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쌍계사의 설경 맛보기
오늘은 논산시 양촌면 중산리에 위치한 쌍계사의 설경을 소개합니다. 쌍계사는 관촉사, 개태사와 함께 논산을 대표하는 천년고찰인데요. 관촉사와 개태사가 주거지와 가까운 도시형 사찰이라면 쌍계사는 그야말로 깊은 산자락에 앉은 산지형 사찰입니다. 그래서 큰 눈이 올 때는 접근이 쉽지 않은데요. 12월 첫눈처럼 눈이 내리는 날 설경 사진을 촬영하러 발걸음 해 보았습니다.
▲ 쌍계사 봉황루
쌍계사는 절골저수지 아래에 넓은 주차장이 있지만 대형 버스가 아니면 대부분 경내로 들어서는 봉황루 앞에 차를 세웁니다. 일반적으로 사찰은 일주문부터 시작해 천왕문을 지나 경내로 들어서지만 쌍계사는 봉황루가 첫 번째 산문 역할을 합니다.
쌍계사를 찾는 분들은 대부분 대웅전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하지만 잠시 봉황루에 올라 쌍계사의 가람배치부터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한다는 말처럼 대웅전, 명부전, 나한전, 성각, 범종루 등만 마주하면 쌍계사의 고즈넉한 풍경이 주는 참맛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 쌍계사 종무소와 승방
▲ 쌍계사 범종루
쌍계사 봉황루에서 대웅전을 향해 발걸음 하면 왼편에 종무소와 스님들이 머무는 승방이 있습니다. 그리고 오른편에는 범종루가 있는데 범종을 중심으로 목어, 운판, 법고가 있습니다. 쌍계사 범종루를 범종각으로 잘못 소개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일반적으로 불전사물 4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으면 범종루, 범종만 봉안하고 있으면 범종각이라고 합니다.
종무소와 범종루를 지나면 인연을 상징하는 연리근(느티나무)이 있습니다. 그리고 대웅전과 함께 명부전, 나한전, 칠성각이 처마가 맞닿을 거리로 자리 잡고 앉았습니다.
▲ 쌍계사 대웅전(보물)
쌍계사 대웅전은 조선시대 후기의 건물로 국가유산 보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소조석가여래삼불좌상(보물)과 불단을 장식한 닫집, 꽃살문이 대웅전을 이루고 있는데 예술적 가치가 매우우 뛰어납니다. 눈이 오는 날에 쌍계사 대웅전 처마 밑을 서성이고 있으니 꽃살문의 꽃들이 눈처럼 쌓인 듯합니다.
▲ 쌍계사 나한전
쌍계사 명부전이 수리 중이라서 나한전으로 발걸음을 향했습니다. 나한전은 부처님의 제자인 나한(아라한)을 모신 전각입니다. 사찰에 따라 오백 나한, 십육 나한을 모시기도 하는데요. 쌍계사는 열여섯 분의 나한이 탱화와 조각으로 모셔져 있습니다.
쌍계사 칠성각입니다. 전각 현판에 칠성각겸산신당이라고 쓰여 있는데요. 칠성각은 북두칠성을 부처로 의인화하여 봉안한 전각이고 산신당은 산신을 모신 제당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모두 우리나라 사찰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전각으로 한국불교가 토착신앙과 결합한 과정을 알 수 있습니다.
나한전과 칠성각겸산신당을 본 후 관음보살을 보기 위해 대웅전 앞을 지납니다. 눈발이 조금씩 굵어지기 시작해서 기대했던 산사의 설경을 만들어냅니다.
쌍계사 관음보살은 근래에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KBS2TV 생생정보의 '궁금한 건 못 참지' 코너에서 <젖지 않는 불상의 진실은?> 편으로 소개되었을 정도로 유명합니다.
▲관음보살조성비
▲ 쌍계사 관음보살
눈은 물론 비가 와도 쌍계사 관음보살의 얼굴은 젖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법의는 비바람에 색이 변했지만 얼굴만큼은 뽀얗게 젖지 않은 모습입니다. 그 비밀이 궁금한데요. 풍수지리적으로 배산임수, 좌청룡, 우백호 형국의 혈자리에 해당하는 명당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과학적으로 증명하기는 어렵지만 화강석을 매끄럽게 연마한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아무튼 신기하기만 합니다.
쌍계사의 설경을 본 후 돌아가는 길에 부도 앞에서 잠시 멈춰 섰습니다. 주차 공간이 협소해서 부도를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데요. 최근 새로 부도군을 조성했으니 눈 맞춤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쌍계사 부도는 총 9기가 있는데 종 모양의 종형부도가 6기이고 지붕돌을 얹은 방형부도가 3기입니다. 조선시대의 부도 양식을 갖추고 있어서 충청남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 쌍계사 부도
부도에 소복하게 앉은 눈을 촬영해 보고 싶었지만 여린 눈이라 금세 녹아버렸습니다. 이제 겨울의 문턱이니 한 번쯤 큰 눈이 오늘날 다시 쌍계사를 찾아서 멋진 설경을 촬영해 보고 싶습니다. 여러분도 논산 여행을 계획하신다면 눈 오는 날 고즈넉한 쌍계사의 설경을 구경해 보시기 바랍니다.
쌍계사
○ 위치: 충청남도 논산시 양촌면 중산길 192
○ 관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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