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에서 마주한 지구

맞닥뜨린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희망의 등불

김완수

펭귄나라 대표

김완수 펭귄나라 대표

남극 10차. 북극 15차. 평생 한 번 가기도 어려운 곳을 25번이나 다녀온 이가 있다.

극지 전문 여행가인 김완수 펭귄나라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여행길에서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마주한 뒤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극강의 불편함?

극강의 즐거움!

김완수 대표는 타고난 여행가다. 지구촌 곳곳을 다니면서 살아 있음을 느낀다고.

여행에 눈뜬 때는 농기계 회사에 재직하던 무렵이다. 1983년 업무차 처음으로 일본에 방문해 선진 기술을 접했는데, 이때부터 기회가 되는 대로 넓은 세상에 가서 보고 배우겠노라 다짐했다. 1986년 독일 기술연수를 통해 세계 시장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고 2년 후 익산 농기계를 설립했다.

이후 기술 개발과 기계 수출을 위해 밤낮으로 해외 출장을 다녔다. 고될 법도 하련만 물 만난 고기가 따로 없었다. 출장지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을 부지런히 다녔다. 그렇게 다닌 곳이 100여 개국에 이른다.

그의 여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11년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을 앞두고 최종 후보지 28곳을 모두 가보기로 결심했다. 3년여간 오지 곳곳을 다니며 죽을 뻔한 고비도 여러 번 넘겼다. 그는 “극지 여행의 두려움과 불편함은 극한의 즐거움”이라며 해탈한 듯 웃음 지었다.

맞닥뜨린 기후위기

구석구석 누볐지만 갈증은 여전했다. 세계 7대 자연경관 후보에서 빠진 북극과 남극이 눈앞에 어른거렸기 때문이다. 2012년 그토록 갈망해온 북극점 여름 탐험에 나섰다. 국내 민간인으로는 최초로 쇄빙선(바다의 얼음을 갈라 항로를 여는 배)을 타고 도착했다.

직접 마주한 북극은 예상과 달랐다. 영하 20도쯤으로 알았던 북극점은 영상 5도 정도였고 하얀 얼음은 검푸른 물로 녹아내렸다.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다.

다음 해 남극으로 떠났는데 북극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구 온난화로 비가 내렸고 방수 기능이 없는 솜털의 새끼 펭귄들은 저체온증으로 죽어 갔다. 펭귄 30여만 마리와 마주한 이후 지구는 인간만의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이때 여행은 그의 인생에 큰 변곡점이 되었다.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알리기 위해 지금까지 남극 10차, 북극 15차 탐험을 했다. 영원한 동토(凍土)라 불리던 극지의 실상, 고통받는 동물들의 모습을 사진과 동영상 수십만 장에 담았다.

환경을 지키는

남극

국내에 돌아온 후 지구와 환경을 지키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중 하나가 남·북극 사진과 영상을 모아 발간한 《지구온난화 환경영상포토북》이다. 이 책은 지구의 위기를 생생히 보여주는 자료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도서출판 펭귄나라를 설립해 어린이들 눈높이에 맞춘 환경 동화책을 펴냈고 여러 강연과 인터뷰를 통해 환경문제를 꾸준히 알렸다.

노력은 본업으로도 이어졌다. 2017년 비료와 제초제 적정량만 정밀 살포할 수 있는 ‘줄뿌림 살포기’를 특허 개발해 상용화했다. 농약과 제초제의 과도한 살포를 방지하고자 캠페인도 벌였다. 공로를 인정받아 환경부와 조선일보사가 공동주최한 제29회 조선일보 환경대상을 수상했고, (사)도전한국인본부의 2022 도전한국인 환경대상을 받았다.

남은 목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국내 유일한 도전 분야 공익단체인 도전한국인본부에서 제정한 김완수 국제도전상을 세계적 권위를 가진 상으로 만드는 것, 다른 하나는 고향인 익산에 펭귄 박물관을 짓고 지역을 환경문화수도로 만드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남·북극 일주에 대한 책을 쓰고 싶다고.

환경에 대한 그의 남다른 애정이 지구를 비추는 희망의 등불로 이어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