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령의 풍류가 지금도 이어지는 청금정에서 여름으로 향하여 난 길을 바라봅니다.

의령군 블로그기자 조윤희

의령 청금정(宜寧 聽琴亭)

-주소: 경상남도 의령군 벽계로1길 8-1(지번. 궁류면 벽계리 463)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484호(2009.11.19. 지정)

-상세문의: 경상남도 의령군 문화관광과 055-570-2532

운전을 하다 보면 하늘이 맑거나 구름이 멋지거나 가로수가 멋지거나,...

시선이 먼저 달려가는 길이 있습니다.

벽계관광지 쪽으로 드라이브하면서 도로 양쪽의 나무들이 어찌나 멋지던지 차를 한쪽에 세우고 신록 사이에 서서 여유를 누렸지 뭐예요.

한산한 도로 위를 가끔 차들이 지나가곤 했지만 거의 혼자 독차지하는 기분은~~~😍😍😍

김해에서 의령 벽계 유원지 쪽으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었지만 주변의 목가적인 분위기 사이로 드라이브하면서 부모님과 함께 오지 못함이 못내 아쉬웠답니다.

그러던 중 목적지인 청금정에 다다랐지요.

산세가 아름답고 여름에도 찬비가 내린다고 해서 붙여진 궁류면 찰비계곡이 있는 벽계관광지는 전망 좋은 한우산이 인근에 있어서 물 좋고 산이 좋아 야영장이 청금정 오는 길까지 계속해서 이어져 있더라고요.

그 길 어느 한 부분에서 마음이 가고 시선이 머무는 지붕이 보였는데 여기가 오늘의 목적지인 청금정이랍니다.

벽계저수지 위로 집과 도로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청금정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길인데 이 또한 운치가 있더라고요.

그런데 정작 있어야 할 물이 보이지 않고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서 의아하긴 했네요.

개들이 사나워서 청금정에 들어가는 것을 포기했다는 어느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라 조심스럽게 다가갔는데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답니다~~^^

입구에 들어서자 지은 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양옥이 보였지만 ,...

그래서 조심스럽게 타인의 영역 속으로 걸어들어갔네요.

혹시라도 주인을 만나면 여차여차해서 왔다고 그리고 둘러봐도 되겠냐고 여쭈려고 했는데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랜 세월의 시름을 다 짊어졌는지 배롱나무가 저수지 쪽으로 휘어져 있었고 그 아래 긴 의자에는 6월의 바람이 잠시 쉼을 하고 있었습니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배롱나무 잎들이 춤을 추는 것을 보면서 배롱나무가 있는 줄 알았더라면 하는 생각에 아쉬움 가득한 눈으로 한참을 바라보면서 꽃으로 뒤덮일 모습을 상상하니 이곳의 여름이 벌써 보고 싶어지더군요.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인데 이 배롱나무 모두 100년이 넘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갖고 있다고 하네요. 꽃이 피는 계절에 꼭 다시 와서 보고 싶어질 정도로 배롱나무의 멋진 모습을 눈 안 가득하게 담아봅니다.

배롱나무 너머로 보이는 출입문 앞에 안내표지문이 있어서 보았습니다.

1916년에 소산 김종식이 그의 아버지 농암 김정규를 기리기 위해 지은 건물이다.

지극한 효심으로 부모님을 모셨던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아버지가 남긴 시에서 '청'을 따고 이곳의 산 이름인 금산에서 '금'을 따

건물 이름을 청금정이라 짓고 자연을 벗 삼아 학문을 연구하고 풍류를 즐기며 보냈다고 한다.

ㅡ중략ㅡ

청금정 안내문에서 발췌

앞면 3칸, 옆면 2칸의 규모인 청금정 앞에는 한국인의 정서가 담긴 정원이 제법 소담하게 만들어져 있었는데 정자를 지을 때부터 있었다고 나중에 말씀을 전해 들었답니다.

조선 후기 유교 사상 중 이데아 사상의 발로로 사대부 집안에서는 화단을 유토피아처럼 생각을 하고 만든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이곳도 그렇지 않을까 하고 내심 생각을 해보았네요.

평면 구조의 '一'자형 구조의 청금정은 사면에 마루를 둔 양식으로 좌측부터 마루와 온돌방으로 이루어진 1칸, 전후면에 툇마루가 딸린 온돌방 1칸, 마루 1칸으로 구성된 청금정의 툇마루 구석에 누군가 계십니다.

인사를 드리면서 다가가도 놀라는 기색 없이 오히려 반겨주시면서 얼마든지 사진을 찍으라고 하시면서 뜨개질을 하시다가 커피 한 잔 내오시겠다고 일어서시는 겁니다. 괜찮다고 해도 말이지요.

아이스커피를 가져오시겠다고 하시면서 어디론가 바삐 나가십니다.

오시기 전에 사진을 담으면서 이곳에서 한 며칠 다 잊고 쉬었다가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이 가는 것입니다.

어느새 찰방찰방 넘칠 것 같이 아구까지 가득 채워오신 커피잔을 들고 오시는 어르신의 걸음에 맞춰 대청마루에 올라앉았네요.

날씨가 연일 폭염으로 자연이며 사람이며 지치게 하더니 오늘은 구름이 드센 해의 기운을 가려줘서 그런지 마루에 앉아서 맞는 바람이 새삼 더 시원하고 상쾌했습니다.

단숨에 들이키게 만드는 아이스커피는 헤즐넛향 아메였답니다.

얼마나 시원하고 맛있던지요~~~ 그때의 시간을 끄집어내도 다시 감사하여 이 란을 통해 감사하다는 말씀 또 전합니다.


시원한 음료를 마시는 중에 과일도 내오겠다 하시면서 또 부지런히 어디론가 다녀오시더니 이번에는 사과며 참외며, 토마토를 담아 오셔서는 깎아주시면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나누는 중에 뜨개질하고 계시던 것이 예사롭잖게 보여 여쭸더니 의령예술촌에 출품할 작품을 뜨고 계신다는 것입니다.

일일이 한 올 한 올 코를 잡아 무늬를 넣어 가면서 뜨개질을 한 세월이 60년이 되었다며 웃으시는 소녀 같으신 어머니의 나이가 81세라는 소리에 깜짝 놀랐네요.

연세와 감성은 반비례하는 것인지 여전히 소녀같이 수줍게 웃으시며 얘기를 맛깔나게 들려주시는 모습에 결혼부터 육아 그리고 지금까지 이어진 여자의 일생이 주옥처럼 귀하게 다가왔습니다.

뜨개질하신 작품 앞에서 감동을 받은 제 모습에 신이 나셨던 것인지 또 있어봐라고 하시더니 또 어디론가 휑하니 다녀오시며 제 앞에 또 다른 작품을 펼쳐 보이시는데 완전 감동이었답니다.

그러는 동안 외출하셨던 바깥 어르신께서 돌아오시면서 환담은 이어졌지요.


말씀하시던 어르신은 87세로 김해에서 공무원 생활도 했었노라고 ... 제가 김해서 왔다고, 함안 조씨를 사용한다고 하니 계속해서 이야기에 날개를 달아내시는데 듣고 있던 저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을 정도였네요.

천주교 신자이신 어머님과의 대화 속에서 종교에 대해서, 부모의 사랑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면서 처음 이곳에 왔을 때의 적막함이 외로움을 느끼게 하다가도 지금은 자연이 내 친구가 되어 어디를 갔다가도 얼른 이곳으로 돌아오고 싶을 정도라고 하시면서 청금정에 대한 애정을 보이시더라고요.

예전에 노주현, 강부자 등 중견 연예인이 이곳을 방문했는데 정자의 기둥 5개를 보더니 이 기둥이 소나무 눈으로 만든 것이라고 알려주더라 하십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을 지었을 그 당시로 더듬어 올라가시는지 눈을 지그시 감으십니다.

편액에 쓴 글씨가 얼마나 정갈하고 고급스럽던지,...

예전에 청금정이 위치한 동네에 성균관 유생들이 많이 살았다고 하시면서 이 집을 지으신 분이 15세에 쓰신 글씨라고 하시네요.

들을 청, 거문고 금을 써서 이곳에서 듣는 물소리가 아름다워 청금이라는 단어를 써 이름을 지었다는 일설도 들었답니다.

청금정 너머 경주 김씨 재실인 현산재가 있다고 보여주신다고 길을 이끄십니다.

어머니의 뒤를 따르며 굽어진 등허리를 바라보는 제 눈에는 친정엄마의 굽어진 등이 떠올라 눈시울이 뜨거워지더군요.

문화재로 지정받게 한 이유를 들려주셨던 것이 떠오르면서 이 길을 오가시는 동안 건강하게 잘 지내시길 조용히 기도를 해 봅니다.

현산재로 가는 길에 돌담 아래로는 꽃무릇이 많이 핀다고 하시면서 또 놀러 오라고 재차 말씀하십니다.

다음 주 정도에 청금정을 둘러보게 된다면 정자 뒤편에 있는 암석 위로 핀 능소화를 볼 수 있을 텐데, 지금의 계절에는 비비추가 연보라색으로 꽃을 한창 피우고 있었는데 그중에 흰색의 비비추도 있어 담아보았네요.

의령의 풍류가 지금도 이어지는 청금정에서 여름으로 향하여 난 길을 바라보면서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도 탐을 내었던 벽계의 궁벽한 곳에 있는 청금정에서 힐링의 단어를 꺼내면서 여러분을 초대해 봅니다.

근대사의 아름다운 양식인 청금정과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오늘의 우리를 돌아볼 수 있으니 꼭 들러보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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