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전
시를 심어 숲을 이루는 - 시집책방 조림지 천기현 대표
마음의 소리,
자라고 우거져
여기, 시(詩)에 푹 빠진 남자가 있다.
시집책방 조림지의 천기현 대표다.
시를 읽고 쓰는 게 행복해 전문 책방까지 열었다.
이 기쁨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나아간다.
시집 전문 책방을 열기까지
전주시 충경로에 위치한 조림지. 일곱 평 남짓한 공간은 작지만 다채롭다. 시집을 판매하는 곳이자 천 대표 개인 작업실이며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랑방이기도 하다. 책을 구매하거나 공간 이용료 3000원을 내면 얼마든지 머무를 수 있다고. 원하는 커피와 차도 제공하니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딱 좋다.
찾는 이들에게도 특별하지만 천 대표에게도 소중한 곳이다. 10여 년 전 전주에 정착한 이후 온전히 제힘으로 마련한 곳이기 때문이다. 강원도 동해시에서 나고 자란 그는 전북대 진학을 계기로 낯선 도시에 오게 됐다.
기계시스템공학부를 졸업하고 관련 회사에 취직했지만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옷처럼 느껴졌고, 고민 끝에 회사를 그만두었다. ‘재미있고 좋아하는 일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선택한 게 시집 전문 책방이다.
“어려서부터 아버지 영향을 받아 책 읽는 걸 좋아했는데, 그중에서도 장르와 경계를 무너뜨리는 시의 힘이 좋다”는 그는 “문학 장르 중 제일 좋아하고 잘 알아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2024년 3월 전주에서 유일한 시집책방이 첫걸음을 내디뎠다. 일정한 간격으로 종자 또는 어린 모종을 심어 만든 숲인 조림지에서 착안해 이름도 지었다. 지역에 시라는 나무를 심어 숲을 일구고 싶은 마음에서다.
가슴 뛰는 일을 하기 위해서라면
주변 우려 속에서 시작했지만 어느덧 1년여 가까이 됐다. 소문도 많이 났고 찾는 고객도 늘었지만 어려움도 많단다. 가장 큰 문제는 생계다.
책방 수입만으로는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없어서 택배 하역 일을 병행하고 있다. 새벽 여섯 시 반부터 열 시 반까지 4시간 동안 택배 상하차 작업을 하고 오후 한 시 책방에 나와 손님들을 맞는다.
그는 “더러 안쓰럽게 보기도 한다. 그러나 모두 의미 있는 일”이라며 “경제적으로 혹은 현실적으로 본다면 책방 운영은 안 하는 게 맞지만, 이곳에서 손님을 맞고 시를 쓰고 시집을 읽는 게 좋다”라고 말한다.
시로 울창해지는 그날까지
다양한 활동도 진행 중이다. 매주 토요일 오후 다섯 시면 열리는 모임도 그중 하나다. 시를 사랑하는 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참가자들은 좋아하는 작품을 골라 낭독하고 감상을 나눈다. 아무도 오지 않거나 한 명만 올 때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이제는 따로 공지를 올리지 않아도 찾아오는 이들이 생겼다.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신작시도 소개하고 있다. 천 대표가 시인들에게 원고료를 지급하고 받은 작품을 액자에 담아 선보이는데, 한 달 동안 이곳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 책장 한편에는 지역 시인들을 찾고 알리기 위한 자리도 마련돼 있다. 그가 심은 시 나무가 지역에 울창한 숲으로 자라나길.
조림지
- 전주시 완산구 충경로 30
(1층 동쪽에서 6번째 점포)
- 운영시간 : 13:00~19:00
매주 일·월·화 휴무
▼시집책방 '조림지'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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