임리정기비가 보존되어 있습니다. '임리정기'는 1875년 김상현의 기록인데요. 김장생의 강학처에 정자를 세우고, 서원을 창건하고 추배, 훼철되기까지의 일과 임리정기비를 세우기까지의 과정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주변에는 임리정 중수 및 개수 등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건물의 초석용 석재가 여러 개 흩어져 있습니다. 임리정 마당가에 서면 멀리 금강대교가 아스라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