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망이 어우러진 밤, 여주 낙화놀이의 향연
여주시민기자단|김영진 기자
지난 10월 24일, 제26회 경기도 민속예술제가 여주 소양천교 일대에서 열렸습니다. 경기도 민속예술제는 경기도문화원연합회가 주최하는 전통문화 행사로, 경기도 내 31개 마을이 각자의 고유한 민속 예술을 발굴하고 재현하는 큰 축제입니다.
지역 전통 예술의 보존과 전승을 목표로, 각 마을의 고유한 민속놀이와 예술을 통해 지역 문화의 정체성을 다시금 발견하는 특별한 무대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특히, 경기도 전역에서 재현되는 마을 축제로 확산해 전통문화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옛것의 가치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경기도의 31개 마을이 각자의 전통 민속 예술을 선보이며 경기도민의 자부심을 드러내는 자리에 여주는 본두리 해촌에서 유래한 전통 불꽃놀이인 낙화놀이를 선보였습니다.
여주 본두리 해촌낙화놀이는 약 500년 전부터 시작된 전통 민속놀이로, 경기도 여주시 가남읍 본두리의 마을 공동체를 중심으로 전승되어 왔습니다.
정월대보름 다음 날인 음력 16일에 마을 주민들이 모여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행사로 열립니다. 본두리 해촌은 고려 공민왕 시대의 한 고승이 해나무를 심고 절을 세운 데서 유래한 이름으로, 주민들은 이 마을을 지키며 오랜 시간 전통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한때 이 낙화놀이가 잠시 중단되었던 시기도 있었지만, 마을에 액운이 깃든다는 이야기가 돌며 40여 년 전부터는 다시 매년 행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수도권 내에서는 여주 본두리에서만 재현되는 이 독특한 전통은 주민들이 직접 대나무 숯과 소나무 가루로 만든 낙화 순대를 하늘로 띄우며, 정성으로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진귀한 장면을 연출합니다.
오후 4시부터 서서히 준비된 여주 낙화놀이는 참가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며 다리 주변이 북적이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기대감에 차 있었고, 행사장에는 다가올 낙화놀이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습니다.
낙화놀이가 시작되기 전 조정아 여주부시장은 인사말에서 “낙화놀이는 단순한 불꽃놀이가 아닌,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자연의 조화가 담긴 전통문화”라며, “경기도 민속예술제는 경기도 전체의 문화적 자산을 더욱 빛나게 하고 후대에까지 그 의미가 이어질 것이라 확신한다”라며 전통을 현대와 후대에 전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해가 기울자, 흥겨운 풍물놀이패의 공연이 시작되며 낙화놀이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북과 장구 소리가 개울가에 울려 퍼졌고, 사람들은 흥겨운 장단에 맞춰 개울을 가로지르는 돌다리를 건너기 시작했습니다.
손에는 소원이 적힌 등을 든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각자의 바람을 담은 등불이 하나씩 줄에 걸리며 강가를 밝히기 시작했습니다.
등불은 하늘을 향해 희미하게 빛을 내며 강물 위로 그림자를 드리웠고 사람들의 얼굴에는 기대와 소망이 서려 있었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제사상을 준비하며 낙화놀이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습니다. 제물로는 시루떡, 과일, 술 등이 마련되었고, 마을의 축관과 제관이 의식을 진행했습니다.
축관이 축문을 불에 태우며 마을의 평안과 번영을 기원하자 분위기는 더욱 경건해졌습니다.
제사가 끝나고, 사람들은 낙화놀이의 시작을 기대하며 다리를 둘러싸고 자리 잡았습니다.
어둠이 내린 뒤, 드디어 낙화놀이가 시작되었습니다. 철삿줄에 매달린 낙화 순대에 불이 붙자, 뜨거운 불꽃이 밤하늘을 가로질러 물 위로 천천히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불꽃은 물에 닿으며 서서히 사라져 갔고, 그 장면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꽃잎처럼 신비했습니다. 낙화가 흩어지며 물 위에 남긴 반짝이는 빛은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습니다.
순간순간 빛나는 불꽃은 짧고도 찬란한 생명을 불태우듯,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불빛이 밤하늘을 수놓는 광경은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 같았습니다.
이번 제26회 경기도 민속예술제 여주 낙화놀이는 단순한 불꽃놀이가 아닌, 마을의 전통과 주민들의 자부심이 깃든 행사였습니다.
밤하늘을 수놓은 낙화의 불꽃은 여주의 정체성을 상징하며, 축제에 모인 이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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