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밀양] 1+3 같은 밀양시립박물관
2024년 경상남도 온라인 홍보 명예기자단 김종신
역사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보다 앞선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게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담은 창고가 박물관입니다. 경상남도 18개 시군에는 저만의 이야기 창고가 있습니다. 이야기 창고를 돌아다니면 선조들의 삶을 엿보며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출 수 있습니다.
밀양시립박물관은 1+1이 아니라 1+3 같습니다. 박물관이 자리한 밀양 아리랑공원에 들어서면 공원이 주는 아늑함에 일상 속 긴장이 스르륵 풀립니다. 긴장의 끈을 풀고 박물관에 들어서면 화석전시실과 밀양독립운동기념관이 함께 관람할 수 있습니다. 한 번 찾아가면 많은 볼거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
박물관으로 가는 계단에는 밀양박물관 개관 50주년 특별전 ‘밀양의 옛길 졍든님 오시난 길’을 알리는 걸개가 우리를 반깁니다. 뒤편으로 붉은 고깔모자 같은 조형물 ‘그날의 함성’이 덩달아 우리를 반깁니다. ‘그날의 함성’은 온몸을 던져 나라를 지키신 이 땅 선열들의 뜨거운 용기, 불굴의 정신, 그날의 함성을 상징해서 표현한 작품입니다.
표는 입구에 있지 않고 들어가면 무인 발매기가 있습니다. 밀양시민과 6세 미만, 65세 이상 등 면제 대상을 제외하고는 성인 1,000원입니다.
표를 끊고 나니 옆으로 ‘구국의 영웅, 사명대사’ 영상물이 우리의 발길과 눈길을 이끕니다. 잠시 앉아 동북아 국제전쟁(임진왜란) 당시 활약한 사명대사의 호국정신을 엿보았습니다.
영상실을 빠져나와 건물 끝자락으로 옮기면 화석전시실이 나옵니다. 헤아릴 수 없는 아득한 먼 날로 떠나는 타임머신입니다. ‘생명의 탄생’부터 시간을 거슬러 우리는 시간 여행을 떠납니다. 나올 적에는 코끼리의 조상을 VR로 체험할 수 있습니다.
시간 여행을 떠날 마음의 준비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박물관 전시실로 향하는데 먼저 특별전시실로 향했습니다.
“길은 주인이 없다. 다만 그 길 위에 서 있는 사람들의 것이다. 역사 또한 온몸으로 헤쳐온 사람들의 것이다. 옛길은 그 지역의 역사이며 서정이다. 텅 빈 것 같지만 세월이 켜켜이 눌린 여문 땅 감꽂지는 길을 걸어서 저문 강 달빛을 저어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천 년 전 바람과 천 년 후 바람이 맞닿아 부는 곳. 길은 끊기지 않았다.”
12월 1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 등 9개 기관 100여 점의 유물은 물론이고 '조선통신사' 관련 유물 3점도 함께 전시되어 있습니다. 4부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밀양의 옛 수로(水路), 육로(陸路), 영남대로(嶺南大路), 근현대 교통로를 중심으로 밀양의 옛길을 살펴보는 기회입니다.
전시실 앞에는 특별전을 관람한 이들의 흔적이 마패에 담겨 주렁주렁 꽃처럼 피었습니다. 길이 끝난 곳에도 길이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특별전이 열리는 기획전시실을 나와 상설전시실로 향합니다. 들어서자, 고려시대 이 지역 두 충신의 목상(木像)이 우리를 맞이합니다.
조선 시대 오늘날 고속도로 같았던 영남대로 상에 남아 있는 아치형 석조 교량 처자교(處子橋) 전시물 앞에 서자 서로 사랑에 빠진 승려와 처녀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자 다리 놓기 시합을 벌여 다리를 완성했다는 설화를 들려줍니다.
영남루를 보수하며 나온 각종 기와 중에서 눈길을 끄는 게 ‘용두망와(龍頭望瓦)’입니다. 용두망와는 용의 머리를 형상화한 목조 건물 지붕마루를 장식하는데 여기 영남루 용두망와는 여느 용머리와 달리 무섭지 않고 오히려 친근하고 익살스럽습니다.
기와 무리를 지나 밀양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밀양 십이 경도’가 우리의 발길을 붙잡습니다. 멋들어진 풍광을 지나자 고려 충신 박익 전시실이 나옵니다. 박익 벽화 묘가 당시로 우리를 이끕니다.
전시실을 나오자 흥겨움이 밀려옵니다. 밀양의 백중놀이 등 다양한 민속놀이가 우리의 어깨를 들썩이게 합니다. 흥을 담아 나오면 이번에는 밀양의 신비가 우리의 눈길을 붙잡습니다. 물고기 떼가 변한 바위들이 있는 만어사 경석과 여름에 얼음이 어는 얼음골, 땀을 흘리는 비석 표충비. 덩달아 영남루 곁에 있는 무봉사 태극 나비의 신비로움까지 우리에게 좋은 기운이 감싸는 기분입니다.
전시실을 나오면 쉼터가 있습니다. 각종 기념품이 앙증스럽게 맞이합니다. 이어서 밀양 독립운동기념관으로 들어서려고 하면 민속놀이 체험장이 다시금 우리를 붙잡고 놀아보라 권합니다.
체험장을 지나면 역사 속의 태극기가 우리를 이끄는 독립기념관이 나옵니다. 잠시 선열들의 얼을 기리는 추모의 공간에서 넋을 기립니다. ‘충절의 성지에서 독립운동의 요람으로’ 거듭난 밀양의 독립운동 역사가 우리 앞에 그날의 함성을 들려줍니다.
대한민국 독립운동사에서 빠질 수 없는 의열단 독립투쟁의 주역들이 밀양 사람입니다.
‘왜놈의 상관 놈들을 쏴 죽이고 총을 메고 조선의용군을 찾어 오시요!’라는 글귀와 함께 의열단과 조선의용군에 관한 독립투쟁의 시간을 만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여기 독립운동을 한 밀양인의 발자취는 우리 대한민국 독립운동사의 한 페이지입니다.
1층 전시실을 나와 2층으로 향하면 어린이박물관과 유학실·서화실, 수장고를 만납니다. 박물관을 나서면 한쪽에 붉은 불꽃처럼 타오르는 조형물 ‘선열의 불꽃’을 동그랗게 둘러싼 일제 강점기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고 불꽃처럼 싸웠던 선열 36명의 흉상이 있습니다.
밀양시립박물관은 밀양의 역사뿐 아니라 대한민국 독립운동사도 함께 만나는 소중한 공간입니다. 박물관을 관람하고 아리랑 공원에서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라는 밀양아리랑의 흥겨움을 만날 수 있는 1+3, 일석삼조입니다.
밀양시립박물관
✅ 주소 : 경남 밀양시 밀양대공원로 100 밀양시립박물관
⏰️ 관람 시간 : 화~일요일 09:00 ~18:00
관람권 매표시간 09:00~17:00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입장료: 어른 1,000원 청소년, 군인 700원 어린이 500원
📞 문의 : 055-359-6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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