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무료 전시 '지역리서치 기획전' 관람 후기

대전 동구 정동의 오래된 골목길을 따라 들어서면, 시간이 멈춰버린 듯 고즈넉한 분위기의 '구석으로부터'를 만날 수 있습니다. 1966년, 미국 오순절 교회 선교사 E. 코트 부인을 기념하여 세워진 건물은 오랜 시간 교회로 사용되다가, 2016년부터는 예술과 문화가 꽃 피는 곳으로로 변모하며 지역 주민들과 예술가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포스터 출처: '구석으로부터' 공식 홈페이지

오랜 역사를 간직한 '구석으로부터'에서 열린 '지역리서치' 전시는 도시 개발이라는 거센 파도 속에서 사라져가는 우리 동네의 소중한 이야기들을 되새기는 소중한 기록입니다. 대전시와 대전문화재단이 추진한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특히, 제가 직접 발을 딛고 살아온 곳의 이야기들이 전시에 담겨 있어 더욱 깊은 공감과 의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2019년부터 시작된 '지역리서치' 프로젝트는 우리 동네의 기억들을 사진과 글로 남겨왔습니다. 선화동과 목동, 소제동은 이미 과거의 모습을 잃었고, 정동과 원동, 은행동, 장대동 역시 도시정비 사업으로 인해 머지않아 사라질 운명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리서치' 프로젝트를 통해 과거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낼 수 있었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마치 시간 여행을 하듯, 옛 모습들을 다시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시실에 들어서는 순간, 다채로운 기록들이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단순히 건물의 변화만을 담은 것이 아니라, 그 공간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삶과 문화까지 깊이 있게 담아낸 자료들이 가득했습니다. 건축, 역사, 민속, 예술 등 다양한 관점에서 지역의 변화를 입체적으로 기록하고 분석한 결과물이었습니다.

자주 찾던 소제동에 숨겨진 역사도 알게 되었는데요. 조선시대부터 많은 선비들이 이곳을 찾아 학문을 논했다니, 새삼 이곳의 의미가 남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사라져가는 도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낸 다양한 자료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흑백사진과 영상 속에 담긴 옛 모습들은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했고, 과거의 정취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지역 주민들의 구술 자료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그들의 삶과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더욱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주민들의 목소리를 통해 과거의 생활 모습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었고, 도시 개발이라는 거대한 변화 속에서도 잃지 않았던 지역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변화에 대한 아쉬움과 미래에 대한 기대가 공존하는 모습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아파트 생활에 익숙해진 요즘, 옛 주택 모형들을 보니 어린 시절 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정겨운 풍경들이 떠올랐습니다.

나무 바닥이 매력적인 2층 공간에서도 전시는 이어졌습니다.

평소 자주 찾는 은행동의 옛 모습을 담은 자료들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오랜 세월 은행동에서 살아오신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 과거의 은행동을 떠올려 볼 수 있었는데요. 시간이 흘러 많이 변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은행동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매력적입니다.

2023년에 조사한 장대동에 대한 이야기도 매우 흥미로웠는데요. 대전의 모든 지역이 저마다의 독특한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과 오랜 역사를 지닌 도시, 대전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지역리서치' 프로젝트는 단순히 과거를 기록하는 것을 넘어, 도시의 미래를 위한 소중한 자산을 축적하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처: 서울변방연극제 홈페이지

이번 전시는 대전 0시 축제 기간에 맞춰 진행된 것이라 8월 17일에 종료되었지만, '구석으로부터'에서는 앞으로도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다가오는 9월 5일(목), 6일(금)에도 오독하며 헤엄치기―희곡 「퇴장하는 등장 Ⅱ」프로그램이 진행되니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