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항여객선터미널에서 아침7시 출항하는

한산농협카페리2호를 타고

아직은 채 어둠이 가시지않은 바다위를

1시간40여분 달려 좌도에 도착했습니다.

면적은 1.127km2로 한산도와는 900m

거제도와도 1km정도뿐이 떨어져있지않은,

중간에 낀 작은 섬으로 ‘한산도를 보좌하는 섬’

이라 하여 <좌도>라는 명칭이 붙었다고 합니다.

동좌마을에 내린 사람은 오로지 단 한명....

바로 접니다.

관광섬이 아니라 일단은 편의시설은

눈에 띄이지 않았고 사람도 거의 보이지않아

적막한 느낌마저 감돌았습니다.

하긴 이섬에 온다고 했을 때

통영 원주민들조차 어디?? 하면서

재차 물어봤을만큼 인지도가 없는 섬이었습니다.

동좌항에서 내려 마을 우측으로 걸어가면

마을중간에 뒤쪽으로 큰 길이 나있는데

그곳을 지나 해안가로 내려오면

서좌마을까지 이렇게 잘 포장된

도로가 이어져 있습니다.

쉬엄쉬엄 걸어도 서좌마을까지는

20여분정도뿐이 안걸리는데

딱히 볼거리가 없는 약간은 지루한 느낌입니다.

물위로 비친 서좌마을의 모습이

참 아름다워보입니다.

서좌마을 섬의 끄트머리 작은 땅위에

교회하나가 서 있는데

바다위에 비친 풍경을 사진에 담아보니

어느것이 하늘이고 어느것이 바다인지

가늠이 안될정도로 둘다 투명해서

마치 공중에 둥둥 떠있는 환상적인 풍경이었습니다.

예배당 종소리에 이끌려 교회를 찾아들어가니

달그락거리며 밥짓는 소리와

고슬고슬 잘익은 밥짓는 냄새가

너무 맛있게 스며듭니다.

밥한술 얻어먹고 갈까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차마 그것까진 못하겠어서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위성지도를 열어보니

딱히 산이랄 것도 없는 <당산>이라는 곳이 있어서

마침 지나가는 마을 주민에게 물어보니,

길이 없어서혼자 가긴 힘들거라고

같이 가자면서 감사하게도 험한 산길을

먼저 앞장서서 15분정도를 같이 올라가면서

안내를 해주셨습니다.

예전에는 이곳에 마을주민들이 모여서

정월대보름이면 당산제도 지내고

풍어를 기원하는 제사도 지냈었다고 하는데

마을사람들이 계속 줄어들면서

이제는 주민들조차 찾지않아 무너진 돌무더기만이

이곳이 당산이었음을 알려줄뿐이었습니다.

주민분을 먼저 돌려보내고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왔던길을 더듬어 내려가는데 이런!!

길이 감쪽같이 사라져버렸습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한참을 계속 헤메다가 어쩔수없이

휴대폰에서 위성지도를 켜고 마을을 타겟잡아

직선으로 산을 뚫으면서 앞으로 전진하다보니

나오는 폐가 한 채..

이거라도 나오니 어찌나 반갑던지~

폐가 마루에 걸터앉아 가져온 음료와 카스타드를

먹으면서 한숨 돌리고 마을로 내려왔습니다.

서좌마을에서 동좌마을로 넘어오는 등산로는

정비도 잘 되어있고 올라오다보니

제법 큰 홍매화 나무들이 군락을 이루어

꽃망울을 튀울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꽃피는 봄이 오면 이곳 서좌마을에

홍매화가 만발한 모습을 상상하니

시기를 앞당겨 온 것이 살짝 아쉬웠습니다.

산중에 왠 또라이가 나타났다고

신고 들어올까 걱정됩니다 ㅋㅋ

아무도 찾지않는 이 산중에 푹신한 낙엽위에 누워

잠시 눈을 감아봅니다.

바람한점 없이 고요하고 따스하게 쏟아지는

햇볕까지 봄날처럼 이렇게 포근할 수가 없습니다.

산길을 다 내려오자마자 보이는 이곳은

폐교된 한산초등학교 좌도분교터입니다.

이곳에서 태어나신 마을 어르신의 얘기를 빌자면

원래 이곳에는 학교가 없어서 나룻배를 타고

한산도로 학교를 다니던 3명의 학생이

나룻배가 전복되는바람에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그 일을 계기로 이곳 좌도에 세워진 학교가

바로 이 좌도분교인데 70년대초에는

130여명의 학생이 다녔을정도로

꽤 많은 학생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공부하던 교실은 이미 사라지고

시끌벅적이며 뛰어놀았을 작은 운동장에도

잡풀들만이 우거져 자라고 있었습니다.

섬이 작기도 하고 산이라고 할만한 것도 없어서

섬을 한바퀴 돌았는데도 시간이 많이 남아

동좌마을로 내려와

아까 올라갈 때 보았던 정자에서 끼

니라도 떼울겸해서 다시 갔는데..

생각을 잘못한거 같습니다.

정자에 바람이 미친 듯이 불어제끼는데

볼때기 떨어지는줄 알았습니다.

전투식량을 먹는데 너무 추워서 콧물은 자꾸 나오고

손은 곱아서 젓가락질이 안되는데

그와중에도 먹고 살겠다고 꾸역꾸역

한톨 남김없이 싹싹 긁어먹었습니다.

밥 다 먹고 너무 추워서 짐 싸들고

다시 폐교로 가서 따뜻한 곳에 자리깔고 누워서

뱃시간까지 놀다가 내려왔습니다.

내릴때도 혼자, 탈때도 나 혼자인데

황송하게도 이 큰배가 저를 모시러 왔습니다^^

뜨끈한 온돌 선실에 누워 등지지면서

혼자 전세내고 잘 다녀왔습니다.

통영시민들에게조차 익숙하지 않은섬

좌도는 일찍이 매화나무를 심어 매화의 섬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한산도와 추봉도가 다리로 이어진것처럼

지금 좌도도 한산도와 다리로 잇는 작업을

계획중이라 하니 앞으로는 한산도를 들르는

관광객들이 좌도까지 편하게 넘어와

이 섬을 많이 찾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통영섬여행 #통영매화섬 #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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