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 함께한 고양의 전통소리, ‘고양송포호미걸이소리’ 제19회 고양송포가와지볍씨 문화제
고양문화원에서 고양의 전통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경기도 고양특례시는 지난 25일, 고양문화원 야외공연장에서 제19회 고양송포가와지볍씨문화제를 개최했습니다.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22호 고양송포호미걸이보존회가 주최하고 고양가와지문화예술원이 주관하며 고양특례시가 후원한 이 문화제는 고양특례시의 대표적인 전통 정기발표회입니다. 시민들이 자유로이 볼 수 있도록 전석 무료 공연으로 진행됐습니다.
고양송포가와지볍씨문화제는 지난 2004년 고양송포가와지볍씨축제라는 이름으로 처음 개최되었습니다. 송포면 대화리에서 발굴된 5천 년 전의 재배볍씨인 가와지볍씨를 기념하면서 그만큼 일찍 벼농사가 이뤄진 이곳에서 오랜 기간 풍요로운 농사와 함께 농요와 놀이문화가 발달된 것을 보존하는 의미에서 문화제가 탄생되었습니다.
고양시 옛 놀이문화들 중 1998년에 경기도 무형무산으로 지정된 고양송포호미걸이가 대표적입니다. 호미걸이는 마지막 김을 매고 난 뒤 내년을 대비해 ‘호미를 씻어걸어둔다’는 데서 그 이름이 유래됐습니다. 농가의 버릿줄에 호미를 걸어둠으로써 한 해 농사를 마감한다는 의미이지요. 호미걸이는 음력 7월 백중 무렵에 행해졌고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와 함께 농민들이 몸을 쉬고 노는 일조의 축제였습니다.
고양송포호미걸이는 고양시 송포면 대화리 뱀개마을에 전승되었던 두레 공동체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1931년 이후 전승이 단절되었지만 1970년대 소리꾼 김현규에 의해 복원되기 시작했습니다. 1984년 11월 송포호미걸이보존회가 구성되었고 현재는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22호 고양송포호미걸이보존회 조경희 회장을 중심으로 호미걸이를 재현하고 있습니다.
문화제는 고양특례시 곳곳에서 진행됐습니다. 일산 라페스타 광장을 시작으로 킨텍스,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 등 실내외를 오가며 고양의 전통을 전하고자 했습니다. 지난해부터는 더 많은 고양시민들과 함께하고자 고양문화원 야외공연장에서 무료 공연으로 진행됐고 올해도 같은 장소에서 열렸습니다.
조경희 회장은 제1회 축제 때부터 오늘날까지 매 축제마다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총감독과 연희 지도를 맡아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출연진들과 새롭고 신선한 무대를 선보였습니다.
제19회 고양송포가와지볍씨 문화제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로 나눠 각 계절에 맞는 전통적이고 아름다운 공연으로 구성했습니다.
조경희 선생의 춤사위와 타악단 쾌 김보성 단장의 대북 연주가 어우러진 ‘단군, 고양에 가와지볍씨 내리시다!!!’를 시작으로 고양가와지예술단의 ‘고양가와지볍씨 아리랑’, 호미걸이 전수자의 ‘길놀이’로 봄 무대를 나타냈습니다.
여름은 고양가와지예술단과 ACC company(악 컴퍼니)의 공연으로 꾸몄습니다. 고양가와지예술단은 가와지12채농악 모듬북과 태평성대를 위한 축원 울림소리, 모듬북과 음악 난타 무대를 선보이며 호미걸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됨을 알렸습니다.
악 컴퍼니는 퓨전 국악 댄스로 옛 소리를 통해 힙합 댄서들이 현대 춤으로 표현하며 과거와 미래가 어우러지는 무대를 올렸습니다.
가을은 국내 최정상 타악그룹 중 하나인 타악단 쾌의 공연과 고양가와지 민요합창단의 경기민요 ‘풍년가, 태평가, 뱃노래’가 이어졌고 겨울은 호미걸이 전수자들이 가와지 축원덕담소리와 가와지 12채농악 앉은반 공연을 선보였습니다.
문화제의 마지막은 대동놀이로 끝맺었습니다. 대동놀이는 전통적으로 전해오는 농민의 단체 놀이로 모두 함께 어우러지는 정월대보름에 행하는 놀이입니다. 문화제 출연진과 시민들이 다 함께 아리랑을 부르고 춤을 추며 문화제의 끝을 장식한 것이죠.
모든 무대가 마무리된 후 주최 측은 시민들에게 시루떡을 나누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습니다.
공연 중간에는 사회자가 시민들을 대상으로 퀴즈 문제를 내어 정답을 맞추는 이에게 고양가와지쌀을 증정하는 등 고양 전통문화제의 취지를 알리는 데 노력했습니다.
공원에 산책 나왔다가 문화제를 관람했다는 한 시민은 “고양시에 이러한 문화제가 있다는 걸 몰랐다. 잠깐 보고 가려고 했는데 어느새 끝까지 보게 됐다. 고양시 옛 전통을 지키고 수호하는 분들에게 감사함을 표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올해 공연은 지난해와 비슷한 무대 구성이었으나 하나 차이가 있다면 퓨전 국악 댄스를 선보인 청년들의 무대였습니다. 악 컴퍼니의 무대는 고양송포호미걸이소리의 본질을 지키면서 미래 세대의 관심을 이끌 수 있는 콘텐츠를 고민한 결과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다만 야외공연장 무대가 열악한 점이 아쉬운 점으로 꼽혔습니다. 조명과 음향 등 시설들이 좋지 않아 시민들이 공연을 이해하고 즐기기 쉽지 않았습니다. 이 점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로 보였습니다.
매년 가을밤을 수놓은 고양의 옛 소리이자 전통인 고양송포가와지볍씨 문화제. 내년에는 더 많은 시민들 특히 다양한 세대가 어우러지는, 고양의 전통을 즐기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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