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여행의 시작점과 길,길,길
여러분은 강화도 여행의 시작점이 어디라고 생각하시나요?
강화대교를 건너온 분은 강화풍물시장은 맨 마지막에 갈 곳이라 생각하시고, 강화읍을 시작점이라 여기실 수도 있고, 초지대교를 건너온 분은 단연 초지진을 시작점이라 여기실 수도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에 강화도 여행을 진짜 강화대교를 건너자마자 시작해 보았는데요, 그 시작점은 바로 강화외성 진해루입니다.
강화대교를 건너 강화 만남의 광장으로 우회전 또 우회전하면 갑곶순교성지 가는 길이 나옵니다.
다리 아래 길로 더 들어가면 '갑곶순교성지'라는 큰 글씨가 보이고, 사람과 자전거 정도만 지날 수 있는 문이 보입니다. 이 문을 통과해 더 들어가 볼 건데요, 이곳은 강화나들길 1코스니까 통행이 금지된 곳인가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길을 따라 들어가면 새로 복원되어 강화외성 진해루가 우뚝 서 있습니다.
'강화외성은 고려가 몽골의 침입으로 개경에서 강화도로 수도를 옮겼을 때 몽골군이 바다를 건너 공격하지 못하도록 강화도 동쪽 해안을 따라 쌓은 성'으로, 조선 숙종 때는 병자호란으로 허물어진 성을 돌로 고쳐 쌓았고, 영조 때는 일부 구간을 벽돌로 다시 쌓는 등 조선 시대에도 개축하고 보수하여 사용했다고 합니다.
강화외성에는 조해루, 북파루, 진해루, 참경루, 공조루, 안해루 등 6개의 문루가 있으며, 이중 진해루는 갑곶나루를 통해 강화도와 내륙을 잇는 주요 관문이었습니다. 진해루가 이곳에 이 모습으로 세워진 지는 얼마 되지 않았는데요, 주춧돌만 남은 진해루를 발굴, 조사하여 2020년 성곽의 일부와 함께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한 것이랍니다.
진해루의 성문 밖으로는, 왼쪽으로 여러분이 건너온 강화대교, 오른쪽으로는 구 강화대교를 볼 수 있습니다.
길을 좀 더 따라 걸어가면 이곳이 '통제영학당'이었다는 것을 나타내는 작은 비석이 보입니다.
조선수사해방학당, 총제영학당으로도 불렸던 '통제영학당'은 조선 고종 30년(1893)에 바다를 지킬 구국 인재를 양성하고자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해군사관학교로, '통제영학당지'는 최초의 근대식 해군사관학교가 강화도에 세워졌다는 사실을 되새길 수 있는 장소입니다.
영국 장교들이 교관으로 부임해 교육했으나, 동학농민전쟁과 청일전쟁 등의 영향으로 교육이 순조롭게 이루어지지 않았고, 1896년 5월 영국군 교관들이 귀국한 후 폐교하여 학교 건물은 소실되고 터만 남아있다고 합니다. 네이버 지도에는 조선수사해방학당본관터로 표시되어 있네요.
구 강화대교라고 쓰인 푯말을 따라 더 걸어가면, 인천둘레길 1코스는 평화의 길로 이어집니다.
이 길에서는 십자가와 예수님, 마리아상을 볼 수 있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이곳이 갑곶순교성지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길은 강화도에서 시작해 고양, 파주, 연천, 철원, 화천, 양구, 인제, 고성을 거쳐 통일전망대까지 이어지는 DMZ 평화의 길이기도 합니다. 강화도가 단지 서쪽 끝의 큰 섬이 아니라 여러 장소, 다양한 경험을 만들어주는 길의 시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흔히들 강화도로 들어오는 길이 강화대교와 초지대교뿐이라고 생각하실 텐데요. 이 말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자동차가 오가는 강화대교 옆에 사람과 자전거만 다닐 수 있는 구 강화대교가 있기 때문입니다. 데크길을 따라가면 구 강화대교 입구를 볼 수 있습니다.
이곳이 구 강화대교 입구로, 길을 쭉 따라가면 김포로 나갈 수 있습니다.
'대교라는데 왜 폭이 좁지?'라고 의아해 하셨나요? 구 강화대교의 양쪽 가장자리 길은 강화군민이 사용하는 도시가스와 상수도관이 연결되어 있어, 펜스로 보호하고 있습니다. 구 강화대교는 여러 가지 안전상의 이유로 지금은 사람과 자전거만 통행할 수 있으며, 일몰 시각이 되면 그 또한 통제하니 참고하시기를 바랍니다.
구 강화대교에서 시선을 돌리면 익숙한 풍경에 당황하실 수도 있는데요, 맞습니다.
한쪽으로는 갑곶순교성지와 또 다른 한쪽으로는 갑곶돈대와 마주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도보 여행자라면 여기서 바로 갑곶돈대로 이동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은 아니지만, 강화대교 바로 아래에 강화외성 진해루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해군사관학교인 통제영학당지가 있다는 사실, 구 강화대교를 걸어서 건너는 특별한 경험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구 강화대교를 처음 건널 때는 특별하고 신기한 기분이었는데, 여러분도 그 기분을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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