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꽃이 몽환적인 '태화강 그라스정원' 속으로
완연한 가을을 맞아 국화 향기, 코스모스 물결로 장관을 이루며 가을 풍경을 만끽하기 위해 태화강 그라스정원을 찾았습니다.
삼산배수펌프가 설치되어 있는 병영교 근방 태화강 둔치입니다.
때마침 이곳 뜨락에서는 가을의 전령사로 불리는 억새, 그라스, 국화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가운데 나들이 나온 인파로 북적거리고 있었습니다.
2022년 남구에서 새롭게 단장한 이곳은 환경적으로 더러운 삼산배수펌프장과 마주하고 있는 지역입니다.
그러나 가장 아름다운 몽환적인 가을꽃들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생각하기에는 가장 더러운 오니에 자라는 연꽃과 같이 고귀하게 느껴졌습니다.
공원은 아름다운 볼거리와 맨발 걷기 등 즐길 거리가 공존하고 있어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선선해진 날씨에 가을빛 꽃향기 가득한 정원을 찾은 관람객들.
삼삼오오 정원을 누비며 꽃의 물결에 취해 가을 정원이 주는 멋과 운치를 한껏 즐기고 있었습니다.
태화강에 무성하게 자란 갈대가 가을 색으로 물들어 바람에 몸을 맡기고 춤추기 시작했습니다.
서슬 퍼런 지난날 결기마저 내려놓고 흐르는 강물에 손 흔들며 눈물 떨구듯 꽃을 날리는 갈대꽃이 마음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가진 것을 조금씩 내려놓는 일이라고 가만가만 나를 타이르는데 어찌 감복하지 않으리오.
태화강에서 유영하는 물까마귀가 그런 나를 달래 주었습니다.
강의 한복판에 생긴 자연 섬에도 국화, 핑크 뮬리, 팜파스 그라스, 코스모스, 물억새와 모닝 라이트 등 억새류가 바람결에 흩날려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어 환상적이었습니다.
도심에서도 계절을 느낄 수 있는 이색적인 가을꽃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정원 담당자의 해설에 따르면 태화강 국가정원에서 버려진 꽃나무를 이곳에 옮겨와 심은 것이 자라나 다양한 꽃을 피운 것이라 더 화려한가 봅니다.
공원 산책길 곳곳에는 쉽게 사용 수 있는 다양한 운동 기구와 휴식을 위한 의자가 마련돼 있고, 운동장도 조성돼 있어 이용 편의를 높였습니다.
정원(庭園, garden)은 집이나 성, 궁전 안에 꾸며져 있는 뜰이나 꽃밭을 가리킵니다.
일반적으로 흙, 암석, 물, 나무 등의 자연 재료와 연못이나 정자, 계단, 조명 등 각종 인공물, 건축물 등을 특정 테마나 양식에 따라 적절한 위치에 배치하여 만듭니다.
한국의 정원은 인공적인 것을 부수적인 요소로 보며 최대한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는 것에 중점을 둡니다.
자연과 인간의 합일적 관점에 기반합니다.
특히 조선 시대에는 하늘은 둥글고 땅을 네모나다는 성리학적 우주관인 천원지방(天圓地方)을 형상화한 연못이 딸린 정원이 많으며 정원 주변이 자연에 어우러지도록 조성합니다.
그리고 연못 하나당 정자가 한두 개씩 설치되며 그곳에서 책을 읽거나 휴식을 취했습니다.
울산 남구는 2028년 국제정원박람회 유치 성공에 이어 2022년부터 태화강 그라스정원을 조성했습니다.
이는 태화강 둔치에 총 4만 2500㎡ 규모의 ‘풀꽃강’, ‘별빛혜윰’, ‘달빛윤슬’, ‘가을꽃내음’, ‘하늬바람’ 등 5개 구간입니다.
정원을 가꾸는 일은 끊임없이 생명과 연결해 인간성에 기대는 일입니다.
꽃은 자신을 해치는 존재를 알아차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알아본다는 사실입니다.
눈도 귀도 입은 보이지 않지만, 보고 느끼고 외부로부터 반응할 줄 압니다.
그래서 정원은 꽃과 교감할 수 있으며 심신에 면역을 키울 수 있습니다.
정원 가꾸기는 마음의 정원을 가꾸는 일입니다.
사람의 마음은 정원과 같아서 자유롭게 가꿀 수도 있고 야생의 들판으로 버려둘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가꾸던, 내버려 두던 무언가는 자라난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유익한 씨앗을 심지 않는다면 잡초가 무성하게 자랄 것입니다.
자고로 자연과 환경, 주변을 잘 인식하여 정원을 가꾸면 마음에 꽃이 피는 것이 아닐까요?
그 어떤 꽃과 나무든 모두 어울려 산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정원을 거닐다 보면 소소한 눈요기부터 묵직한 시유까지 할 수 있습니다. 저절로 마음이 편해지는 이유입니다.
어느 꽃 하나도 튀지 않고, 저들끼리 알아서 어울립니다.
한곳에 모이기도 하지만 수도승이 자신에게 맞는 수양할 곳을 찾아 여기저기 흩뿌려져 자리 잡고 자랍니다.
그러나 그 무리는 서로 닮은 구석이 어디에도 없습니다.
도시에 자라지만 도시인들처럼 외모를 가꾸지 않고 순수함 그대로 오밀조밀하게 피고 아기자기한 자태를 보여 줍니다.
진정으로 아름다운 것은 바라지도, 않을 태세입니다. 아름답게 봐 주기를 바라지도 않고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됩니다.
스스로 얼마든지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아무도 그 아름다움을 시기하거나 질투하지 않습니다. 존재하는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입니다.
스스로 헌신적 열정으로 꽃봉오리 피워 번지는 붉은 단심. 진분홍 꽃잎에 여운을 담아 저절로 감탄사를 내뱉습니다.
톡 만지면 넘실대는 수줍음이 나올 법합니다. 가장 화려한 색으로 불타오르며 누구에게나 차별하지 않고 같은 미소를 보여 줍니다.
태화강 둔치에 있는 그라스정원에 아름답게 피어 꽃에 물어봅니다. 왜 아무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정을 그렇게 듬뿍 주느냐고.
여러 꽃이 무리를 이루고 피어나 속삭이듯 내 어깨를 가만히 짚어줍니다.
그 꽃 앞에 서서 부끄러워하는 나를 발견하고 놀랐습니다.
자연을 감각적으로 담아낸 디자인과 조경으로 된 이 정원은 고즈넉함과 아름다움이 가득한 정원.
꽃과의 교감을 한껏 누려봅니다.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넘어 꽃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감흥을 얻으며 호강을 하고 있습니다.
혼마저 빼앗겨 황홀함에 푹 빠졌습니다.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지는 원림인 태화강 그라스정원에서 꽃의 고귀한 성품과 향기에 취해 가을날의 연가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꽃은 그 향기로 가만가만 나를 유린합니다.
어느덧 나의 마음속에도 그 꽃들이 소리 없이 들어앉습니다.
온몸으로 추궁하는 꽃 앞에서 고스란히 드러난 내 지은 죄의 목록에 견딜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 해당 내용은 '울산광역시 블로그 기자단'의 원고로 울산광역시청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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