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 명소 미술관에서

충남 당진시 순성면 성북리 160-1


요즘 장마 기간이라 비가 자주 내린다.

하지만 요즘 내가 방문하는 곳은 날씨가 좋았다.

어제는 비가 왔지만 아미미술관을 방문한 날도 날씨가 좋았다.

혹시 나는 하레온나?^^

아무튼 맑은 날 기분 좋게 아미미술관을 돌아볼 수 있었다.

* 하레온나: 중요한 날이나 여행을 떠날 때 등 이동하는 장소가 높은 확률로 날씨가 맑은 경우, 농담 삼아서 축복을 받았다는 의미로 여자를 가리켜 부르는 별명(일본어). 대조적으로 비가 오는 날을 자주 겪는 여자는 아메온나라고 부른다.

▲ 입구 전경

미술관을 갔더니 매표소 앞에 고양이 두 마리가 우리를 반겨주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가까이 가도 하양이는 움직일 기세도 없이 먼 곳을 바라 보고 있다.

까망이는 우리한테 눈길도 안주고 하양이를 바라보고 있다.

미술관에 어울리는 고양이다. 제 갈 길을 가는 게 예술가 기질이 있다.^^

그런데 매표소 건물 맨 위에 파랑색 현수막이 하나 걸려있다.

'기획전시전 방랑자환상곡'

새로운 기획전을 볼 수 있다니 역시 난 축복 받은 게 틀림없다.ㅎ

어떤 전시가 기획 되어 있을까 기대감을 갖고 입구를 들어섰다.

▲ 미술관 출입구와 전시 안내 책자

폐교를 리모델링해서 미술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아미 미술관은 들어가는 입구부터 색다르다.

분홍색 깃털 장식이 시선을 끈다.

SNS에서 사진 맛집으로 소문날 만 하다.

특별 전시전에 대한 안내 책자는 벌써 모두 소진됐다고 했다.

아쉬운 마음에 안내 책자는 아미 미술관 홈피에서 가져왔다.

6명(권기동, 김상덕, 이가은, 지오최, 허현주, 홍시연)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다음은 이번 전시회에 관한 대략적인 설명이다.

방랑자 환상곡

-이 곳의 태양은 내게 너무 차갑게 느껴지네/

꽃은 시들었고, 인생은 늙었으며/

사람들의 말은 공허한 울림일 뿐,/

어디서나 나는 이방인이라네...-게오르크 필립 슈미트(방랑자)(부분)

방랑자 환상곡(wanderer fantasy)은 이 시에 영감을 받아 탄생한 슈베르트의 작품으로, 형식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작곡한 판타지로 분류된다. 오늘날 판타지는 음악보다는 문학과 영화에서 비현실적이고 초자연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장르로 자리매김했지만, 본래는 '현실적인 기초나 가능성이 없는 헛된 생각이나 공상'을 의미하는 환상을 뜻한다.

중략...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들 역시 환상과 환영에 관한 탐구를 이어가고 있다. 인생 자체가 환영일 수 있음을 표현하고, 타인과 모호한 경계를 이루는 '나'라는 실체에 의문을 던지며, 나를 스쳐가는 타인조차 부유하는 존재임을 드러낸다. 또 도시에서 목격되는 비현실적인 경관이나 환상적인 자연 풍경들을 통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대해 묻기도 한다. 이 외에도 이번 전시에서는 작사의 상상력이 극대화된 미술에서의 판타지까지도 다양하게 아우름으로써 보다 다채로운 환상곡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김남윤 (아미미술관 학예실장)

▲ 이가은

* 작품해설

이가은은 골다공증과 교통사고를 겪은 후

척추와 꼬리뼈에 영구적으로 남은 고통에 시달렸다.

하지만 일부가 잘려도 계속해 자라나는 식물에서 희망을 보고,

역경에 굴하지 않고 살아가는 의지를 배웠다.

그래서 작품에서도 죽은 사람의 뼈 위로 식물이 돋아나거나

풀 위로 두개골이 꽃처럼 피어난다.

특히 뼈에서 식물이 자라나는 이미지는 구불거리는 곡선으로 표현되어

꿈틀대는 삶의 의지를 보여준다.

즉 삶과 죽음의 순환을 통해 시작과 끝이 이어지는 이치를 다루며

삶 자체가 변화 과정이자 실체 없는 환영일 수 있음을 제시한다.

처음에 이가은님의 작품을 만나면 설치 공간과 작품과의 조화가 잘 이뤄져서 탄성이 절로 난다.

화려한 그림을 자세히 보니 여자의 몸에 뼈가 드러나고 결국 뼈만 남는다.

작품 설명을 읽어보니 작가는 자기의 경험을 그대로 작품에 투영했음을 알 수 있다.

▲ 홍시연

* 작품해설

얼룩말은 현대 사회에서 내면을 숨기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얼룩말의 무늬는 나약함과 상처를 숨기면서 동시에 주목 받으려는 욕망을 지닌

현대인의 이중성을 드러낸다.

얼룩말을 모티브로 한 홍시연의 작품은 흑백이 주는 대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얼룩말의 얼룩 무늬는 포식자의 눈을 피하기 위한 위장 용으로 많이 사용되지만,

우리 인간에게는 시선을 사로잡는 색채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

▲ 지오최

* 작품해설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은 지오최가 올해 미국 유타와 네바다의 국립공원 레지던시에서

한 달 동안 머문 결과물이다.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광활한 대자연은 사실적인 기반 위에

상상을 가미하여 환상적인 풍경으로 표현되었다.

또 하늘에 계란프라이나 포도가 배치되어 생경함을 주는 협곡 풍경은

이성과 논리로부터 무의식을 해방시킨다.

작가는 현실과 꿈이 교차하는 낯선 시공간에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경험, 감정을 통합시켜 관람자와 공유하고자 한다.

하늘에 떠다니는 계란 프라이가 신선함을 준다.

시들어가는 대자연의 식물과 대비되는 포도의 생생함은 우리를 작품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 허현주

* 작품해설

이 세상의 유한한 존재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형태를 가지며,

언젠가는 사라지게 되어있다'

허현주가 오랜 기간 병을 치료하며 얻은 결론이다.

작품에서도 실존하는 존재가 유무(有無)의 경계에 놓이는 순간을 조명하는데,

이를 위해 매년 동일한 장소에서 사람들의 움직임을 연속 촬영하여 변화 과정을 기록한다.

사람들은 캔버스 위에서 붓으로 수만 번 점을 찍어내는 집요한 작업 과정을 거쳐

재가 되어 흩어지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단단한 형체를 해체하여 에너지를 상실하고

마침내 사라지는 존재임을 표현한 것이다.

해설가가 마침 허현주님 작품을 해설해 주고 계신다.

수만 번 점을 찍어내는 작업을 거쳤다고 하니, 그 수고로움에 이 작품에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언젠가는 사라지게 되는 우리 모습이 이 작품을 보면서 따라 걸으면 우리도 작품과 일체가 되는 것 같다.

▲ 김상덕

* 작품해설

김상덕은 귀엽지만 기괴한 대상, 화려한 겉모습에 숨겨진

위험한 상황 등 매력적이지만 직접 경험하고 싶지 않은 모순적인 판타지 세계를 다룬다.

그래서 사람을 유혹하여 잡아먹는 괴물들은 귀여운 외모를 지니고 있고,

이들을 무찌르려 등장한 영웅은 타락할 수 있는 불안정한 존재로 묘사된다.

작가는 이처럼 '실재하지 않는 혼란'을 안전 지대에서 관망하면서

가상의 섬뜩한 광경을 창조하여 은밀한 욕구를 충족하고

관람자를 혼돈 속에 빠뜨린다.

이 작품을 보면서 한참 전에 화제였던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생각났다.

어렸을 때 했던 게임들을 서버이벌 생존 게임으로 바꿔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보여주는 그 드라마가 이 그림에 투영 되는 것은 왜 일까?

사람을 잡아먹는 착해 보이는 노랑 괴물 아래 웃으면서 뛰어다니는 사람들은

자본주의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네 모습 같아 씁쓸하다.

▲ 권기동

* 작품해설

권기동의 작품은 황량한 미국 서부 도시 풍경을 그린 연작으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에서 체류했던 경험을 담고 있다.

이들 풍경은 다양한 장소의 사진을 수집, 편집, 재구성한 것으로 마치 영화 세트장을 연상시킨다.

특정 풍경을 재현한 듯하지만, 실제로는 허구적으로 조작되거나 연출된 풍경인 것이다.

이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흩뜨리고

과장과 강조를 통해 불안과 유머를 동시에 자아낸다.

권기동님의 작품은 사람들을 자세히 살펴 보게 된다.

복장에 계절감이 결여되어 있고, 어디선가 본 할아버지도 등장한다.

어린 자녀가 있는 분이라면 사람 찾기 놀이를 해보라고 해설가가 귀뜸을 해준다.

▲ 다양한 실내공간

특별 전시장 외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다양한 실내 공간이 준비되어 있었다.

분홍 깃털과 파랑 깃털, 하얀 나무가 있는 공간.

어디에서 사진을 찍어도 예술 작품이 된다.

국민학교 시절에 사용했던 책 걸상이 창으로 들어오는 빛과 창밖의 초록 잎과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이 된다.

▲ 야외모습

밖으로 나오니 커다란 봉오리의 수국은 벌써 지고 없고, 꽃이 시들어 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모습 그대로 주위 초록 잎들과 조화를 이뤄 풍경이 너무 이쁘다.

▲ 뒤뜰 기념품샵

미술관을 등 뒤로 하고 오른쪽으로 길을 돌아 드니 뒤뜰이 나온다.

뒤뜰에 영상이 나오는 작은 건물과 기념품 가게는 비밀의 정원에 온듯한 신비로움을 준다.

문을 열고 잠깐 들어가 봤다. 아기자기한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우리 일행은 여기 뒤뜰 공간이 있는 줄도 모르고 전시관만 들렀다고 했다.

하지만 여기 뒤뜰 공간을 못 본다는 건 너무 아쉽다.

여기까지 보고 간다면 힐링이 배가 될 것이다.

아미미술관

충남 당진시 순성면 남부로 753-4

- 입장료 성인: 7,000원 그외: 5,000원

- 입장: AM10:00~PM 6:00

* 2024.07.19. 방문

※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 영이님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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