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김앤디 씨

남원에서 육가공업체를 운영하는 김앤디 씨.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그는 한국살이 만 10년 만에 완벽한 ‘K-아재’로 거듭났다. 눈동자와 머리카락 색만 다르지 영락없는 한국 사람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러 온 곳에서 고향의 맛을 전하며 새로운 인생을 그려 가고 있다.

지리산에 반하다

김앤디 씨는 2013년 2월 25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원어민 교사로 한국 땅을 밟은 그를 마중 나온 남원영어체험센터 원장님과 함께 그길로 남원으로 향했다. 전에 머물던 다른 나라보다 조금이라도 도시였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그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걸까? 남원은 꼭 그런 도시였다. 도시의 편리함과 자연의 아름다움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주촌문화마을에 터를 잡은 뒤 무료함도 달래고 동네도 익힐 겸 오토바이로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육모정에 올랐다. 지리산의 넉넉한 품에 안긴 정자에서 이 지역에 반하고 말았다.

2년만 머무르다 다른 나라로 떠나겠다는 다짐은 갈수록 희미해졌다. 센터에서 학교로, 다시 센터로 자리를 옮기며 5년간 원어민 교사 생활을 이어 갔다.

오해에서 이해로

남원의 수많은 매력 중 하나로 사람들을 꼽는다. 좋은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났다고. 처음부터 관계가 좋았던 건 아니다.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대만 사람들과 달리 눈도 안 마주치는 주민들에게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처음엔 ‘나를 싫어하나’ 싶어 상처도 받았지만 모두 오해였다. 낯을 가리는 것뿐이었다. 조금 가까워지면 따뜻하다 못해 뜨끈한 정을 나눠줬다.

오해가 이해로 바뀌는 순간 앤디 씨의 마음도 활짝 열렸다. 그는 고향을 떠나 외국에서 살아가려면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싫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싫어진다”며 “이게 안 맞고 저건 싫고 하는 식으로 불평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말하는 모습은 거침없이 쓴소리하는 동네 아저씨 그 자체다. 실제로 2년 전 귀화시험에 합격하며 한국 사람이 됐다.

남원에 살리라

현재 육가공업체를 운영 중이다. 어려서부터 사냥을 하며 자랐고 잡은 고기로 소시지나 육포를 만들어 먹던 그에게 꼭 맞는 직업을 찾은 셈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전통 방식에 한국 향신료를 더해 ‘김앤디 표’ 제품을 완성했다. 대표 제품은 육포 개념인 ‘빌통(biltong)’이다. 이틀간 염지한 후 열처리 없이 천천히 말리는데 그 과정에서 자연발효된다. ‘남아공식 김치’라고 덧붙인다.

남원 흑돼지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농가와 함께 성장할 계획도 세웠다. 사랑하는 가족과 평생 살아갈 곳인 만큼 하나씩 차근차근 이뤄 갈 생각이다. 남원시민 영어교실 학생이던 아내와 결혼한 지 5년 만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까지 품에 안았기에. 핸드폰 사진첩 속 딸 라일라를 보며 꿀이 뚝뚝 떨어지던 딸 바보의 소망이 이뤄지길.



글, 사진 = 전북특별자치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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