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선선해지고 하늘이 높아지는 가을

당진 여행

충남 당진시 합덕읍 신리 62-3


바람이 선선해지고 하늘이 높아지는 가을, 나는 당진을 여행했다.

목적지는 신리성지였다.

천주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고즈넉한 풍경속에 평온한 산책을 즐기기에 이곳은 좋은 명소이다.

특히 천주교 성지 순례가 목적이라면, 이곳은 반드시 들러야 할 필 수 코스이다.

논이 끝없이 펼쳐진 시골길을 따라 달리다 보니, 어느새 신리성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들판 사이로 난 길을 지나며 창밖으로 스치는 초원의 향기에 마음이 차분해진다.

넓게 자리 잡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니, 성지의 고요함이 온몸을 감싸온다.

가볍고, 편안한 차림으로 중앙 입구를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당진은 한국 천주교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도시로, 많은 순교자들의 발자취가 남아있는 성스러운 땅이다.

19세기 말, 조선이 천주교를 박해하던 시절, 당진은 많은 신자들이 숨어 지내던 피난처였다.

그들이 지녔던 신앙심과 그로 인해 겪어야 했던 고난의 역사가 이 도시 곳곳에 남아 있다.

그래서일까? 당진 여행을 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경건한 마음이 들곤 한다.

당진에는 이곳 신리성지 외에도 여러 성지들이 있다.

솔뫼성지는 한국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신부가 태어난 곳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합덕성당은 전통적인 한옥 양식과 서양 건축 양식이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건축물로, 천주교 신자들뿐만 아니라 건축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이처럼 당진은 천주교 역사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으며, 신자들에게는 성지 순례의 여정을, 여행자들에게는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곳 산책로는 그 자체로 하나의 순례길이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곳곳에 설치된 묵상 공간과 조각상들이 눈에 들어온다.

점점 깊은 가을이 되면,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과 낙엽이 어우러져 더욱 아름다울 것이다.

나는 이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그동안 바쁘게 살아왔던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생각에 잠겼다.

고즈넉한 풍경과 함께하는 이 순간들은 그 어떤 명상보다도 더 큰 힐링을 안겨주었다.

신리성지는 당진의 여러 천주교 성지 중에서도 특별한 곳이다.

이곳은 한국 천주교 박해 시절, 프랑스 선교사들이 숨어 지내던 은신처이자, 수많은 순교자들이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던 성지이다.

이곳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그 차분한 분위기는 잊을 수 없다.

신리성지에는 천주교 신자들을 위한 다양한 시설들이 마련되어 있다.

성당과 성 다블뤼 주교관, 순교미술관, 야외성당, 승리의 성모상, 성 다블뤼 주교 경당, 성 오매트르 신부 경당, 성 황석두 루카 경당, 성 손자선 토마스 경당, 성 위앵 신부 경당, 십자가의 길 등이 있다.

순교 미술관 입구로 들어서서, 내 시선은 자연스럽게 하늘 전망대로 향했다.

엘리베이터의 편리함을 뒤로하고, 나는 계단을 선택했다.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오르며 이곳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었다.

계단을 오르는 동안, 숨이 조금 가빠지기 시작했지만, 놀라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전망대 아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거대한 고래 조형물이 보였다.

마치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경계에서 유영하는 것 같다.

이 고래는 마치 순교자들의 영혼을 상징하는 것 같아 보였다.

자유롭게, 그리고 평화롭게 하늘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랄까?

드디어 계단 끝에 다다랐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는 순간,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나는 넋을 잃고 말았다.

이곳 성지 전체가 파노라마처럼 내 발아래 펼쳐졌고, 그 풍경은 말 그대로 최고의 뷰였다.

옅은 구름이 낀 파란 하늘은 몽환적인 풍경을 연출했다.

마치 누군가가 하늘에 그림을 그려놓은 듯했다.

시야는 지평선 너머로 아득히 뻗어나갔고, 그 끝은 보이지 않았다.

하늘과 땅이 맞닿은 그 경계에서 나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서 있었다.

눈을 깜빡이는 것조차 아까워 한참 동안이나 그 광경을 응시했다.

아쉬움에 발걸음을 뒤로하고 하늘 전망대에서 내려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향했다.

1층 안쪽은 순교미술관이 있는 지하 1층으로 연결된다.

순교자들의 숭고한 정신이 깃든 미술관을 뒤로하고, 나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우뚝 선 종탑 아래를 지나는 동안, 은은한 종소리가 귓가를 스쳐 지나가는 듯하다.

성당을 향해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고, 나는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걸음을 멈추곤 했다.

종탑과 야외 성당을 지나 성당 안으로 들어왔다.

아늑한 성당 안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기도와 명상을 할 수 있는 신성한 공간이었다.

화려하지 않은 제단은 경건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프랑스의 작은 도시 아미앵에서 태어난 마리 니콜라 앙투안 다블뤼 주교는 머나먼 조선 땅에서 자신의 운명을 마주하게 된다.

1844년, 그는 낯선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뛰어넘어 조선에 첫 발을 내디뎠다.

21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다블뤼 주교는 열정적으로 복음을 전파했다.

그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새로운 신자들이 생겨났고, 그가 쓴 천주교 서적들은 조선 땅 곳곳에 퍼져나갔다.

하지만 1866년,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는 병인박해의 희생양이 되어 갈매 못에서 순교의 길을 걸었다.

세월이 흘러 1984년, 그의 헌신과 신앙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인정받아 성인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신리성지 안에는 다블뤼 주교의 숨결이 깃든 다블뤼 주교관이 있다.

1815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원래 손자선 토마스의 생가였지만, 다블뤼 주교의 거처가 되면서 조선 천주교의 중요한 요람이 되었다.

비바람에 시달려 허물어져 가던 이 역사적인 건물은 1964년 정성스레 복원되어, 지금은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성지가 되었다.

신리성지에서 나는 역사와 신앙, 그리고 자연이 어우러진 고요한 시간을 보냈다.

9월의 청명한 하늘 아래, 성지를 거닐며 느낀 감정들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천주교 신자라면 성지 순례를 위해 한 번쯤 방문해 보기를 권하고 싶고, 그렇지 않더라도 천주교 성지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다면 꼭 한번 들러봐도 좋을 것이다.

신리성지

충남 당진시 합덕읍 평야6로 135

○ 문의 : 041-363-1359

○ 운영시간 : 화~일 09:00~15:00, 월요일 정기휴무

○ 주차장 : 무료

○ 방문일시 : 2024년 8월 31일

※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 호우님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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