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봄철, 여행하기 좋은 계절인데요. 코로나19 이후 여행의 트렌드는 유명관광지를 찾아가기보다 내 지역에서 소소한 이야기를 찾아보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지역 안에서도 가볍게 산책하는 마을여행, 혹은 골목여행도 하나의 형태라고 볼 수 있어요. 한 마을의 골목골목 걷다 보면 마을마다 같은 듯 다른 역사와 숨겨진 이야기를 찾을 수 있습니다.

동구 가양2동 마을산책길 코스

대전시 동구는 16개 행정동에 45개 법정동이 속해있는데요. 동마다 다양한 매력을 갖고 있어서 마을단위로 여행하기 좋습니다.

오늘은 대전시 동구 가양2동 마을산책길을 소개합니다. 코스는 우암사적공원에서 출발해 – 박팽년 유허 - 두껍바위 - 신도 꼼지락 시장 코스입니다.

가양동은 굉잇들 가에 괭이 혹은 갱이라는 마을이 있어 가양동이라 했다는 설과, 햇볕이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이 따뜻하다 하여 가양(加陽)이라 불렸다가 후에 가양(佳陽)으로 바뀌었다고 하는 설이 있습니다.

우암사적공원

우암사적공원 입구(왼쪽은 기국정과 남간정사, 사당 )

우암사적공원은 대전을 대표하는 역사인물 우암송시열이 학문을 닦던 곳에 조성한 기념공원입니다.

1991년부터 조사 및 복원, 신축을 진행해 1998년 4월에 개관했습니다.

원래는 높은 정문과 담장이 둘러쳐 있었는데, 지난 2021년 3월 차량 돌진사고로 무너졌어요. 대전시민의 의견을 수렴해 복원을 하지 않고 그대로 담장 없는 사적공원이 됐어요. 저는 담장이 없는 지금의 모습이 더 좋습니다.

우암사적공원 전각 배치도(네이버지도 활용 제작)

우암사적공원은 우암이 말년에 제자들을 가르치며 학문을 닦았던 남간정사가 있었던 위치에 동구 소제동 우암고택 인근에 있던 기국정을 옮겨오고, 서원이 있었다고 추정되는 위치에 이직당과 명숙각, 인함각, 그리고 사당인 남간사 등 서원의 형식을 갖춰 복원했습니다.

남간정사 담장 밖 정자

우암사적공원의 주인공은 단연 남간정사인데요. 남간정사에 대한 기록 중 '우암연보'에 '정축년(1697년) 홍농에 영당을 세우고 종회사라 했다. 뒤에 강당과 동. 서재를 세우고 춘추의 제향은 생신일과 사망일로 정해 행했다"라고 합니다.

역사적으로 알다시피 고종 때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훼철됐다가 을해년(1935년) '남간사지'에 '을축년(1925) 송자대전판을 중건하였고, 신미년(1931년) 장판각을 남간정사 뒤에 세우고 임신년(1932년)에 기국정을 소제로부터 남간정사 앞에 옮겨 세웠다'라고 합니다.

이후 대전시에서 1978년 담장과 배수로 공사를 하고, 1998년 우암사적공원으로 조성된 것입니다. 그때 중삼문과 협문을 철거하고, 2021년 담장이 철거돼 지금의 모습이 됐습니다.

남간정사와 기국정 / 4월 2일

남간정사는 건축미가 돋보일 뿐 아니라 대청 아래로 물이 흘러 정사 앞 장방현 연못과 함께 사계절 기가 막힌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우암사적공원 장판각(후면)

장판각에는 대전시 유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된 송자대전판이 보관돼 있는데요. 우암의 글과 일대기 등을 모아놓은 송자대전(5,151매)의 목판 11,023판입니다. 원판은 1907년 장판각 화재 때 소실된 것을 1929년 후손과 유림들이 다시 판각한 것이라고 합니다.

장판각 내부

우암사적공원 진입로에서 물길을 따라 남간사로 올라가는 길, 유물관 바로 지난 위치에 홍살문이 있습니다. 이 ㅣ홍살문은 1991년 우암사적공원 조성을 시작할 때 찍은 사진에는 정문이 있던 위치에 있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암사적공원 홍살문

우암사적공원 곳곳 아름다운 풍경 덕분인지 아마도 웨딩사진을 찍는듯한 커플의 모습이 보입니다.

우암사적공원 외삼문(명정각)

우암사적공원 외삼문이 명정각을 통해 이직당으로 들어섭니다. 매우 웅장한 규모예요. 양쪽의 명숙각과 인함각도 멋진데요. 서원에서 기숙사로 쓰였던 건물로 지어진 것입니다. 전각마다 붙여진 이름에는 깊은 뜻이 있는데요. 직접 방문해 안내판을 통해 확인해 보세요.

우암사적공원 이직당(서원이 있던 곳에 세워졌다)

이직당 위로 사당이 남간사로 통하는 내삼문은 현도문으로 '솟을'이 아닌 평삼문입니다. 현도문은 또 무슨 뜻일까요?

사당인 남간사로 통하는 내삼문(현도문)

현도문을 지나 사당인 남간사입니다. 문이 열려 있어요. 안에는 우암송시열선생의 영정사진과 위패가 있습니다. 봄과 가을에 춘향제와 추향제가 열립니다.

남간사 내부 / 우암사적공원 유물관

우암사적공원 유물관에서는 우암의 유품, 기록 등 자료가 전시돼 있습니다. 연정과 저서, 정치행보에 대한 기록 등이 가득한데요. 대전시문화관광해설사가 상주하니 설명을 들어가며 관람하면 좋겠습니다.

우암사적공원 유물관 내 전시자료

박팽년 선생 유허

다음은 우암사적공원 앞 골목길에 조성된 박팽년 선생 유허입니다.

박팽년 유허비각 옛사진((사)대전문화유산울림 자료)

대전의 인물로 우암송시열외에 박팽년 선생이 대전 출신이라는 건 많이 알지 못하고 있는데요.

박팽년 선생은 조선 세조 때 사육신 중 한 명으로 1417년 충청도 회덕현 흥농천 왕대벌, 지금의 동구 가양2동에서 태어나 자랐다고 해요. 이곳에는 현종대에 건립된 유허비가 비각에 남아있던 것이 1989년 3월 18일에 대전광역시 기념물로 지정되었다.

박팽년 유허비

​유허비는 1668년(현종 9) 송시열(宋時烈)이 짓고, 송준길(宋浚吉)이 글씨를 쓰고, 민유중(閔維中)이 전액을 썼다고 합니다. 비의 규모는 높이 141㎝, 폭 59.5㎝, 두께 32㎝이며, 1672년(현종 13)에 지은 비각은 장절정(壯節亭)이라고 했어요. 6·25 때 비각이 파괴되고 방치되던 것을 박팽년선생의 16대손 박상돈 선생이 고쳐 지었다고 합니다.

박팽년유허비각

유허각 앞에 한자로 '六百'이라고 새긴 비석은 2017년 박팽년 선생 탄신 600주년을 맞아 유허지를 자그마한 공원으로 조성하면서 세운 것입니다.

박팽년선생유허 안내판

박팽년 유허각 내 편액

엇? 그런데 단종복위를 꾀하다가 목숨을 잃은 사육신은 3대가 멸족을 당했는데, 박팽년 선생의 후손을 어떻게 살아남아 대대손손 이어졌을까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의하면 "박팽년은 의금부에 하옥되어 공초를 받다가 심한 고문 때문에 옥중에서 사망하였다. 아버지 박중림은 능지처사되었고, 동생 박대년과 세 아들 박헌 · 박순 · 박분 모두 처형되었다. 다만, 손자 박비(朴斐)는 유복자(遺腹子)였기 때문에 처형을 면하였다. 단종 복위를 주도하였던 6명의 인물 중 박팽년만이 후손을 남길 수 있었다."고 합니다.

두껍바위​

다음으로 갈 곳은 우암로 대로변 인도 위에 있는 커다란 너럭바위입니다. 모양이 두꺼비를 닮았다고 해서 두껍바위라고 부르는데요.

두껍바위

요즘 두껍바위는 새끼줄로 묶이듯 둘러 있어요. 철제 울타리를 세워놓은 것이 마을에서 귀하게 관리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두껍바위의 유래

두껍바위에 대한 유래 안내문을 보면 600여년 전부터 마을의 안위와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제사를 지냈다고 합니다.

매년 정월 대보름 전날(음력 1월 14일) 상당신을 모신 산신각과 하당신으로도 부르는 두껍바위에서 제를 올린다고 하네요. 잘 살펴보면 울타리 모서리마다 황토흙이 뿌려진 것을 볼 수 있어요. 정월대보름 제사의 흔적인데요. 황토흙을 잡귀를 물리치는 뜻으로 뿌린 거라고 해요.

두껍바위 사방 모퉁이에 뿌려진 황토

신도꼼지락시장

​다음은 가양동 전통시장인 신도꼼지락시장으로 갑니다. 동네마다 있던 크고 작은 시장들이 사라지고 마트가 들어서기 시작한지는 벌써 오래됐지만, 꽤 큰 규모의 전통시장이 가양동에 남아있어요.

시장 입구

신도꼼지락시장에는 약 70여 개의 점포가 운영된다고 하는데요.

아케이드 형식의 지붕이 있어 날씨와 상관없이 언제든지 쾌적하게 장을 볼 수 있어요. 해마다 동행축제 등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해 시장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시장입니다.

신도꼼지락시장

신도꼼지락시장의 정기 휴무일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요. 점포별로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어서 사실상 연중무휴의 사장입니다.

신도꼼지락시장 고객 쉼터

신도꼼지락시장에서 특별한 공간은 고객쉼터입니다. 꽤 큰 공간을 쉼터로 조성해놓았어요. 시장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사진액자가 벽면에 걸려있고, 테이블과 의자는 다리를 쉬어가거나 간단한 간식거리를 먹어도 좋습니다.

여기에서 신도꼼지락시장의 이름 뜻을 알게 됐어요. 꼼지락은 조그맣게 움직이는 모양을 나타내는 단어잖아요? 바로 '작은 것을 크게 펼쳐 이루다'라는 뜻으로 이름 붙였다는군요.

박팽년유허에서 신도꼼지락시장에 이르는 길에 놓치기 쉬운 또 하나의 볼거리가 있어요. 빌라 건물의 네모반듯하지 않은 건물의 모양 덕분에 만들어진 공간으로 길다란 직각삼각형 모양의 가게예요.

세상에서 가장 작은 가게

주민들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가게'라고 불러요. 건너편에 가양동성당이 있는데, 이곳은 천주교 성물을 만들기도 하고 판매하기도 하는 가게입니다.

또 하나 가양2동 캐릭터 '우암도사와 가양도령'을 찾아보세요.

가양2동 행정복지센터 게시판 위 가양2동 캐릭터

대전시 동구에는 16개 행정동마다 마을 캐릭터가 만들어져있어요. 마을에 따라 캐릭터를 활용한 벤치를 조성하거나 홍보자료 등에 캐릭터를 활용하는데요. 가양2동 캐릭터 우암도사와 가양도령은 각종 게시판 뒷면에 그려져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상 대전시 동구 가양2동 마을여행 코스였습니다. 날씨 좋은 날 따뜻한 봄 햇살 받으며 유유자적 걸어보세요.😊​


📍 우암사적공원: 대전 동구 충정로 53 남간정사

📍 박팽년 유허: 대전광역시 동구 우암로 326번길 28(가양동)

📍 두껍바위: 대전광역시 동구 보훈회관(대전광역시 동구 흥룡로 69) 앞

📍 신도꼼지락시장: 대전광역시 동구 비래서로42번길 119

조강숙 ㅣ 제2기 동구 소셜미디어 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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