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천 상류 정비사업 후 둘러본 옛 수원지

금학생태공원

충남 공주시 금학동 111-1


늘 보던 풍경, 항상 곁에 두던 사물이 어느 날 문득 새롭게 보일 때가 있습니다. 며칠 전, 공주시 금학생태공원을 찾았다가 그런 경험을 했습니다. 금학생태공원은 지난 8월부터 진입로 재포장 및 인도 보수공사를 해왔습니다. 9월 말이면 공사가 끝나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 며칠 전 오랜만에 금학생태공원에 다녀왔습니다.

▲ 10월 말, 공주시 금학동주민자치회는 '2024 금학동 골목길 벽화그리기사업'을 마쳤다.

금학생태공원 초입에 들어섰는데, 낯선 풍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전봇대에 걸린 현수막을 보니, 10월 말 금학동주민자치회에서 '2024 금학동 골목길 벽화 그리기 사업'을 끝낸 모양이었습니다. 궁금해서 골목길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주택 담벼락에 알록달록 예쁜 꽃들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지나가는 주민께 벽화에 대해 여쭈니, "아주 깨끗하게 해줘서 고맙지."라며 높은 만족도를 보이셨어요.

▲ 2024 금학동 골목길 벽화그리기사업'이 끝난 후의 금학동 양지마을2길(1)

▲ 2024 금학동 골목길 벽화그리기사업'이 끝난 후의 금학동 양지마을2길(2)

그런데 벽화를 구경하다 이 골목의 주택들을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집집이 색깔은 조금씩 달랐지만, 골목 안에 자리한 주택들이 한결같이 붉은 벽돌집이었기 때문입니다. 앞서 벽화 사업에 흡족한 답변을 주신 어르신 댁도 붉은 벽돌집이었습니다. 1990년대에 직접 집을 짓고 이곳으로 이사하셨다고 합니다.

벽화 그리기 사업이 끝난 금학동 양지마을 2길을 돌아보고 나서 금학생태공원 진입로로 이동했습니다. 다른 때와 달리 마을 주택을 찬찬히 살피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놀라웠습니다. 예전에는 왜 그 많은 붉은 벽돌집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까요? 붉은 벽돌집이 아닌 곳을 찾기가 더 어렵던데 말입니다.

▲ 재포장한 금학생태공원 진입로

▲ 금학생태공원 진입로 재포장 및 인도 보수공사로 정비된 제민천(濟民川) 상류

▲ 보수 공사를 마친 인도

붉은 벽돌집들을 구경하며 금학생태공원 진입로에 당도했습니다. 정비를 끝내서 진입로 일대가 깨끗해 보였습니다. 제민천(濟民川) 좌측으로는 흙길 대신 포장된 도로가 나 있었습니다. 전에는 인도로만 사용되던 좁은 길이 차 한 대는 지나갈 수 있게 넓혀졌습니다. 서행해야 하지만, 금학생태공원 진입로에서 주차장까지 거리가 단축되어 앞으로 이용자가 늘 것 같습니다.

▲ 금학생태공원 주변의 주택(1)

새로 난 길로 들어서 금학생태공원으로 이동해 봤습니다. 도로 주변의 집들도 붉은 벽돌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쪽은 밝은 계열의 벽돌집이 더러 보였습니다. 그런데 커브길 인근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주택을 발견했습니다. 주택 앞쪽과 뒤쪽의 벽돌색이 확연히 달랐습니다.

목적지인 금학생태공원보다 붉은 벽돌집에 더 관심이 생긴 터라 떨어진 감잎을 쓸고 계신 어르신께 다가가 봤습니다. "어르신, 말씀 좀 여쭙겠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넨 뒤, 주택 앞쪽과 뒤쪽의 벽돌 색깔이 다른 이유를 듣게 됐습니다. 주택 앞쪽은 지금 나이가 50대 초반인 아드님이 고등학교 2학년 때 신축했고, 주방이 있는 뒤쪽은 그보다 훨씬 뒤에 지었다고 합니다. 대략 1990년~2000년대에 지어진 주택인 듯했습니다. 벽돌집 이야기로 시작한 대화는 어르신이 공주로 시집오셨다는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일대는 논과 밭뿐이었고, 집 바로 앞에 제민천이 접해 있어서 여름이면 물이 넘쳐 집 뒤 산길로 오가곤 했다고 합니다. 대화 끝에는 포장도로가 생기면서 차들이 자주 집 앞을 지나다녀서 불편한 점이 많다는 애로사항을 들려주시기도 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편리한 일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불편을 준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습니다. 금학생태공원 진입로 서행! 반드시 지켜주셔야 하는 이유입니다.

▲ 금학생태공원 주변의 주택(2)

▲ 금학생태공원 주변의 주택(3)

어르신 댁을 떠나며 일대 주택을 살펴보았습니다. 어르신 댁처럼 주택의 일부를 고쳐서 붉은 벽돌만 남은 집도 있고, 밝은 계열의 벽돌을 사용한 주택도 보였습니다. 사진으로 소개할 수는 없지만, 심지어 벽면에 페인트로 벽돌 모양을 그려 넣은 주택도 있었습니다.

▲ 다양한 색과 문양을 넣은 벽돌들

이쯤 되면 벽돌로 지은 건축물의 변천사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벽돌의 사용은 삼국시대로 올라갑니다.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의 5호분과 무령왕릉이 대표적입니다. 부여 능산리 고분군에서는 벽돌무덤이 축조되지 않았으나, 무덤의 바닥에 벽돌을 깔거나 입구를 벽돌로 폐쇄하는 등 벽돌의 사용은 중단되지 않았습니다.

근대의 대표적 붉은 벽돌조 건물로는 성당이 있습니다. 우리도의 아산 공세리성당(1922년 건립), 당진 합덕성당(1929년 건립), 공주 중동성당(1937년 건립)이 쉽게 떠오릅니다.1913년에 신축된 논산 구 한일은행 강경지점 건물로 대표되는 은행 건물도 있습니다.

정말 궁금했던 현대의 붉은 벽돌조 건물에 관련된 자료는 거의 찾지 못했습니다. 만, 서울 성동구에서 2017년부터 1970년~1990년대에 붉은 벽돌로 지어진 공장, 창고, 주택 등을 보전·지원하고 있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공주시 금학동에서 본 붉은 벽돌조 주택들도 비슷한 시기에 지어졌으리라 예상합니다.

▲ 금학생태공원 생태습지 (1)

▲ 금학생태공원 생태습지(2)

▲ 금학생태공원 생태습지(3)

포장도로를 따라가다 붉은 벽돌조 주택이 더는 안 보이는 지점에서 생태습지(3차)를 만났습니다. 공사 이전과 달라진 점은 크게 눈에 띄지 않았으나, 원인 모를 악취가 풍겨 신경이 곤두서게 했습니다. 11월이지만 낮에는 그리 바람이 차지 않아서 테크길을 따라 걸어보면 좋을 텐데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악취 건은 다른 날을 잡아 확인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 제민4교 인근에 '공주 남혈사지 '안내판이 세워졌다.

▲ 동네에서 금학생태공원으로 바로 갈 수 있는 디딤돌이 내(川)에 놓였다.

▲ 금학생태공원 진입로 정비 후 전에 잘 보이지 않던 작은 교량 '진주교'가 보인다.

상류 쪽으로 오르다 보니 제민4교(濟民4橋)가 나타났습니다. 전에는 없던 '공주 남혈사지' 안내판이 보였습니다. 남혈사는 고려의 고승 정진(靜眞)이 출가했다는 명찰로 26m에 달하는 석굴이 절터 동편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절터에서는 연화문 기와, 명문 기와, 높이 21cm의 금동보살입상의 동체(胴體)가 발굴되었으며, 1982년 충청남도 기념물로 지정돼 있습니다. 남혈사지는 개인 땅을 지나야 찾아갈 수 있어 찾기가 쉽지 않은데, 안내판에 정확한 위치가 표시돼 있어 남혈사지를 방문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듯합니다.

이전보다 남혈사지를 둘러보고 금학생태공원으로 이동하기도 수월해졌습니다. 이번에 공사하면서 제민천에 디딤돌이 놓여 남혈사지에서 진주교 쪽으로 내려와 금학생태공원 아랫저수지로 바로 갈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 분수대가 설치된 금학생태공원 아랫저수지 (사진 공주시)

▲ 금학생태공원 윗저수지에서 내려다본 아랫저수지

금학생태공원 아랫저수지에 당도해 보니, 이곳에도 변화가 보였습니다. 전에 없던 분수대가 설치돼 있어 깜짝 놀랐습니다. 2023년, 금학동 주민자치회에서 신청한 '충청남도 2023년 관광자원 개발 공모사업'이 선정돼 총사업비 8억 1천만 원을 투입해 추진한 사업의 결과였습니다. 11월 한 달 동안 매일 2회씩 시범 운영한 뒤 내년부터 정상 가동된다고 합니다.

▲ 금학생태공원 아랫저수지 아래에 조성된 생태습지(1차)

공주시 보도자료를 보니 이번에 설치된 분수대는 10m 높이의 원형분수 1대, 곡사 시간차 분수와 모닝글로리 분수가 각각 16개씩 배치됐다고 합니다. 첨부된 사진 자료를 보니, 분수대가 가동될 때는 멋진 장면이 연출돼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그러나 분수대가 가동되지 않을 때는 금학생태공원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흉물스럽게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게다가 금학생태공원 아랫저수지 바로 밑에 조성된 생태습지는 악취가 진동해 코를 막지 않고는 지나다닐 수 없을 정도였기에 우려되는 바가 컸습니다. 금학생태공원 아랫저수지에 설치된 안내문에 따르면 1960년대 옥룡정수장 신설, 1970년대 금학정수장 추가 설치, 월송동 정수장 설치로 금학동 수원지가 폐지 되었다고 합니다. 그대신 오랜 시간 수질 확보를 위해 주변환경이 관리돼 오면서 자연경관을 잘 유지하고 있어 생태공원으로 조성되었고, 도시 발전사에서 큰 의미를 갖는 유산이라고도 적혀 있습니다. 대부분의 방문자는 주미산 등산이나, 수려한 자연 경관에서 위안과 쉼을 얻고자 금학생태공원을 찾는다고 생각하기에 일의 순서에 의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 공주시 금학동의 구옥

금학생태공원을 떠나 공주 원도심을 지나오며 살피니, 금학동뿐만 아니라 도시 전체에 붉은 벽돌조 건물이 많았습니다. 1970~1990년대를 상기시키는 주택들을 보면서 한때 제민천 하류에 쌓인 모래가 튼튼한 벽돌 재료로 각광받았다는 모 향토연구가의 전언이 떠올랐습니다. 편리와 볼거리 제공을 앞세워 직선 형태로 내(川)를 조성하는 것이 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그의 울림 있는 발언은 귀가하는 내내 귓가를 맴돌았습니다.

금학생태공원

○ 위치: 공주시 금학동 111-2

○ 운영시간:연중 무휴

○ 주차시설: 사계절 썰매장 아래 공용주차장

* 촬영일: 2024.11.04(월)

※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 엥선생 깡언니님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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