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시민기자단│진재필 기자

가장 한국적인 형태의 달항아리와 한국 전통 색채 오방색 만남으로

더 넓은 도자 세계가 펼쳐지길 기대하며

ⓒ 진재필 여주시민기자

달항아리, 참으로 멋스러운 이름이다. 여러 형태와 기능을 갖는 도자기가 있다. 하지만 달항아리만큼 넉넉하고 여유를 주는 도자기가 있을까? 달항아리는 도자에 특별한 지식을 갖추지 않았더라도 첫 만남의 순간부터 마음에 여유와 너그러움을 갖게 한다. 종종걸음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작은 것들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세상을 향해 너른 품을 열고 살아가라는 가르침을 전한다. 예술의 힘은 강요된 주제 전달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전해오는 느낌이다. 삶을 돌아보게 하는 달항아리의 힘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예술 가치일 것이다.

ⓒ 진재필 여주시민기자

의외였다. 둥근 달 모양의 백자항아리가 ‘달항아리’라는 이름으로 불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주 생산 시기였던 조선 후기부터 20세기로 넘어오는 동안, 이 항아리의 이름은 ‘백자대호(白磁大壺)’ 또는 둥근 항아리라는 뜻의 ‘원호(圓壺)’로 불렸다. 그것을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의 저자이자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최순우 선생이 백자대호의 모양이 둥근 보름달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달항아리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름은 성격을 규정한다. 도자기를 단순히 크기와 형태로 제한하지 않고 그 안에 정서를 담아냄으로써 더욱 친근한 이야기를 갖게 되었다.

ⓒ 진재필 여주시민기자

달항아리는 감히 한국도자기 중 가장 아름답고, 가장 한국 전통미를 잘 표현한다고 할 수 있다. 이전에는 대호(大壺)라고 불릴 만큼 큰 항아리였기에 물레작업으로 단번에 뽑아 올릴 수가 없었다. 물레작업을 통해 아래 형태와 위 형태를 따로 만들고 이를 접합하는 ‘업다지’ 기법으로 만들었다. 큰 항아리를 만들기에는 흙의 성질상 형태를 유지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작가의 의지나 소성 작업의 변동성 등 여러 개입이 일어나게 되었다. 이러한 원인으로 정원형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원형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약점은 오히려 부정형의 자연미를 품게 함으로써 여유와 넉넉함을 얻게 하였다.

ⓒ 진재필 여주시민기자

지난 6월 18일 오색달항아리 연작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 홍준기 도자전 ‘水’ 전시회에 다녀왔다. 전시회는 여주도자문화센터(여주도자나날센터) 제2전시관에서 개최되고 있었다. 일반의 달항아리는 백색을 통해 백자 본연의 미로 접근한다. 하지만 홍 작가의 전시회에는 진한 코발트색 달항아리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水’라는 전시회 주제에 맞춰 진청색의 물 색깔을 담아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작가가 구현하는 색의 표현과 주제를 만들어 가는 새로운 접근이 신선했다. 하지만 작가가 전하려는 많은 이야기도 달항아리라는 근본에서 출발하고 있었다. 작가가 입힌 물의 성질이 달항아리의 풍만함과 어울려 녹록하지 않으면서도 여유로움을 자아냈다.

ⓒ 진재필 여주시민기자

홍준기 도예가는 여주시 오금리에서 ‘흙마루’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1990년 도예에 입문하였으니 35년 도예 외길을 걸어왔다. 그는 처음부터 부드러우면서도 결코 허툴지 않은 흙의 성질이 좋았다고 했다. 그래서 흙을 만지며 사는 대장의 길을 걸어왔다. 처음부터 달항아리에 천착한 것은 아니다. 찻사발과 다구, 생활자기 등을 만들었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로 영국의 대영박물관에 갔다가 그곳에 소장된 한국의 달항아리를 보게 되었다고 한다. 영국인 도예가 버나드 리치가 1935년 구입했던 조선 달항아리였다. 뒤통수를 한 대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고 했다. 그곳에서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가장 세계적인 형태의 달항아리에 매료되었다고 했다. 이후 그의 작품세계 중심은 언제나 달항아리가 차지하게 되었다.

ⓒ 진재필 여주시민기자

일반적으로 달항아리는 백색을 띤다. 하지만 홍 작가는 색자 항아리 작업을 지향하고 있다. 그는 처음 달항아리에 매료되었을 때부터 한국 전통 색채인 황(黃), 청(靑), 백(白), 적(赤), 흑(黑)이라는 다섯 가지의 색을 달항아리에 담아내겠다는 구상을 했다. 그래서 긴 시간 오방색이 갖는 한국의 전통미와 달항아리의 다양한 만남을 시도해 왔다. 이번 전시회에는 그간의 색채적 혼돈을 걷어내고 청화로 집중하였다. 이번 전시회를 관통하는 정서 물(水)의 성질을 담아내기 위해서였다. 이번 전시회는 작가의 작품세계를 한 가지 주제로 집중시켜 내는 진일보된 과정이었다. 외롭고 지난했던 인고의 시간을 녹여낸 결과다.

ⓒ 진재필 여주시민기자

홍 작가가 구상하고 있는 4번째 이야기는 황(黃)이다. 황(黃)은 오행 중 토(土)에 해당한다. 흙은 수용과 포용의 역할을 한다. 흙은 그 포용성을 통해 우주의 중심이 될 수 있었다. 작가의 손길은 흙을 통해 포용과 여유의 세계를 만들어 갈 것이다. 삶의 대부분을 도예인으로 살아왔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작가는, 달항아리처럼 특별하다 뽐내지 않고 도자 세계를 관조하는 풍모를 가지려 한다. 작가가 추구하는 가장 한국적인 형태의 달항아리와 가장 한국적인 색채 오방색이 만나 더 넓은 예술세계로 나아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더불어 한국을 대표하는 도자 세계에 홍준기 작가의 오방색 달항아리가 자리하길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 진재필 여주시민기자

홍준기 작가의 오색달항아리 연작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 ‘水’는 6월 30일까지 여주도자문화센터(여주도자나날센터) 제2전시관에서 열린다. 한국 도자기의 참 멋을 확인하고, 한국인의 전통 색감과 달항아리의 만남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전시장을 찾길 권한다.

ⓒ 진재필 여주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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