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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중 빈

‘대화와 추억의 담소거리’, 정확히는 ‘석정로 162번길 23~56’일대를 뜻하는데요. 지금도 ‘담배거리’라는 지명을 쓰면 인천 토박이들은 단번에 어딘지 아실 듯합니다. 줄여서 ‘담소거리’로 말씀드려볼게요.

담소거리는 사실 잊을만하면 생각나는 그런 곳입니다. 가을을 타서도 아니고, 추억에 젖어서도 아닙니다. 우리가 잠시 잊어버리면 때로는 매스컴에 기사로, 때로는 수필의 주제로, 혹은 담배연기 자욱했던 그 시절에 학창 시절을 겪지 않았던 사람들도 종종 담소거리를 언급하곤 하니까요.

저는 담배연기 자욱했던 그 시절에 학창 시절을 경험했던 세대입니다. 비록 담소거리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그 오래된 학군 출신은 아니지만, 친구들 따라 혹은 건너 건너 아는 사람들 따라 이곳을 종종 다니던 시절이 있었는데요. 담소거리는 1980년대 후반부터 인근 청소년들이 이 골목에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던 것이 계기가 되어, 청소년 흡연의 대표적인 장소로 유명했던 곳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그런 옛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주변 학교 관계자를 비롯하여 미추홀구와 경찰서가 힘을 합쳐 ‘담배연기 없는 깨끗한 거리, 걷고 싶은 거리’로 정비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골목과 골목이 많이 정비되어 담배연기는 이제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벽화 골목 조성과 환경개선을 통해 지금은 미추홀구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거리로 재탄생하였죠.

오랜만에 들린 담소거리는 사실 ‘뭐 별거 있겠어?’하는 생각이었는데요. 도착해 보니 그것이 ‘기우’였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20~30년 전의 추억에 빠져들 법한 옛날 그 골목 그대로의 구조와 흔적이 남아 있거든요. 또, 왠지 모르게 따뜻해 보이는 골목 풍경과 마침 해가 져 물기 시작하는 매직아워 시간에 방문하여 마치 아지랑이처럼 옛 골목 풍경과 학생들이 금방이라도 나타날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석정로 162번길 담소거리가 당시에는 골목을 걸어가는 시간이 담배 한 대를 다 피우는 시간과 꼭 맞아떨어진다고 하여, ‘담배골목’이라는 명칭으로 불렸다고 하죠? 아마 사진을 보고 주변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신 분들이 계신다면 정말로 잊을만하면 생각나던 추억의 ‘그 골목’이 떠오르실 것 같습니다.

담소거리도 약간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다시 조금씩 생기가 도는 것 같더라고요. 제물포역 주변이 상권이 점점 안 좋아졌고 유동인구도 줄어드는 것 같았는데, 최근 재건축과 재개발을 비롯하여 관공서와 학교기관이 조금씩 자리를 잡으며 다시금 옛 명성을 찾고 있는 듯합니다. 나만 알고 싶은 조용한 동네 카페도 곳곳에 생기고 있고요.

대화와 추억의 담소거리는 아마도 잊히지 않을 정도로 세상에 계속 그 존재를 알릴 것 같습니다. 당시 삼삼오오 모여서 담배를 태우던 학생들은 지금은 한 가정의 가장들이 되어 열심히 살고 있겠죠? 90년대와 2000년대는 지금과는 또 색다른 풍경의 학창 시절과 골목 풍경이 있었습니다. 보수적이고 억압받던 세대에 청소년들의 흡연은 하나의 반항이자 일탈과도 같았죠. 오래전 추억 때문에 또 오늘을 살아가는 힘을 얻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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