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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할머니의 세상


양정진 TJB 기자


우리 할머니는 서구 도마동에 사신다. 아빠가 태어났을 무렵부터니까, 거의 60년 가까이 사셨다. 내가 바라보는 할머니의 세상은 참 좁다. 도마동 집, 주변 상가,대학병원들, 그리고 도마시장. 그게 할머니가 사는 세상의 전부인 듯하다.

다리가 많이 편찮으신 할머니는 오래 걷지 못하신다. 2층에서 1층으로 계단 내려오는 것도 한세월이다. 그런 할머니의 유일한 외출은 도마시장에 가는 것이다. 외로운 우리 할머니가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취미이자 사회생활이다.

도마시장은 그야말로 할머니의 나와바리(?)다. 할머니는 오랫동안 도마시장 앞 좌판에서 나물과 마늘, 찹쌀 따위를 팔았다. 어렵게 모은 돈으로 아들들을 가르치고, 생계를 이어왔다.

그러면서도 손녀딸 용돈은 한 번도 빠짐없이 챙겼다.도마시장에서만 20년 가까이 장사를 하다 보니 할머니는 어느새 ‘고인물’이 되었다. 길거리 할머니들부터장사진들까지 모두 익숙한 듯 안부를 건넨다.

나도 할머니를 따라나설 때면 인사하기 바쁘다. 그뿐만 아니라 할머니는 과일은 어떤 집이 맛있고, 생선은 어디가 싱싱한지도 전부 꿰고 있다.

도마시장이 새 단장에 들어가면서 좌판이 없어지고, 할머니가 몸이 안 좋아지며 장사는 그만두셨다. 그만두신 지는 8년쯤 되어 가지만 한글도 제대로 못 읽고, 스마트폰과는 더더욱 거리가 먼 할머니가 즐길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노인정도 나름 할머니들만의 '무리'가 있는 데다 매달 내는 회비는 할머니에게 부담이었다. 그런 할머니가 공짜로, 자유롭게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은 도마시장뿐이다.

도마동이 변해가고 있다. 시골 마을 같던 도마동이 재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다. 갈 때마다 신축 아파트가 생기며 풍경이 변해간다. 노인들이 가득하던 도마동에 젊은 세대도 점차 늘고 있다. 주변 상권도 점차 변해가기 마련이다.

지금은 도마동에서 거의 없는 무인 가게도 우리 집 주변처럼 넘쳐날 날이 얼마나 남았으려나. 도마동 구석구석을 꿰뚫고 있는 '도마동 원주민'인 우리 할머니가 도마동에서조차 소외감을 느끼는 날이금방 올지도 모르겠다. 내가 알던 우리 할머니의 고즈넉한 도마동이 눈 깜짝할 새 변해버릴까 두렵다.

3일에 한 번 꼴로 할머니께 전화가 온다. "밥은 먹었냐?" "네 먹고 들어왔어요." 밥 먹는 얘기가 끝나면 내가 묻는다. "할머니는 오늘 뭐 하셨어요?" 매번 똑같은대답이 돌아온다. "그냥 주변 산책하고 도마시장 한 바퀴 돌고 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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