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회의 심장

충남 대표 순교 유적지

충남 공주시 교동 산 1-3


눈이 내리면 어디론지 떠나고 싶습니다. 눈이 없는 겨울은 삭막한 느낌이 들어 여행의 맛이 나지 않습니다.

아침 일찍 커튼을 젖히니 아파트 정원의 나무에 눈꽃이 달리고 온 세상이 온통 하얗게 변했습니다. 일기 예보를 보니 오전에 눈이 내리다가 점차 진눈깨비에서 비로 바뀐다고 되어 있어서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어디로 갈까? 가까운 곳에 설경을 담을만한 곳을 찾다가 공주 황새바위성지가 생각났습니다. 공산성이 바로 앞에 바라다보이는 곳, 거룩한 순교성지로서 공원처럼 잘 조성되어 있고 숲이 우거져 있어 언제 가도 정결하고 아름다운 느낌이 나는 곳입니다.

황새바위성지는 공주시를 대표하는 유적지 공산성의 바로 이웃에 있습니다. 공산성 앞 연문광장에 세워진 무령왕 동산이 하얀 옷을 걸쳐 있는 듯 더욱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황새바위는 제민천의 서쪽에 있는 작은 동산입니다. 이곳 소나무에 황새가 많이 살았다고 황새바위라고 불렸다고도 하며, 이곳에 집혀 온 천주교도들이 항쇄(목에 쒸우는 칼)를 차고 바위에 끌려가 처형되었다고 하여 '항쇄바위'라고 불리던 곳이 후에 황새바위로 변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공주는 내포와 더불어 천주교 전파가 가장 활발했던 곳이며, 조선시대 충청감영이 있었기에 천주교인들이 가장 많이 처형된 곳입니다.

충청도·경상도·전라도에서 잡혀 온 천주교 신자들은 감영으로 이송되었으며, 배교하기를 거부할 경우 사형판결 권한을 위임받은 관찰사의 명령에 따라 처형을 당하였습니다. 지금까지 자료조사를 통하여 발굴된 순교자는 총 337명으로 이는 한국 최대의 기록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무심하게도 설경이 무척 아름다워 잘 꾸며진 공원 같은 느낌이 들 뿐이었습니다.

황새바위순교성지 홈페이지에 있는 안내도를 살펴봅니다.

제민천 옆 봉황로 황새바위 앞에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고, 성당 앞 몽마르뜨광장을 지나 사무실 옆으로 여러 갈래의 순례길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빛의 길, 옛기도문길, 침묵의길, 묵주기도길을 따라 한 바퀴 돌다 보면 순교자들의 거룩한 뜻을 마음에 새길 수 있습니다.

황새바위순교성지에 들어서면 두 팔을 벌려 맞이하시는 예수님을 만나게 됩니다.

예수 성심상은 사랑의 근원이신 예수님께서 인류를 사랑하시는 마음의 표현이며, 인간의 응답을 바라시는 예수님의 원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수성심상 옆 나무계단은 누군가 미끄러지지 말라고 벌써 눈을 깨끗이 치워 놓았네요.

성당 건물 앞 눈 쌓인 작은 공터는 몽마르뜨광장이라고 불립니다. 몽마르뜨는 파리 시내에 있는 동산으로 ‘순교자의 언덕(Mont des Martyrs)’에서 유래하였다고도 합니다.

2001년에 축성된 성전 안에는 예수님의 가시관과 순교자들이 받은 칼날을 상징하는 원형의 스테인드글라스와 십자가의 길이 마련되어 있으며, 목숨을 바쳐 순교한 신앙의 여정을 기도하고 묵상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순교자의 광장으로 들어가는 숲길에는 몸을 낮추어야 들어갈 수 있는 돌문이 있습니다.

돌문은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마태 20,28)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처럼 나 자신을 낮추며 기도의 준비를 하고, 기도를 마치고 다시 세상을 향해 나갈 때는 머리를 숙이는 겸손된 그리스도인이 되었으면 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바늘귀 문이라, 또 어떤 이들은 천국의 문이라 부릅니다.

성모동산으로 가는 눈 쌓인 길에는 아무런 발자국도 없이 깨끗하여 성스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앙상한 나무는 하얀 옷을 입은 듯 순결 그 자체였습니다.

성모마리아님의 상이 세워져 있는 성모동산의 모습입니다.

성모님의 특별한 보호 아래 성모님께 대한 신심을 키운 곳이 바로 공주입니다. 공주는 한국 땅에서 처음으로 성모님께 마음을 봉헌해 드린 특별한 곳입니다.

이국적인 풍경이 물씬 풍기는 황새바위순교성지의 설경입니다. 눈이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네요.

십자가의 길에는 예수님이 못 박혀 돌아가신 모습을 상징해 놓은 커다란 황새바위십자가가 눈을 맞고 있어 무척 처량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의 형상이 음각부조의 형태로 십자가 정면에 새겨져 있고, 그 아래로는 아담의 해골이 작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십자가 앞으로는 오상을 입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온화한 미소로 우리를 맞이하며 서 계십니다. 십자가 뒷면에는 한국교회 초기 공동체 신앙인들의 터전과 감영과 향옥, 제민천변에서 순교하신 순교자들의 모습이 새겨져 있으며 그 위로는 순교한 영혼들이 천사들과 함께 천상의 세계로 올라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황새바위순교성지의 가장 높은 건물로 밖에서도 보이는 순교탑입니다. 순교탑은 순교자들이 처형당할 때 사용되었던 칼 항쇄를 맞대어 놓은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돌무덤을 형상화한 무덤경당은 죽음과 부활이 함께 공존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부활경당은 단순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으로 영원한 부활의 진리를 노래하는 경당이라고 합니다. 경당 안에는 4,000여점의 백자 도자기 평판 벽화 작품들이 모여 그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부활경당에서 황새바위성지의 가장 높은 곳인 부활광장으로 올라가는 길 설경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부활경당 위에서 내려다본 공주 공산성의 설경입니다.

눈이 내리고 있어서 앞이 잘 안보이는군요.

부활광장에는 337위의 순교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야외제대가 있습니다. 큰 돌 제대와 12개의 거석이 세워져 있습니다. 제대 돌은 다듬지 않은 자연석으로 황새바위의 가치를 기리기 위해 옮겨 놓았다고 합니다. 12개의 거석들은 12사도와 순교자들을 상징합니다.

내려오는 길 계단에 무덤경당의 지하통로가 있습니다. 돌로 성벽처럼 쌓아 놓았고 철문이 있는데 마침 열려 있어서 들어가 보았습니다.

지하 좁은 통로 벽면에 예수님의 손이 묶여 있는 부조 작품이 보입니다.

무덤경당 내부에는 예수님의 돌무덤이 있고 순교자들의 이름이 벽면에 걸려 있었습니다.

돌무덤은 죽음이라는 종말과 부활이라는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순교자들이 그리스도를 통하여 돌아가셨기 때문에 그분과 함께 살아계시는 순교자들을 기념하는 경당입니다.

빛의길을 따라 아래로 내려왔더니 로사리오정원에 고즈넉한 몽마르뜨란 카페가 있네요. 로사리오는 묵주를 뜻하는 이탈리아 말입니다.

조선 후기의 천주교 박해 때 모진 고문을 당하고서도 끝까지 배교하지 않은 천주교 신자들이 처형되어 순교한 공주 황새바위순교성지

2008년 교동본당에서 독립하여 독립성지가 되었고, 충청남도 기념물로 지정된 황새바위성지에 눈이 소복하게 쌓여서 더욱 성스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공주 황새바위 순교성지

○ 소재지 : 충청남도 공주시 왕릉로 118

○ 미사시간 : 주일 11시, 월요일 9시 30분, 화요일 ~ 토요일 11시

○ 홈페이지 : http://www.hwangsae.or.kr/

○ 문의 ; 041-854-6321~2

* 여행일자 : 2025. 2. 12

※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 대로님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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