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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일 전
[책읽는 서대문]조심스레 건네보는 치유의 시,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가을이 깊어가는 11월의 시간을 지내며 만추의 아름다움을 듬뿍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파스텔톤으로 물들어가는 자연의 색채를 보면서 문득 시집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1월은 시를 읽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지요.
시를 사랑하는 독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시집 중 하나가 바로 류시화 시인이 엮은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이 아닐까 합니다. 시인이 펴낸 시집인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와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을 오래전에 읽었는데 그때의 감정이 다시 살아나는 듯했습니다.
이번에 읽은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은 세계 여러 나라의 시인과 우리나라 시인의 시 77편을 엮은 시집입니다.
먼저 책의 제목이기도 한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알프레도 디 수자 시인의 시)을 먼저 읽었습니다.
짧지만 강렬하게 다가오는 시입니다.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은 자유와 깨달음을 주는 시와 삶의 지침이 되는 시가 많습니다.
때때로 스스로의 마음을 다독이고 싶을 때, 슬픔을 견뎌야 할 때 이 책에 실릴 시 한 편씩을 읽어 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자연을 노래하거나 감상적인 시보다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시가 많습니다. 그리고 참다운 자유와 맑은 영혼의 삶을 한 편의 시로 이야기하고 있지요. 시를 통해 상처받은 자신을 오롯이 마주하며 자신의 참모습을 보게 된다면 삶이 조금은 평온해지지 않을까 합니다.
시집을 읽다가 특히 마음에 와닿는 시가 있을 때 필사(筆寫)해 보신 경험이 있으신지요? 시를 필사하면 눈으로 읽을 때보다 훨씬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제 경우에도 좋은 시가 있으면 노트에 한 편씩 필사하는데 가끔 그 노트를 보면서 시 읽는 시간을 가져본답니다.
류시화 시인은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시는 삶을 멈추고 듣는 것이며, 인간의 영혼을 말하게 한다. 그 상처와 깨달음은 시가 가진 치유(治癒)의 힘이다”라고요.
시집에 실린 시 한 편을 더 소개해 드립니다.
기러기
메리 올리버
당신이 꼭 좋은 사람이 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참회를 하며 무릎으로 기어 사막을 통과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당신 육체 안에 그 연약한 동물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하라.
내게 당신의 상처에 대해 말하라, 그러면
나의 상처에 대해 말하리라.
그러는 사이에도 세상은 돌아간다.
그러는 사이에도 태양과 비는
풍경을 가로질러 지나간다. 풀밭과 어우러진 나무들 위로
산과 강 위로.
당신이 누구이든, 얼마나 외롭든
매 순간 세상은 당신을 초대하고 있다.
여러분께 류시화 시인이 엮은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시집을 권해 봅니다.
시집을 읽으면서 가을이 지나가고 겨울이 오는 길목의 11월을 잘 마무리 하시기 바랍니다.
<사진, 글 : 서대문구 블로그 서포터즈 : '유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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