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면 피는 대로, 눈이 소복히 쌓이면 또 그 멋대로

사계절 운치 있는 외암마을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리 188


외암민속마을에는 상류층, 중류층, 서민 가옥 등 다양한 전통 가옥이 상당 부분 원형을 유지 한 채 잘 어우러져 보존되고 있는 마을이다. 우리가 이제는 흔히 볼 수 없는 물레방아, 맷돌, 부뚜막, 돌담길 등 옛 생활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축제 기간 외에도 가족과 종종 찾곤 한다.

한낮에 무더위가 있지만, 약간씩 불어오는 바람에 크게 덥지 않았던 이 날.

우리는 외암마을에 피어있는 능소화를 보기 위해 찾았지만, 능소화도 능소화 나름대로 예뻤지만 건재고택에 대해 조금은 더 깊게 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마침 개방 시간이어서 들어가 보게 되었다.

들어가자마자 어느 분이 어느 쪽에서 서고, 찍으면 예쁘게 나오는지 알려주시고 덧붙여서 감사하게도 설명도 조금씩 해주셨다. 알고 보니 건재고택을 관리해 주시는 분이었다.

건재고택의 앞에도 여러 번 지나가고, 안에도 손에 꼽게 들어가 보았지만 이 곳은 추사 김정희의 처가라고 이야기를 해주셨다. 추사의 두 번째 부인 예안이씨는 이간의 증손 이병현의 딸로 추사의 처가인 셈이다.

처마의 현판과 사랑채 기둥마다 추사를 비롯한 옛 사람들의 서체를 볼 수 있다. 이래서 문화재 설명이 중요한 모양이다. 여러 번 발길을 해 보았어도 이러한 사실은 처음 알게 되었다.

건재고택은 아산시 송악면 외암리에 있는 조선시대 옛집으로 1998년 1월 5일에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전통 한옥 건물 중 가장 넓은 대지를 소유하고 있으며 설화산을 뒤로 두고 산세를 따라 서북향으로 건물을 배치하였고, 계곡에서 흐르는 명당수를 끌어들여 고택의 정원수와 방화수로 이용하고 있는 특징이 있다.

조선후기 성리학자인 외암 이간(1677~1727)선생이 출생한 가옥으로 건재 이상익(1848~1897)이 1869년에 건립한 건물이다. 영암군수를 지낸 건재의 경력덕분에 ‘영암댁’이라고도 부른다.

고택의 구성은 문간채, 사랑채, 안채를 주축으로 우측에 광채와 가묘, 좌측에 곳간채가 배치되었다. 주위에 자연석 돌담과 한식 담장을 두르고 있으며, 담장 밖에는 초가로 된 하인집이 있다.

안채는 ‘ㄱ’자형으로 마주해서는 튼 ‘ㅁ’자형을 이루고 있다. 사랑채의 기단은 자연석을 가공하지 않고 허튼층쌓기 기법을 사용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연기가 땅바닥에서 나오게 되어있는 허튼 굴뚝의 발견이었다. 일반적으로 굴뚝은 높이 올리기 마련인데 건재고택 굴뚝은 연기가 땅바닥에서 나오게 설계됐다. 아궁이에 장작을 지펴 낮은 굴뚝으로 연기가 나올 때 연기가 깔리고 위로는 정원의 나무들이 구름 위로 떠 있는 신비스러움을 연출한다고 한다.

그 곳을 관리하시는 분의 말에 의하면 그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보려고 외국인들의 방문이 있었다고 한다. 정작 우리들은 몰랐던 사실을 외국인들은 직접 눈으로 보고자 찾았다고 하니 마음이 이상했다.

또한 문화재 보호띠 너머 돌 가운데에 두꺼비를 보여주셨다. 조심스레 넘어가자마자 보고 깜짝 놀랐다. 비록 돌이지만 그 곳에 두꺼비가 있을 줄이야.

연기에 의해 신비스러운 분위기와 더불어 정원을 바라보는 곳에 두꺼비 돌을 만들어 놓으며 정원을 바라보는 양반들의 낭만이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사랑채 마루 밑에서 시작하여 사랑채 동문 둔덕을 거쳐 사랑마당까지 내굴길(연도)를 내어 연기가 정원에 이르게 하였는데, 한때 이곳까지 관람하게 해 놓았을 때 연기가 나오는 곳을 관람객이 잘못 밟아 부서진 모습도 보여주시며, 안타까워 하셨다.

그래서 인지 몰라도 지금은 다시 그 곳까지 문화재 보호띠가 둘러져 있다.

생각해보니 예전 아이들이 조금은 더 어렸을 적에 한복을 입혀서 외암민속마을에서 사진을 찍으며 놀았던 적이 있었다. 그때에도 건재고택이 멋있다고 생각이 들어 대부분의 사진이 건재고택에서 찍었었던 기억이 있다.

사랑채 앞은 넓은 마당으로 연못과 정자 등으로 구성된 정원, 소나무와 향나무, 단풍나무 등이 우거져 있고 뒤편에는 꽃들이 심어져 있다. 감나무, 은행나무, 소나무 등 계절에 따라 색이 바뀌는 변화를 즐겼으며 수백 년 된 노송은 가지가 크게 휘어 신비한 분위기를 더해주었다.

건재고택은 쑥쑥 커버리는 아이들과 함께 그 시절 우리만의 시간과 추억이 깃든 곳이다.

이 곳은 오랜 기간 소유권 분쟁으로 개방되지 않았다가 지난 2019년 아산시가 경매를 통해 36억을 들여 매입하여 어렵사리 개방을 결정했다고 한다. 별도의 개방 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동절기 하루 2회, 하절기에는 하루 3회(10:30~11:20/13:30~14:20/15:30~16:20) 개방되며 휴관일은 매주 월요일과 설, 추석 당일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양반집과 정원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집으로, 도자기, 낙관, 서화, 현판, 활용구 등 유물 300여점이 대를 이어 보관되고 있으며 특히 사랑채에 보관 중인 이간의 교지는 입향조의 근거 자료로서 가치가 있으며, 조선 후기 희귀한 정원과 고택의 자태를 지니고 있다.

꽃이 피면 피는 대로, 눈이 소복히 쌓이면 또 그 멋대로 사계절 운치 있는 외암마을.

그 안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우리의 문화재들을 보고 배우며, 모두가 지속적으로 아끼고, 소중히 다뤄야 함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다.

아산외암마을 건재고택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민속길 19-6

※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 랄랄라아줌마님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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