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몽운동의 현장, 둔대교회 탐방기

둔대교회입구

군포시에는 특별한 교회 건물이 하나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반월호수에서 가까운 둔대교회인데 경기 서남권에 세워진 최초의 근대식 교육기관입니다.

박씨고택

반월호수 주변에 자리 잡은 수많은 식당과 카페를 지나 좁은 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교회로 가는 길목을 지키고 있는 거대한 고택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이 고택은 1930년대 농촌 지역 계몽운동을 이끌던 박용덕 선생의 집입니다. 2년 전 방문했을 때에는 다 쓰러져가는 안쓰러운 모습이었는데 그동안 정비하여 예쁘게 단장했더군요.

개화사상에 관심을 가지다

과천 남태령 출신의 박영식 씨는 개화사상과 개신교에도 지대한 관심을 가진 반월지역의 최대 지주였습니다. 정동 감리교회와 밀접한 관련을 가졌던 그는 후손인 박용덕을 가르치고 학교를 세우기 위해 전통학문과 서양학문을 동시에 갖춘 배재학당 출신의 최고의 지성인 황삼봉선생을 초빙하였습니다. 박영식 씨의 집에서 학교를 시작하자 인근 마을에서 공부를 하기 위해 몰려왔고, 1903년 이른 봄 뜻을 함께하는 동네 주민 10여 명과 함께 교회당 건물을 지었습니다.

1930년대 둔대교회의 모습

1936년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둔대교회는 서양 건축문화의 영향을 받아 출입문이 정면이 아니라 우측에 있으며 샌드위치 패널, 기와지붕 등 외양은 바뀌었을지라도 골조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건물입니다. 1937년에 촬영한 사진도 있어 원형복원도 가능해 보였습니다.

계몽운동을 시작하다

주일학교 단체사진과 호수마을 창간호

둔대교회는 1902년 주민들과 아동들에 대한 계몽운동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만세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일본 경찰에 의해 교회가 폐쇄되거나 일부 소각되기도 했으며, 6.25 당시 반월초등학교가 폭격을 당했을 때는 임시교사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1960년대 초까지 야학을 실시하여 둔대리(둔대동)는 물론 인근 지역의 주민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했는데요. 1961년 1월 15일에는 첫 문집 ‘호수마을’을 창간하여 시, 편지, 일기, 주장하는 글, 4컷 만화 등 다양한 내용을 담아 발행했습니다.

포상장

우리나라 농촌 계몽운동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심훈의 소설 '상록수'의 배경이 된 샘골감리교회는 당시 군포에서 농촌 계몽운동을 이끌던 박용덕 선생이 제공한 땅 위에 세워졌습니다. 이 때문에 포상장을 수여했으며 둔대교회에도 소설 속 채영신의 모델이 되었던 최용신 선생이 학생들을 가르쳤을 것이라는 소문이 떠돌기도 했습니다.

만세운동에 참여하다

3.31 만세운동 재연 (출처 : 군포시)

한국의 초기 선교는 단순히 신학을 전파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글을 보급해 문맹퇴치에 공헌하고, 민족정신을 일깨워 외세에 굴하지 않고 저항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해주었습니다. 1919년 3월 31일 군포장터에서 1천~1천300명이 만세운동을 벌일 수 있었던 것도 둔대교회가 있어 가능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계몽정신은 구한말 나라가 어려울 때 국민에게 애국심을 북돋아 주고 일제에 저항하게 했으며, 해방 후에는 대한민국을 세운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역사에 대한 무관심과 개발에 밀려 계몽운동을 했던 역사의 현장이 거의 다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둔대교회는 박 씨 고택과 더불어 계몽운동의 현장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으며 체험학습센터를 운영하며 학생들과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때

박 씨 고택은 2019년 11월 27일 군포시의 향토유적 제1호로, 둔대교회는 2022년 4월 12일 경기도 제12호 등록문화재가 되었습니다. 현재도 박씨고택과 둔대교회는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어린아이들과 청소년들이 가장 암울한 시기를 견뎌냈던 그 현장을 직접 방문하며 피부로 느낀다면 살아있는 역사교육이 이루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