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어은정 선비의 길 가을 풍경
순창 어은정 선비의 길 가을 풍경
가을 내려앉은 11월 채계산이 보이는 어은정을 찾았습니다. 어은정은 조선시대 학자이자 문신인 어은 양사형이 1567년에 지은 정자인데요, 정자 앞에는 아름다운 가울 풍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어은정 앞에는 아름다운 섬진강이 흐르고 이 강 건너 남쪽으로 채계산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장군목과 향가유원지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이곳은 바로 옆에 섬진강미술관도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습니다.
게다가 섬진강 종주 자전거길까지 이어져 뷰 좋은 정자 앞은 많은 라이더들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 잠시 쉬어가는 코스이기도 합니다.
바닥을 가득 채운 노란 은행잎은 막바지 가을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샛노란 은행잎 덕분에 어은정 주변 전망대가 환해졌습니다.
어은정 앞 쉼터에는 체계산을 바라보며 사색하는 양사형의 모습이 조각 작품으로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은 2021년 우리동네 공공미술프로젝트로 제작된 작품으로 가을풍경과 노란 달 위에 앉은 선비의 모습이 멋스럽게 잘 어울립니다.
고개를 돌리니 ‘월하미인-숨’이라는 타일벽화작품도 보입니다. 이 역시 같은 시기 만들어진 공공미술프로젝트 작품으로 멋진 풍경을 바라보면서 쉬어갈 수 있는 예쁜 쉼터입니다.
입구 안내판에 소개된 ‘어은정’에 대한 설명을 읽어보았습니다. 양사형은 1579년 사마시에 이어 1588년 문과에 급제한 문신으로서,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키고 공을 세워 벼슬을 받았던 인물입니다. ‘어은정’은 1567년 어은 양사형이 본래 살던 집에서 이곳으로 분가하여 살면서 지은 누정으로 원래 이름은 ‘영하정’이었다고 합니다. 그 뒤 후손들에 의해 여러차례 중건되면서 이름도 ‘어은정’으로 바뀌고 지금의 모습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금의 건물은 1919년에 다시 지은 것입니다.
내부가 개방되어 있어 들어가 볼 수 있었습니다. ‘어은정’의 ‘어은’은 ‘어지러운 세상을 등지고 낙향한 선비들이 내수어가 많이 나는 이곳 섬진강 지역에서 낚시를 즐기며 유유자적한 삶을 산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실제 와보니 너무 잘 어울리는 명당입니다.
어은정은 전라북도 문화재 자료 제132호로 지정되었으며, 남원 양씨 어은공파 종중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의 팔작지붕 기와집으로 지어진 누정은 가운데에 방을 두고 주위에 마루를 둘러 전형적인 누정의 모습을 갖추었으며, 마루에서 섬진강의 수려한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마당 한쪽에는 1988년 세워진 ‘어은정남원양공기적비’ 등 세 개의 비석이 나란히 어은정을 지키고 있습니다. ‘어은정남원양공기적비’를 제외한 나머지 두 개의 비는 각각 2005년, 2016년에 세워진 것으로 비교적 최근에 남원 양씨 어은공파 종중에서 관리하며 세운 것으로 보입니다.
누정 마루의 높낮이가 다른데, 어느 장소에서 보아도 드넓은 섬진강의 모습이 한눈에 보이는 구조입니다. 봄이면 배롱나무 꽃이 예쁘게 피는 마당도 풍경을 감상하는데, 한몫을 합니다.
어은정 편액으로는 현판을 비롯하여 9세손 양재회의 ‘어은정 중수기’, 양진영의 ‘구남어사서’, 9세손 양재전과 당시 지방관이었던 윤병관의 시문 등이 걸려 있습니다. 그중 윤병관의 ‘어은정에 제하다’는 시문은 양사형의 기상을 추모하고, 아름다운 누정을 노래한 시로 지금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어은정 옆에는 열녀 증 숙부인 도강김씨 정려각과 열녀비가 조성되어 있니 함께 살펴보면 좋습니다. 도강김씨는 양사형의 큰며느리로 병과에 급제한 남편 양시진이 반역의 누명을 받고 귀양지에서 억울하게 죽자 3년 동안 하늘의 해를 보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후에 무고가 밝혀지면서 나라에서 지금의 열녀비를 세워주었습니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진 가을에 만나니 참 쓸쓸해 보입니다.
섬진강 따라지어진 많은 누정들은 순창의 선비들이 기상과 풍류를 느끼게 합니다. 섬진강과 채계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명당에서 시를 읊는 선비의 유유자적한 모습도 그려집니다. 지금까지 선비의 고장 순창에서 꼭 가봐야 할 가을 명소 어은정이었습니다.
순창 어은정
전북특별자치도 순창군 적성면 평남길 1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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