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작년 혹은 그 이전에 보았던 곳에 여전한 모습으로 아니 더 고운 모습으로 봄의 시간 안에서 꽃이 핀 계곡을 향해 달려가기도 전에 제 마음이 먼저 그곳에 닿아 온 계곡을 헤집고 다녔을 함안군 강명리 한 계곡에 도착했습니다.

가물가물한 기억을 따라가다가 만난 저수지.

강지 마을회관 옆 우측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기억 속의 저수지를 보게 되면서 맞게 가고 있다는 생각에 함께 야생화 구경을 가는 선생님께 미안함이 없어지는 것 같았네요.

함안군 강명리가 속한 땅은 6 가야(六伽倻) 중 아라가야(阿羅伽倻)에 속하였었는데, 757년(경덕왕 16)에 함안군(咸安郡)으로 개칭되었고, 995년(성종 14) 함주(咸州)가 되었다지요.

함안면의 남쪽에 길게 자리하며 북쪽으로는 함안군 함안면 파수리·봉성리·북촌리, 남쪽으로는 여항면, 동쪽으로는 산인면, 서쪽으로는 창원시와 접해 있는 강명리의 계곡을, 저수지를 지나 계속해서 차 한 대 지나갈 정도의 비포장 임도를 따라갑니다.

분홍색이 화려하게 봄 볕을 받아 반짝이는 것이 보는 사람으로 기분 좋게 합니다. 임도를 따라가는 길에 비탈진 언덕에는 진달래가 해사한 몸짓으로 반겨줍니다.

드디어 목적한 계곡의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그냥 봐서는 그저 평범한 모습이지만 들여다보아야만 보이는 존재들이 계곡에서 보물찾기 놀이를 하자고 불러댑니다.

봄을 알리는 야생화를 만나러 저와 함께 계곡 안으로 들어가 보실까요?

강지 계곡에서 만난 야생화

1. 현호색

거칠고 세찬 한풍을 어떻게 견뎌냈을까 싶게 키 작은 현호색이 계곡 입구에서부터 반겨줍니다. 계곡에서 흐르는 물이 있어서인지 그 주변으로 현호색이 제법 많이 핀 모습을 보았는데, 산록의 약간 습기가 있는 근처에서 잘 자라는 성질이 있지요.

유난히 키도 작고 꽃의 모양도 줄기를 중심으로 어긋지게 층층이 달린 모습이 비슷비슷한 모양을 갖고 있는 현호색과 다른 한 놈을 만났지 뭐예요.

어찌나 작던지 얼마나 숭배하듯 엎드렸던지...

양귀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덩이줄기를 약재로 사용한다는데, 주요 효능으로 진통 효과(중추신경계에 영향을 주어 통증을 완화), 혈액순환 촉진(어혈을 없애고 혈액의 농도를 조절), 부인과 질환 치료(월경이 고르지 않거나 통증이 심할 때, 산후 출혈이 멎지 않거나 어지러움이 있을 때, 자궁 출혈이나 자궁근종이 있을 때 효과적), 항염증, 항균, 항바이러스 효과(소화기계, 순환계, 간 등에 염증이 있거나, 감염이 있을 때에도 도움) 있다고 하니 참으로 사람을 위하는 봄꽃이 아닌가 싶어집니다.

차로 달여 마시거나, 한약재로 처방받아 복용할 수 있으며, 차는 잘 말린 현호색 10g을 물 1L에 넣고 20분 정도 달여 마시면 되지만 아무리 좋은 약효를 지녔다고는 하지만 함부로 취해서는 안되는 것이 또한 자연이니 전문가와 꼭 상의를 해야 함을 잊지 마세요~~~

색이 오묘한 빛을 띠고 있어서 '현 (玄)', 중국의 동북부는 북방 민족이 지배하던 호국 (胡國)에서 생산되어서 '호 (胡)', 그 묘가 서로 꼬인다는 뜻으로 '색 (索)'이 쓰여서 현호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 현호색의 꽃말은 '비밀', '보물주머니'랍니다.

2. 꿩의바람꽃

15~20cm의 높이를 가진 꽃줄기에 꽃잎같이 생긴 꽃받침인데 바람꽃 종류는 대부분이 오랜 인고의 시간을 견딘 다음에야 꽃이 핀답니다. 즉, 싹이 돋고 몇 년이 지나야 꽃이 피는 종류라는 것이지요.

돋아날 때 모습이 마치 꿩이 모이를 쪼는 듯한 모습, 그리고 수컷의 목털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을 가진 꿩의바람꽃은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바람꽃 중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우며 꽃의 크기가 가장 큰 것이 특징이랍니다.

기온의 차이가 심하거나 볕이 없는 시간에는 꽃잎을 다물어 버리는 꿩의바람꽃은 보통 4~5월에 개화하며, 울창한 숲이나 산지에서 자란다고 하지만 제가 도착했을 때 환영이라도 하듯 봄볕을 끌어안고 다가오더라고요.

'금지된 사랑', '덧없는 사랑', '사랑의 괴로움'이라는 꽃말을 가진 꿩의바람곷은 날씨가 흐려도 피지 않고 햇빛을 받아야만 피는데 오후 3시가 넘어가면 아직 해가 있어도 서서히 꽃을 닫아버리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너무 늦게 가면 활짝 핀 모습을 볼 수 없는 꽃이랍니다.

3.만주바람꽃

주로 깊은 산지 숲속이나 계곡 주변이 습한 땅에 자생하는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한 여러해살이풀(다년초)인 만주바람꽃이 김홍도의 '빨래터'에서 아낙들의 빨래하는 모습을 몰래 보던 한량의 모습처럼 무얼 그리 들여다보고 있는 것인지...

만주바람꽃은 옛날 우리의 땅이기도 한 만주에서 처음 발견되어 붙여진 이름으로 추운 지방에서 사는 북방계 식물인데 제주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발견되고 있지요.

꿩의바람꽃처럼 만주바람꽃 역시 꽃잎처럼 보이는 것이 꽃받침이라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꽃 지름은 약 1.5cm. 햇볕에 민감해 한낮의 4∼5월에 흰색이나 노란색으로 피고 긴 꽃자루가 있으며, 줄기 윗부분 잎겨드랑이에 1송이씩 달리지요.

접미어로 바람꽃이 들어가는 꽃들이 대부분 아네모네과에 속하는데 반해, 만주바람꽃은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쌍떡잎식물로 여러해살이 풀이랍니다.

'피었나?' 하면 어느새 사라져버리는 특성 때문인지 만주바람꽃의 꽃말은 '덧없는 사랑'이라고 하는데, 꽃이 피었다 해도 불과 며칠 사이에 져버리기 때문에 특별히 관심 가지고 적기에 자생지를 찾지 않으면 만나기가 쉽지 않은 꽃이기도 하답니다. 보기만 해도 애잔한 마음이 일어날 정도로 줄기도, 잎도, 꽃도 무척 가냘프게 보이는 만주바람꽃은 오늘 제 가슴 안에서 또 추억으로 고이 자리 잡을 것 같습니다.

4. 얼레지

작년에 봤기 때문에 봄이 되면 알아서 피는 꽃인 줄 알았던 얼레지는 7년의 세월을 기다려야 꽃이 핀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봄철에 꽃대가 올라오기 전에 2개의 잎이 바닥에 붙어 있는데 그 잎 사이로 꽃대가 약 20~25cm가 나와서 6장의 보라색 꽃을 피는데, 보통 4월쯤 피는데 지금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피는 시기는 조금씩 빨라지고 있는 것 같아요.

햇빛이 꽃에 닿으면 오므렸던 꽃잎이 서서히 뒤로 말려 젖혀지면서 수술을 보여주는 모습이 야하게 보이는 것인지 '바람난 여인'이라는 꽃말을 갖고 있지요. 얼레지 꽃잎이 뒤로 젖혀져있을 때 안쪽 밑부분에 짙은 W자형의 무늬가 선명하게 보이는 특징이 있답니다.

씨앗을 떨군 지 7년의 세월에 피는 꽃이어서인지 종족 번식이 가장 먼저인듯합니다. 땅에 씨앗을 떨어뜨려 개미의 도움을 받아 땅속 20~30cm 깊이로 들어가 있다가 1년 후에 꽃대가 형성되고, 2년째가 되면 잎 하나, 3년째 잎 둘이 형성되어 6년을 지내다가 7년째 꽃을 피운다고 합니다. 꽃은 약 보름 정도 피우다가 열매를 맺습니다. 얼레지 씨앗이 개미의 유충 냄새와 흡사하여 개미들이 자기 유충인 줄 알고 땅속으로 이동되어 번식하는 식물이지요.

계곡을 내려가는 길에 계곡으로 들어가기 전에 봤던 목련이 유난히 크고 화려하게 봄 하늘을 채우고 있던지요.

무릎 굻고 겸손의 자세를 요구하며 자연 안에서 놀게 하더니 그런 제게 허리를 쭉 펴고 하늘을 올려보라는 것인지 목련의 자태는 어마어마했습니다.

오래된 교회의 석조 건물과 어울리면서 또 하나의 봄을 알려주는 목련은 야생화가 핀 강지계곡의 입구에서 좌표처럼 굳건하게 서서 무언의 향기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꽃이 피기 시작하자 시간의 흐름은 걷잡을 수 없는 봇물이 되어 우리들의 얼어붙은 마음까지 감동으로 힐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함께 둘러본 함안 강지계곡에서의 시간이 부디 맘에 드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만 글을 맺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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