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동백꽃과 동백나무가 부산을 대표하는 상징적 의미를 지니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부산에서는 매년 다양한 동백과 관련된 문화행사가 열리고있는데요. 올해 10월에는 부산 출신 작곡가 故백영호님이 작곡한 동백아가씨의 발표 60주년 특별기획전이 열린다고해 직접 다녀와봤습니다.

장소 : 부산근현대역사관 본관 2층 기획전시실

행사 일시 : 24.10.15 ~ 12.08

관람료 : 무료

연계프로그램 : 학술발표회, 시민강좌, 큐레이터와의 대화

이번 동백아가씨 특별기획전은 1960년대 가요계를 휩쓸었던 대중가요 동백아가씨와 관련된 유물을 통해 노래에 담긴 역사적, 문화적 의미를 되새겨보자는 취지로 개최되었는데요, 1부 '부산의 작곡가 백영호', 2부 '불후의명곡 동백아가씨', 3부 '부산을 부른 노래'로 구성된 이번 기획전은 동백아가씨 작곡 원본부터 최초 발매 LP, 가사집, 공연모습까지 2만 5천 여점에 달하는 다양한 유물로 만나 볼 수 있었습니다.

1부 '부산의 작곡가 백영호'에서는 故백영호님이 실제로 사용하시던 기타와 녹음기, 작곡노트 등을 통해 해운대 에레지, 온천 에레지, 마도로스 형제 등 부산을 배경으로 한 다수의 곡들이 탄생한 비화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당시 주름잡고 있던 미도파 레코트사의 변천사도 함께 다루어 한국대중가요의 역사에 대해서도 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故백영호님은 동백아가씨 비롯해 울어라 열풍아, 동숙의 노래, 여자의 일생 등 총 200여편의 영화 주제가를 작곡해 대중 영화에도 큰 영향력을 끼친 인물인데요, 이번 특별기획전에서는 당시 극장에 걸려있던 실제 포스터와 영사기, 발매된 레코드를 눈으로 볼 수 있을 뿐만아니라

1960 ~ 1970년대에 발매되었던 음원을 직접 감상할 수도 있었습니다.

다양한 레트로 전시회를 다녀와봤지만 디지털 리마스터링 되지 않은 실제 음원은 처음 들어봤습니다.

오래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처럼 음질이 다소 거칠고, 노이즈도 섞여 있었지만 당시의 아날로그적 감성과 향수를 느껴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이번 특별기획전에서는 트로트의 영원한 고전 '동백아가씨'의 탄생과 금지곡 역사를 재조명하는 시간도 가져볼 수 있는데요.

당시 서구 음악의 영향으로 침체기를 겪고 있던 트로트가 다시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故백영호 작곡가는 트로트의 전통적인 감성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하기위해 여러번 수정과 보완을 거치는 노력을 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동백아가씨는 국내 가요 사상 최초로 35주 연속 1위라는 기록과함께 발매 1년만에 150만장을 판매하느 대기록을 세우며 침체기를 겪던 트로트장르를 다시 대중의 품으로 돌려놓은 명곡이 되었습니다.

동백아가씨는 65년부터 22년간 '왜색이 짙다'라는 이유로 금지곡이 되어 방송 영상을 거의 찾아 볼 수 없는데요.

이번 특별 기획전에서는 음성이 없는 국가기록원 영상에 음원을 덧입혀 당시의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방송 영상을 재구성했다고 합니다.

2부에서는 '불후의명곡 동백아가씨'가 1960년대 최고의 인기곡이 되기까지의 과정과 가요사적 의미에 대해 살펴볼 수 있었는데요.

산업화시절 고단했던 삶을 애잔하게 노래한 동백아가씨의 노랫말에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에 감춰진 불안과 소외감이 투영되면서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합니다.

푹푹찌는 더운 여름, 허름한 녹음실에서 만삭의 몸으로 얼음물에 발을 담궈가며 녹음한 가수 이미자씨는 동백아가씨가 대히트를 치며 트로트의 여왕으로 발돋움하였고, 요즘의 K-pop 가수들처럼 일본으로의 해외투어를 진행할 정도의 인기를 거두었고, 여러 훈장상과 함께 2,069곡을 발표한 최초의 가수로 기네스북에 등재되는 쾌거도 이루셨다고 합니다.

또한, 1980년 후반까지 대중가요 공연은 고급스럽지 않다는 인식때문에 세종 문화회관에서는 공연을 열 수가 없었는데요, 대중가수 최초로 공연을 진행하고, 베트남 위문공연, 북한의 초청으로 평양 동평양 대극장에서 공연 등 다양한 무대에까지 오르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2부에서는 동백아가씨가 금지곡이 되어 故백영호님의 호소문부터 가수 이미자씨의 생애,

지난 한국 역사 안에서 변화해 온 대중가요사에 대해 모두 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3부에서는 1950년대부터 유행한 미 8군 쇼와 캠프 하야리아 부대의 밴드음악과 부산을 대표하는 마도로스 음악 등을 통해 당시 대중가요에서 나타난 부산의 지역성을 살펴볼 수 있었는데요.

한국전쟁 휴전 이후 범전동과 연지동에 위치했던 미군기지인 하야리아 캠프에서는 부대내 클럽과 무대에서 스탠다드 팝송, 재즈,댄스, 록, 컨트리 등 다양한 장르의 서구음악 밴드공연이 개최되고 있었는데요, 그 영향으로 부산에서 전통 트로트와는 다른 양식의 노래들이 불리기 시작했는데요, 미국 스탠다드 팝의 영향을 받은 대중가요들이 늘어나며 노래를 부르기 위해 빅밴드 스타일로 많은악기가 연주되고 중창단이 유행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부산의 지역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음악은 항구의 부산에서 시작된 마도로스 음악인데요,

마도로스(matroos)는 선원을 뜻하는 네덜란드어로, 대한민국 최대 항구도시였던 부산은 선원들의 삶과 애환을 담은 '잘있거라 부산항에'와 같은 마도로스 음악이 유행했다고합니다.

이에 더해 6.25 전쟁으로 인해 부산으로 피난민들이 몰려들면서 조선 사람들의 이별과 슬픔을 이야기하는 '울며 헤진 부산항', 고국에 귀한하는 동포들의 심정을 노래한 '돌아와요 부산항에'까지 부산의 풍경을 담아낸 마도로스 곡들이 만들어지면서 대중적인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동백아가씨 특별기획전 팸투어 마지막으로는 故백영호님의 음악을 친친탱고가 공연하는 무대를 감상해 볼 수 있었는데요,

노랫말 없이 연주만으로도 구슬프고 애잔한 마음이 전해져 故백영호 작곡가님이 왜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부산의 대표작곡가인지 단번에 와닿았습니다. 전통 트로트에 탱고의 선율이 더해져 색다른 재미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는 10월 26일과 11월 23일에는 전시기획자와 직접 만나서 이야기해볼 수 있는 <큐레이터와의 대화>, 11월 1일에는 <대중가요로 만나는 부산 지역사> 학술발표회 그리고 11월 8~9일에는 <함께 듣고 즐겨요, 부산의 대중가요사> 시민강좌까지 다양한 연계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으니 관심이 있으신분들은 역사관 누리집을 통해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이번 동백아가씨 특별기획전은 10월 15일부터 12월 8일까지 진행되며 부산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동백아가씨와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는 좋은 기회가 될 것 이라 생각합니다. 깊어가는 가을, 반세기 동안 사랑받은 동백아가씨의 이야기를 가까이서 확인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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