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전해주는 칠곡 매원마을의 향기

촉촉한 봄비가 내려주어 짙었던 황사와

미세먼지가 그치는 공기가 맑은 날입니다.

소곤소곤 내리던 봄비가 이번 주에는

제법 많이 오네요.

황금 같은 주말을 비가 온다고 집에서만

보낼 수 없어 칠곡 매원마을로 빗줄기와

함께 찾아듭니다.

매원마을은 5월이면 능소화로 유명한 곳입니다.

왜관 IC에서 3분 정도를 더 달리면 매원마을을

만날 수 있습니다.

비가 오는 매원마을은 조용하고 고요합니다.

마을은 왜관읍에서 동쪽으로 4km 지점으로

풍수지리설의 매화낙지형이라 하여 주변의

많은 산으로 둘러싸인 매화꽃과

같은 형상이라고 합니다.

안동 하회마을, 경주 양동마을과 함께

조선시대 영남 3대 양반촌으로 알려져있는

매원마을은 번성기에는 400여 채의 가옥이

있었다고 하네요.

안타깝게도 6.25 전쟁으로 현재는 고택

60여 채만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1623년 광주 이씨 석단 이윤우가 신동 웃갓에서

매원으로 입촌하며 집성촌을 이루었다고 합니다.

마을 가운데 작은 저수지에는 팔각정자와

전망대가 있어 편안하게 자연을 감상할 수

있으며 화장실도 가까운 곳에 있네요.

초록 물이 뚝뚝 묻어나는 잎사귀를 지나

찰박찰박 흙길을 걸어갑니다.

이 비는 매원마을의 또 다른 생명을 일으켜

세우는 단비가 되어 줍니다.

칠곡 진주댁 앞 긴 의자에 기대어 만나는 시선은

오늘 봄비를 맞고 한껏 부풀어 오른

이 고운 봄날에 노랑 향기를 만들어 내는 꽃이네요.

흙담에 켜켜이 올린 기왓장 사이의

일정하지 않은 작은 구멍은 여유 있는

공간의 편안함을 안겨줍니다.

걸어가다 잔디가 예쁘게 깔린 눈에 띄는

고택 앞에 멈춥니다.

이곳은 칠곡 진주댁으로 전면의 농경지와

동정천, 못안들 안산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조건을 갖춘 곳이라고 합니다.

머무는 곳도 그림 같고 바라보는 곳도

그림 같은 고택입니다.

이름 모를 고운 꽃이 빗물에 젖어

힘없이 꽃잎을 늘어뜨린 모습이 안타까워

옷소매로 쓱쓱 닦아줍니다.

이 봄을 좀 더 빛내주기를 바래봅니다.

물기를 먹은 오래된 고택의 나무는 그 빛깔의

존재감을 나타내며 명도의 깊이를

더 넓게 만들어 흘낏 보면 누가 그린 그림이

아닌가 싶을 만큼 교과서적인 미술을 가르쳐 줍니다.

흙담 아래 자리 잡은 낮달맞이꽃은

낮에 나온 달을 반기며 한 송이 두 송이 피어납니다.

향기를 진하게 풍기던 라일락꽃을 빗방울이

간질이며 떨어뜨립니다.

지고 있는 꽃도 함께 뚝뚝 떨어집니다.

모내기를 준비하는 물을 댄 논에 집들의 반영이

선명하게 비치는 것이 흡사 운하를 닮아

보이지 않은 사진 끝에서 큰 배가 오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듭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시간보다 더 오래전부터

이곳을 지키던 슈퍼도 편리함을 찾는

이로 하여금 건너편 편의점의 기세에 밀립니다.

물을 건너 저 멀리 마을이 보이고 마을 뒤에는

저 멀리 구름을 잔뜩 이고 있는 산이 보입니다.

자연의 예술품인가요?

비가 내려 깨끗하게 씻긴 기와와 풀과 꽃들이

고운 봄날에 하얀 향기를 만들어 냅니다.

고택 문 앞에는 올 4월에 새로 태어난

노랑꽃 무리가 경쾌하게 문을 두드립니다.

문 안으로 고운 봄이 들어갑니다.

박곡종택은 원래 ㅁ자형 가옥이었으나,

6.25전쟁 당시 가옥이 대부분 불타고

1988년 일부를 복원했다고 합니다.

아무도 없는 오직 빗소리만 나는 이 고요를

깨면 안 될 것 같아 발소리를 죽이며 가까이

가본 고택의 정원은 이미 철쭉이

울긋불긋 잔치를 하고 있습니다.

햇볕이 좋은 기왓장 위에는 벌써 수국이

고개를 들고 피어납니다.

새하얀 수국이 눈이 부시게 아름답습니다.

광주 이씨의 문중의 글방인 서당의 흙담에는

정성을 들여 정돈한 듯 나무가 함초롬하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고택의 흙담길이 길옆으로 길게 이어집니다.

흙담은 파도를 치는 듯 굽이 굽으며 이어집니다.

고택 안 흙바닥에는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로

가득합니다.

불필요한 소리는 모두 음소거시키고 오직 빗방울 소리만 들리는 공간입니다.

조선 후기 유생 이동유를 추모하고자

후손들이 건립한 재실인 용산재에는

탐스런 수국과 그 옆에는 모과꽃이 만발합니다.

매원마을을 천천히 걸으며

대략 한 시간 가까이 둘러봅니다.

비 오는 주말, 갈때가 없다고 실망하지 말고

우리 전통의 멋을 느낄 수 있는

매원마을로 오셔서 빗물과 함께

발소리를 맞춰 걸어보세요.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내리는 봄비로 인해

자연의 향기를 몸속 깊이 품고 갈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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