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여름!

편안할 영(寧)과 넘을 월(越)

마침내 장마가 끝났다! 7월 내내 비가 오지 않은 날이 손에 꼽을 만큼 매일처럼 비가 쏟아졌는데, 이제 조금씩 하늘이 파랗게 물들어가는 걸 보니 장마가 끝났다는 사실이 실감된다. 우리 집 현관문은 내가 바득바득 우겨서 철제가 아닌 나무문으로 달아놨는데, 이미 지난여름 장마철에 물을 잔뜩 먹어서 삐딱하니 휘어져서 잘 열고 닫히지 않았다. 가을과 겨울과 봄을 보내며 다시 날씬해져서 문이 잘 닫히기 시작할 무렵, 새롭게 시작된 장마로 인해 또다시 삐딱하게 기울고 말았다.

장마가 끝나고 흐린 날도 며칠 보낸 지금은 완연한 여름이다. 말랐던 계곡에 물도 풍성해졌고, 한껏 성장한 잎들이 무성하게 자라나 햇볕도 막아주고, 아직 남아 있는 먹구름들이 시원하게 그늘도 만들어주는 바로 지금이 물놀이하기에 딱 좋은 시기다. 이미 지난주부터 집 아래 캠핑장에는 계곡을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텐트와 캠핑을 즐기는 여행객들로 활기가 넘친다. 마침 이번주엔 영월에서 가장 큰 축제인 <2024 동강뗏목축제>도 준비되어 있으니 벌써부터 흥이 돋는다. 우리 지역 축제라서 괜히 하는 말이 아니라, 나는 매년 동강 축제가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준비하는 사람과 참여하는 지역 주민, 그리고 영월을 방문한 관람객들의 만족도가 점점 증가하는 게 눈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해야 하니까 하는 빤한 지역 축제가 아니라 모두가 즐겁게 즐기는 2박 3일의 놀이. 내심 감사하고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늘 장마가 끝난 뒤에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다고 겁을 주고는 하는데, 나는 더위를 환영하는 사람이라 오히려 기대가 크다. 물론 허리만큼 자라난 잡초를 뽑아야 하거나 마당의 잔디를 깎아야 하는 등 야외 활동을 할 때면 또 툴툴거리겠지만, 그래도 역시 여름은 더워야 여름이니까. 쨍쨍한 더위를 온몸으로 받아내서 땀을 뻘뻘 흘리고는 홀랑 벗고 들어가 찬물로 샤워를 하거나, 그대로 계곡물에 몸을 풍덩 담그면 여름에만 느낄 수 있는 짜릿함이 있으니까 말이다. 시원함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무더위가 필수다. 그러니 한 여름의 햇살을, 찌는 듯한 더위를 너무 미워하지는 말아야 한다. (물론 더운데 습한 건 나도 정을 붙이기 어렵긴 하다…)

완연한 여름! 가장 초록이 짙고, 하늘이 맑고, 기온은 높을 시기. 내리쬐는 태양과 후끈후끈 달아오른 바람, 만물이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나는 시기다. 아무리 더위가 고생이라고 해도 건물 안에서 에어컨만 쬐는 여름은 오히려 냉장고 속에 갇힌 음식과 다르지 않을 테니까 밖으로 나서 보길 권한다. 여름엔 숲으로, 나무 그늘 아래로, 콸콸콸 쏟아지는 계곡으로. 이건 자랑인데, 지금 우리 동네에는 옥수수가 한창이다. 막 삶고 있는 강원도 찰옥수수를 하나 들고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물소리와 매미소리를 듣고 있자니 정말 무릉도원이 따로 없더라. 이 여름을 여러분도 함께 느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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