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에서 만나는, 초판본 창간호 전문서점 '처음책방'
청소년, 어른할 것 없이 읽고 이해하는 능력,
문해력이 심각하게 낮아졌다는 뉴스가 들립니다.
주된 이유중 하나가 책을 읽고 글을 쓰지 않아서라는데요.
디지털 기기와 유튜브 이용시간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활자를 읽고, 생각하는 시간이 줄었잖아요.
더불어 책을 읽고 소장하는 일도 희귀해졌죠.
이런 상황이라 더욱 반가운 소식
한 권 책의 시작이자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초판본과
그 시대의 모든 것을 오롯이 담은 잡지 창간호를 모은
특별한 책방이 이천으로 이사왔다고 합니다.
책꾸러미를 미처 풀어놓지도 않았다는
따끈한 그곳을 이천지기가 찾아가 보았습니다.
모가면의 한 카페를 개조한 '처음책방'
밖에서 보면 이전의 모습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새로 달은, 명조체의 간판만이
이곳이 서점으로 바뀌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정원으로 올라가면 보이는 이 건물이 책방.
책(冊)이라는 문자가 프린트된 시트지로
통창의 반을 가려 안이 더 궁금해지네요.
들어서자마자 바닥에서 천장 턱밑까지
책으로 빼곡합니다.
대형서점의 규모에 비할 수야 없겠지만
요즘 작은 책방과는 달리,
압도적인 소장고의 느낌이 팍팍 납니다.
여기저기 잠깐 둘러보실까요?
얼핏 봐도 엄청난 양의 책이 들어와 있지만
책장으로 요리조리 공간을 나누어놓아 답답한 감이 없어요.
희귀한 책들은 박물관 전시품처럼
책방 한 가운데 유리관 안에 모셔두었어요.
책장을 넘길 수는 없지만 지나치지않고
볼 수 있으니 좋았습니다.
그런데 '처음책방' 여기 좀 어둡고 아늑한데?
하고 생각이 든다면 정답입니다.
서점 안은 다소 적은 양의 빛만이 들어오고 있어요.
최소의 조명을 사용하고 통창 하단
일부를 막아 자연 채광도 조절하는 것 같았습니다.
오래된 책들은 햇볕의 열과 빛으로 노화되기 때문에
아마 책들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덕분에 다락방에 와 있는 기분이 들었어요.
이 분위기를 만드는 데는
짙은 고동색 나무 의자와 탁자도 한몫하네요.
처음 책방, 누구 책일까? 누가 만들었을까?
'처음책방'의 책을 모으고 책방의 문을 연 이는
세명대학교 교수이자 도서 <초판본 이야기>를 쓴 김기태 교수님입니다.
일찍부터 지식을 새긴 종이를 사랑했던 교수님은
e-book 디자인 제작학과 주임교수로 재직하면서
초판본, 창간호와 같은 특별한 책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모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책을 사랑하는 이들과 소통하길 원하는
마음에 '처음책방'을 열었다고요.
제천과 원주를 거쳐 이천에서 올해 재개관한 '처음책방'은
앎에 대한 즐거움을 너머 '그 책'의 역사를 찾고,
기어이 곁에 두고 싶어 잠이 안오는 이들에게
딱맞는 아지트가 될 것 같습니다.
이제, 여기에 있는 초판본과 창간호를 찾아볼까요
수많은 책중에 가장 눈에 띄는 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초판본 시리즈.
최신작이야 기다리면 구매할 수 있다지만
작가로서의 발자국같은 초판본과 발행정보까지
소중하게 모아놓은 책방지기의 정성이 마음을 끌어당깁니다.
한국문학의 한 획을 그은 시인들의 명작.
이 책이 발행된 시대에는 돌려보거나 숨어서 보기도 했다죠.
세계명작의 해외판본이나 한자로 가득한 책들은
빈티지 느낌 가득해서 소장욕구를 절로 불러 일으키네요.
책 외에도 신문이나 이색 사전도 갖추고 있습니다.
검색이 없던 예전에는 집집마다 오늘의 소식을 신문으로,
궁금한 건 백과사전을 뒤져봤죠.
신문 코너를 보다보면 '김일성 사망'이라는가
'서태지 은퇴'같은 특종이 실린 지면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 때로 돌아간 기분을 느껴보세요.
매월 기다렸던 연재만화와 잡지들,
잡지에 항상 딸려오던 브로마이드를 특히 좋아했는데요.
jpg 파일이 아닌 프린트된 화보를 모으고
오려서 자기만의 스크랩북을 만들기도 했었죠.
매월 새로운 작품과 작가를 소개했던 문학잡지.
작가들의 등용문 역할로 당시 재능있는 작가는
문학청년 사이에서 아이돌급 인기를 누렸습니다.
책방 곳곳에 아직 풀지 못한 책꾸러미들이 보입니다.
이제 서고에 쌓여있는 대신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읽어줄 독자와 만나야하지 않겠습니까?
처음책방, 이렇게 이용해봅시다
'처음책방'은 현재 월, 화 휴무일 외의 날에 이용이 가능합니다.
원두리 주민과 초등학생까지에게는 무료입장이고요.
책을 둘러보고 구매하기 위한 입장은 유료입니다.
작은 규모지만 앉아서 커피 한 잔 할 수 있는
북카페가 곧 만들어질 거라고 하는데요.
그 전까지는 지기가 먼저 "커피 드릴까요?" 라고 물어봐주시니,
부담없이 문을 두드려보세요.
또 수시로 다양한 소장 서적을 만날 수 있는
기획전시도 열리고 있습니다.
2월까지 장소이전 재개관 기념 전시
<우리문학의 미래유산 - 초판본과 창간호> 전이 진행 중입니다.
'처음책방'과 소장한 책들에 대한 설명을
마음 편히 들을 수 있으니 미리 연락하고 찾아가 보세요!
☎ 문의
처음책방
070-4141-5566
처음책방에 가면요! '처음책방' 대부분의 책들은 수량이 적은 희귀본이나 오래된 책들입니다. 조심스레 다루지 않으면 쉽게 훼손되지요. 노키즈 존으로 만들면 어떠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아이들이야말로 책과 만나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책방지기의 고집으로, 되려 '초등학생까지 무료이용'으로 운영 중입니다. 골동품과 다름없는 좋은 책들을 작품 다루듯 이용하면 정말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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