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광역시 동구에도 서원이 있습니다. 그곳은 용운동에 있는 용동서원(문충사)입니다.

용동서원은 입구에 홍살문이 있고 그 너머로 펼쳐진 잔디밭 왼쪽에 동상이 있습니다. 이 동상은 대한제국 말기의 우국지사인 송병선, 송병순 형제의 동상입니다.

동상 오른쪽에 있는 건물에는 용동서원으로 들어가는 솟을대문이 있습니다. 평소에는 문이 닫혀 있어서 밖에서만 볼 수 있는데, 이날은 행사가 있어서 문이 활짝 열렸습니다.

연재 송병선 선생 문충사비(왼쪽부터 정면, 왼쪽, 후면, 오른쪽)

용동서원 건물 앞에는 행사를 축하하는 화환도 놓여있습니다. 서원의 건물 배치로 볼 때 이 건물은 학생들이 공부하는 강당이었을 것입니다. 안쪽에 걸린 현판을 보니 ‘명정재’라고 되어 있습니다.

용동서원은 1970년에 설립했는데, 조선 시대 서원 건축 배치 양식을 따라 지었습니다. 양식에 따라 강당 뒤에는 내삼문이 있고 그 안쪽에 사당인 문충사가 있습니다.

문충사는 외부에 있는 동상의 주인공인 순국열사 연재 송병선(1836~1905) 선생과 동생인 심석재 송병순(1839~1912) 선생 두 분의 위패를 모신 사당입니다.

문충사에서는 봄, 가을로 제향을 올립니다. 올해 봄 제향은 4월 3일 오전 11시에 열렸습니다. 봄비가 후드득후드득 내리는 가운데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제향은 문충사 유회소가 주관하고 예년에는 초헌관, 아헌관, 종헌관으로 동구청장과 유림 대표들이 맡아서 진행했는데, 올해 춘계 제향은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동구청장은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한자로 된 음을 토씨 없이 읽으면서 제향을 진행하는데 내용을 알아들을 수 있는 분이 얼마나 될는지 궁금했습니다. 세상이 바뀌었으니 유학도 대중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조금은 바뀌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문충사 좌우 계단 위에는 빗물 빠지는 길이 있고 그 위에 놓인 작은 ‘다리’ 위에는 거북이나 두꺼비처럼 보이는 석상이 좌우로 있습니다. 사당 앞에 돌두꺼비를 놓은 곳도 처음 봤습니다.

제향을 마치고 문충사를 정리하는데 뒤늦게 들어가서 개별로 절을 올리는 분도 있습니다. 문충사 정면에는 연재 송병선 선생의 초상화와 위패, 오른쪽에는 심석재 송병순 선생의 초상화와 위패를 모시고 있습니다.

제향을 마친 분들이 강당 앞마당에서 함께 식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건물을 돌아보다가 궁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당 건물은 당호가 ‘정명재’이고, 서원의 기숙사인 동재와 서재의 당호는 각각 ‘열학당’, ‘상덕당’입니다.

일반적으로 ‘당’의 품격이 ‘재’보다 높아서 강당 건물에 ‘당’을 쓰고, 기숙사에 ‘재’를 쓰는데, 용동서원 건물의 당호는 왜 다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모처럼 문충사 제향을 올리는 날 방문해 여러 가지를 볼 수 있어서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주영선 ㅣ 제2기 동구 소셜미디어 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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