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계절에 가든 멋진 풍광

충남 공주시 사곡면 운암리 567


다른 나라나 타지역을 방문하는 목적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은연중에 내게 익숙하지 않은 자연, 문화, 인물을 통해 내 주변을 돌아보는 일은 다수가 공통으로 겪는 일이 아닐지 생각됩니다. 10월 말, 전북특별자치도 부안에 소재하는 내소사를 방문했을 때도 그러했습니다.

▲전북특별자치도 부안군 소재의 내소사(來蘇寺) 대웅보전과 삼층탑

내소사는 633년(백제 무왕 34)에 혜구두타 스님에 의해 창건된 천년고찰로 알려져 있습니다. 임진왜란 때 모든 전각이 불타 없어졌다가 1633년(조선 인조 11)에 청민선사가 중수한 사찰로, 내소사는 '이곳에 오면 새롭게 태어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의 3대 전나무숲의 하나로 꼽히는 전나무길, 천년 세월을 이겨낸 할머니 당산나무, 700년 수령의 할아버지 당산나무 등 볼거리, 자랑거리가 많은 곳입니다. 문화재는 내소사 고려 동종, 영산회괘불탱 등이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보물인 대웅보전과 전북유형문화유산인 3층 석탑에 관심을 두고 둘러봤습니다.

내소사 삼층탑은 전체적으로 신라의 석탑 양식을 보여 주는데, 가늘고 규모가 작은 고려 석탑의 특징도 엿보입니다. 석가모니불을 모시는 대웅보전은 쇠못을 쓰지 않고 목재만으로 지어졌다고 하며, 천장의 화려한 장식과 꽃무늬로 조각한 문살은 당시 대목장들의 뛰어난 솜씨를 보여 줍니다.

▲ 공주 마곡사 극락교(極樂橋) 일원

▲ 공주 태화산 마곡사 표지석

사람들은 흔히 '춘마곡추갑사(春麻谷秋甲寺)'라 하여 봄에는 마곡사의 봄 풍경이 좋고, 가을에는 마곡사 말사인 갑사의 풍경이 좋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합니다. 그러나 마곡사와 갑사를 가 보신 분들은 두 곳 모두 어느 계절에 가든 멋진 풍광을 보인다는 걸 알고 계실 거예요.

며칠 전 단풍철에서 조금 비껴갔다는 걸 알았지만, 늦게나마 단풍 구경을 겸해 대광보전(大光寶殿)과 오층석탑을 둘러보고자 마곡사에 다녀왔습니다. 특히 국가 보물로 지정된 마곡사 오층석탑은 현재 국보 지정 예고에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자세히 살펴보고 싶었습니다.

▲ 마곡사 북원의 가람 배치(①대웅보전 ②대광보전 ③ 오층석탑)

▲ 교화의 공간인 마곡사 북원(北園)의 대광보전과 오층석탑

마곡사는 공주시 태화산에 자리 잡은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입니다. 640년(선덕여왕 9년) 창건한 것으로 기록되고 있는데요, 가람 배치는 마곡천(麻谷川)을 중심으로 남원(南園)과 북원(北園)으로 나뉩니다. 관심 있게 보고자 한 대광보전과 오층석탑은 교화의 공간인 북원에 자리해 있습니다. 대광보전은 극락교(極樂橋)를 건너면 북원 중앙에 자리하며, 오층석탑은 대광보전 앞에 있습니다.

아직 고운 단풍이 시선을 끄는 남원에는 추()마곡에 스며든 방문객들이 운집해 있었습니다. 만, 그에 비해 단풍 스폿이 적은 북원에는 전각을 둘러보는 방문객이 더러 보일 뿐이었습니다. 모처럼 고즈넉한 산사의 분위기 속에서 무수히 봐왔어도 늘 같은 것만 봐 왔던 오층석탑과 대광보전을 자세히 살피게 되었습니다.

▲ 마곡사 오층석탑 (五層石塔)

마곡사 오층석탑을 먼저 둘러봤습니다. 이 탑은 원나라 간섭기였던 고려 후기에 당나라 라마교의 영향을 받아 세워진 탑이라고 하며, 다보탑 혹은 금탑이라고 불립니다. 마곡사 오층석탑은 대광보전이 화재로 소실 됐을 때 훼손되어 원래 탑재가 아닌 화강암으로 보수한 곳이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양호한 보존 상태를 보입니다.

탑의 전체적인 형상은 평면의 폭이 좁은 반면 탑싱의 높이가 높아 세장(細長)한 모습을 보이는 전형적인 고려시대 석탑이라고 합니다. 탑의 전체 높이는 8.76m입니다. 5층의 몸돌(탑신; 塔身)을 올린 후 '풍마동(風磨銅)'이라고도 불리는 1.8m의 금동보탑을 옥개석 위에 올린 특징을 보입니다. 그 때문에 탑 위에 탑을 쌓은 것은 우리나라 석탑에서는 유일하고 희귀한 사례로, 당시 불교문화의 국제적인 교류를 알 수 있는 석탑입니다.

▲ 마곡사 오층석탑 일층 몸돌에 새겨진 자물쇠

▲ 마곡사 오층석탑 이층 몸돌에 새겨 사방불(四方佛)

마곡사 오층석탑 몸돌에 새겨진 자물쇠와 동서남북의 사방불을 유심히 살펴본 적이 있으신가요? 보령 성주사지 삼층탑 몸돌에서 고리 달린 자물쇠를 보신 분들은 금방 이미지를 떠올리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규모가 큰 부안 내소사의 삼층석탑 면석에는 아무런 장식이 없습니다.

본래 사찰의 탑은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시기 위해 세웁니다. 탑의 자물쇠 또는 문고리 모양은 석탑 내부에 사리가 있음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모든 사찰에 진신사리를 둘 수 없어 부처님 말씀을 적은 불경을 보관하기도 합니다. 마곡사 오층석탑 맨 아래 기초석에는 흐릿하여 분간하기 어렵지만, 게의 눈과 같은 모양도 새겨져 있습니다. 이를 해목형 안상(蟹目形 眼象)이라 하는데 이는 현존하는 석탑에서 최초로 발견된 사례로 학술적, 예술적 가치가 크다고 합니다.

▲ 마곡사 대광보전의 편액과 조풍(?)

마곡사 오층석탑 뒤에는 주불을 모신 대광보전이 자리합니다. 임진왜란으로 불 타 없어진 것을 1735년(정조 9년)에 다시 지었다고 합니다. 이날은 국가 보물인 대광보전의 편액과 편액 양끝 하단에 보이는 조풍과 전면 창호의 다양한 문살을 살펴보았습니다. 마곡사 두 개 본전 중 하나인 이곳의 편액은 영정조시대 예원의 총수였던 표암 강세황의 글씨로 알려져 있습니다.

▲ 마곡사 대광보전의 물고기를 문

▲ 마곡사 대광보전의 여의주를 물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용

대광보전 전면 가운데 양쪽 기둥 위 용머리가 보입니다. 현재 '조풍'이라는 정보가 유일한데 그마저도 한자 표기가 없고 검색도 안 되어 용어에 대한 진위 여부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자세히 보면, 양쪽의 용의 표현이 다릅니다. 전면을 기준으로 오른쪽 용은 물고기를 물고 있고, 왼쪽의 용은 아무 것도 물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이나 여의주를 물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왼편 용의 입 안을 자세히 보면 우측 하단의 이빨이 쪼개져 있는 것으로 미루어 무언가를 물고 있었다는 것에 무게가 실립니다. 불교에서 용은 불교를 지키는 성중(聖衆)으로 수용되었으며, 특히 신라시대에는 호법룡신앙이 깊었다고 합니다. 또한 물고기는 풍요와 풍부를 상징하며, 불자에게 있어서는 수행정진할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참고로 부안 내소사의 경우, 물고기를 물고 있는 용이 대웅보전의 처마 양끝에 보입니다.

▲ 마곡사 대광보전 문살

부안 내소사의 꽃 문살은 한국적인 장식문양의 최고 수준을 자랑합니다. 마곡사 대광보전은 전면 5칸에는 3짝씩 문을 달았습니다. 마곡사 대광보전의 문살은 내소사 문살에 비해 화려하지는 않지만, 수수하며 정교하며 꽃 문살을 섞은 조각으로 장식하고 있습니다.

▲ 마곡사 대광보전 용마루의 청기와

마지막으로 마곡사 대광보전의 청기와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마곡사나 내소사처럼 규모가 있는 사찰에는 사찰을 지을 때 나라에서 청기와를 내렸다고 합니다. 호사가들이 만든 이야기인지는 모르겠는데, 죽어 저승에 가면 염라대왕이 "마곡사 청기와를 보았느냐?"라고 묻는다고 합니다. 이때 "봤습니다."라고 답하면 극락으로 간다고 하니, 마곡사를 찾으면 대광보전 용마루 가운데에 있는 청기와를 관찰해 보시길 바랍니다. 청기와를 자세히 보고 싶은 분은 대웅보전으로 올라가 대광보전을 내려다보시면 좋습니다.

▲ 마곡사 고방

▲ 세계문화유산 '마곡사'

방문객들이 거의 걸음 하지 않는 심검당(尋劍堂)과 고방(庫房)은 충청남도 유형문화유산입니다. 스님들이 일상생활을 하는 심검당의 마루 한쪽에는 1654년(효종 5)에 만들어진 마곡사 동종과 목어 등이 놓여 있고, 심검당 북쪽에 있는 2층 창고인 고방에는 조선시대 문신인 포저 조익(1579~1655)과 그의 셋쨰 아들 송곡 조복암(1609~1671)의 문집 목판이 보관돼 있다고 합니다.

꽃 피고 단풍 드는 계절이 아니어도 살펴볼 곳이 많고 새로운 것이 보이는 천년 사찰 마곡사입니다. 일 년 중 어느 때도 좋으니, 꼭 한 번 다녀가 보시길 바랍니다!

마곡사(麻谷寺)

○ 주소: 공주시 마곡사로 966

○ 마곡사 이용 및 소식: http://www.magoksa.or.kr

○ 촬영일: 2024년 11월 22일(금)

※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 엥선생 깡언니님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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