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가기 좋은 고즈넉한 산사 용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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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던 한여름이 지나가고,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산사만한 가을 여행지도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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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산사가 산 중턱에 위치해 있어 한여름에 가기에는

땀을 한 바가지 쏟아야 하지만, 지금 같은 날씨에는

쉬엄쉬엄 걸으면 이마에 땀이 날락말락 걷기에 딱 좋은 날씨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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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알록달록 예쁜 단풍 옷을 입은 나뭇가지를 보면 눈까지 황홀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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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이유로 홍성에 있는 산사 중,

충남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용봉산을 배후로 두고 있는 용봉사에 가 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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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대 안내소에 차를 주차한 뒤,

약 5분 정도 언덕길을 올라가면, 용봉사 일주문이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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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일주문을 지나 조금 더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가면,

좌측에 마애불이 하나 보이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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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애불의 이름은 용봉사 정원명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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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는 보통 사람 키보다 살짝 더 큰, 약 2m가량 된다고 하는데요.

거기다 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118호로 지정이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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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용봉사 정원명 마애불

오른쪽 어깨에는 '정원 15년'이란 글자가 적혀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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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근거로 이 마애불의 제작연도를 799년 신라 소성왕 원년이라고 추정한다고 해요.

이렇게 제작연도가 정확히 기재된 마애불은 흔치 않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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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애불 맞은 편에는 부도가 두 개 보이는데요.

아마도 이곳 용봉사 출신의 스님들 부도이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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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애불과 부도가 있는 길에서 약 100미터가량 더 올라가면, 용봉사 본체를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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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홍성 12경 중 제3경인 용봉산에 있는 산사라고 하기에는,

명성에 비해 건물 수가 적은 편에 속하는 것 같네요.

대웅전7과 지장전, 적묵당, 삼성각, 용봉사 지석조 등 아주 기본적인 건축물들만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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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의 규모가 이렇게 작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여기가 용봉사가 있던 본래 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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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사가 있던 원래 터는,

이곳에서 좀 더 위쪽인 용봉산 중턱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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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용봉사 절터가 좋아,

평양 조씨 일가가 자기네 조상의 묫자리로 쓰려고,

원래 있던 자리에서 강제로 쫓아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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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마을 사람들과 신도들이 힘을 합해,

지금 자리로 절터를 이전한 것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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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용봉사의 위치는 지금 자리보다 좀 더 위쪽인,

현재 홍성 홍북읍 신경리 마애여래입상이 있는 자리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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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홍북읍 신경리 마애여래입상은 지금도 찾아갈 수 있습니다.

용봉사에서 좌측 길로 약 200미터가량만 올라가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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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거리상으로는 200미터가량인데,

상당히 가파른 고바위 길이라 시간상으로는 10분 정도 소요됐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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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바로 홍성 홍북읍 신경리 마애여래입상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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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가 보니, 왜 여기를 명당자리라고 했는지 이해가 되더라고요.

용봉산 중턱 상당히 넓은 땅에 햇빛도 잘 들어오고, 대지도 평탄합니다.

풍수지리를 모르는 사람이 봐도, 참 좋은 명당자리란 걸 대번에 느낄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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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국가유산 보물 제355호인 신경리 마애여래입상은 크기가 약 4m 정도 됩니다.

앞서 소개해 드렸던 용봉사 정원명 마애불보다 두 배 정도 더 큰 크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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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있던 절터에서 쫓겨나 좁은 곳으로 옮겼지만,

어찌 보면 지금의 위치와 건물들이,

더 고즈넉한 산사의 풍경을 선사해 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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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측 너머로는 그 유명한 병풍바위도 보이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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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산중에서 낭낭하게 들리는

스님의 염불 외는 소리가, 오히려 더 청아하게 잘 들리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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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예쁜 단풍 옷을 입은 용봉산 절경과 고즈넉한 산사의 매력을

모두 맛볼 수 있는 곳, 이 가을에 가기 좋은 여행지로 용봉사를 추천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