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오래 뜨끈하게, 봉강 생강과 생강굴
고유한 자산
따끈한 차 한 잔이 절로 생각나는 계절이 오면 생강 진액을 판매하는 모 사이트의 광고는 지나칠 수 없는 유혹이다. 마늘 못지않게 음식과 약재에 두루 쓰이는 생강은 알싸한 맛과 톡 쏘는 향내만으로 건강을 온몸에 건넨다. 『고려사』 기록에 따르면 전사한 장수와 병졸의 부모, 처자에게 바친 하사품이었다고 하니 지친 마음과 육체에 원기를 주는 것으로 이만한 게 없지 싶다. 『조선왕조실록』에도 태종 14년에 남행하던 심종이 회안대군에게 생강을 받고도 임금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기록이 나오는데 그만큼 인기가 많았음을 알 수 있다.
우리에게는 봉동 생강이 있다.
두고두고 먹는 지혜
생강은 자신의 가치를 증명이나 하듯 보관이 까다롭다. 아열대성 작물로 상온 10℃ 이하에 보관하면 냉병이 드는데 최대 생산지인 봉동에서는 이를 위해 저온저장법인 굴을 탄생시켰다. 현재 국가중요농업유산 제13호인 완주 생강 전통농업시스템은 10월 말(상강 이전)에 수확한 것을 온도 10~15℃, 습도 85~90%에서 보관한다.
이 보관법이 언제부터인지 정확하지 않지만 『조선왕조실록』 태종 14년에 생강이 언급된 것을 보면 그때부터 있었으리라 짐작한다. 집마다 굴을 파서 보존했다면 수확량이 어마어마했으리라.
다양한 형태로 지켜가는
생강굴은 지형에 따라 세 가지로 나눈다. 온돌식은 주택 구들장 밑으로 토굴을 만들고 아궁이 열로 온도를 유지한다. 주변에 널린 작은 돌로 벽 사방에 층층이 쌓아 황토흙을 바른다. 가장 일방적인 방식이다.
수평식은 경사지나 구릉지를 수평으로 파서 양편으로 길을 만들어 나눈 형태다. 땅속을 6~8m 깊이로 판 다음 다시 수평으로 여러 갈래 굴을 만든 게 수직강하식이다. 어디에 얼마큼의 깊이로 팠냐만 다를 뿐이지 세 유형 모두 겨우내 최적의 온도로 생강을 지켜낸다.
굴을 만든 목적은 판매만이 아니다. 토종 작물을 지키기 위해서다. 돈을 벌고자 한다면 겨울에도 잘 썩지 않고 겉보기에 실해 보이는 개량종을 심으면 된다. 그러나 이 땅이 준 산물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봉동 사람들은 자본에 꺾이지 않고 전통을 지키는 데 힘을 쏟았다. 그 결과가 ‘생강 하면 봉동이요, 봉동 하면 생강’이라는 연결 고리를 탄생시켰다.
오늘까지 눈부시게
봉동 생강은 아열대성 작물이라는 취약점을 생강굴로 이겨냈다. 그 방법이 세대를 거듭해 이어져 지금도 농가와 지역경제를 살린다. 자연이 준 혜택을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감사와 정성으로 가꾸고 키운 결과다. 국가가 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한 것도 전통 농법을 흔들림 없이 지킨 봉동 사람들에 대한 치하가 아닐까.
오늘처럼 찬 바람 부는 날,
봉동 생강 진액을 탄 차 한 잔이 간절하다.
글, 사진 = 전북특별자치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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