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낭만을 걷는 시간 '동춘당 소대헌·호연재 고택'

겨울의 낭만을 걷는 시간 '동춘당 소대헌·호연재 고택'

눈발이 날리던 날, 대전에서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두 곳, 동춘당과 소대헌·호연재 고택을 찾았습니다. 겨울이라는 시간은 한 폭의 수묵화처럼 모든 풍경을 고요하게 덮어버리지만, 그 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역사의 흔적과 사람들의 따뜻한 모습이 있었습니다.

눈 내리는 공원에서 즐겁게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생동감 넘치는 한 장면이었습니다. 유치원 아이들이 손에 눈을 가득 쥐고 소리치며 즐거워하는 모습은 동춘당의 고즈넉한 풍경에 작은 활기를 더하고 있었습니다.

동춘당 역사공원을 걷다 문득 눈길을 끈 것은 초록빛 대나무 위에 소복이 내려앉은 눈이었습니다. 마치 자연이 겨울날의 화폭 위에 그린 한 점 그림 같아 촬영하였습니다.

그 옆으로 펼쳐진 한옥의 서정적인 풍경과 장독대 위에 수북이 쌓인 눈은 이곳이 단순한 역사적 장소를 넘어, 우리 조상들의 삶이 깃든 공간임을 느끼게 했습니다.

동춘당은 조선 후기 선비 '송준길'이 후학을 양성하며 학문에 힘썼던 공간입니다. 그가 남긴 학문과 사상은 동춘당의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도 은은히 살아 숨 쉬는 듯합니다.

소대헌·호연재 고택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이곳 역시 눈 속에서 더 빛나는 아름다운 공간이 펼쳐졌습니다.

고택 앞에서는 세 명의 어린아이가 눈싸움 놀이에 한창이었습니다. 고택의 옛 풍경과 눈 사이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현재와 과거가 함께 어우러지는 듯한 미소 짓게 만드는 장면이었습니다.

고택 안으로 들어서니 눈 내리는 풍경이 마치 한 폭의 동양화처럼 창문 너머로 펼쳐졌습니다.

'대나무 그림자 바람 따라 흔들리고 매화 향기는 달을 짝하여 들리도다'는 눈과 고택의 조화 속에서 더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시는 김호연재 시 중 한 구절로 매화향 가득한 봄을 노래한 것 같았습니다.

고택 뒤편에서는 별채와 장독대가 또 하나의 이야기를 속삭이는 듯했습니다.

소박하지만 정갈한 풍경이 이곳에서의 삶이 얼마나 자연과 하나였는지 느끼게 했습니다.

담장 너머로 이어지는 눈 덮인 길을 걷다 보니, 동춘당 역사공원의 소나무 숲 산책로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늘 푸른 소나무와 하얀 눈이 만들어내고 있는 아름다운 산책로를 걷다 보니 마치 시인이 된 듯 머릿속에 떠오른 시를 써 봅니다.

눈 내린 소나무 숲길,

하얀 세상 속, 고요하지만 차가운 숨결.

눈 보라에 흔들리는 몸을 숙이고,

차가운 공기 속에 옛 추억이 깃든다.

흩날리는 눈송이, 나무마다 내려앉고,

푸른 소나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세월을 묵묵히 견디며

흰 눈에 스며드는 평온을 품는다.

-안성진-

김호연재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시인이 된 듯 흥얼거리다 보니, 한 여인이 우산을 들고 산책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녀의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뽀드득거리는 눈 소리가 들리는 듯했고, 소나무와 눈으로 이루어진 풍경 속에 시민의 모습마저 마치 고요한 시 한 구절처럼 느껴졌습니다.

눈이 흩날리는 하늘 아래, 고택과 현대의 건물이 어우러진 모습은 참 묘했습니다. 과거와 현재가 조화를 이루며 이곳 대전에서 서로를 존중하고 함께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았습니다.

동춘당과 소대헌·호연재 고택은 단순히 역사를 보여주는 공간이 아닙니다. 눈이 내린 날 이곳을 걸으며, 겨울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따뜻한 이야기가 피어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이들의 웃음, 조상의 흔적, 그리고 자연의 아름다움이 이 모든 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점점 짧아지고 있는 이 겨울, 동춘당과 소대헌·호연재 고택에서 여러분도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특별한 순간을 만나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