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 가득한 정암루와 주변 소경

배롱나무꽃 가득한 정암루에 8월이 한가득입니다.

​

의령군블로그기자 조윤희

​

의령에 사시는 분들이라고 하면 누구나 다 아는 정암루를 저는 올해 들어 세 번째 방문을 하게 되었는데 주차를 하고 누각으로 오르려는데 정암철교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벼랑 족에 미국능소화가 아직 꽃으로 점령을 하고 있더라고요.

​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미국능소화(라디칸스능소화)는 우리가 아는 모양과는 조금 차이가 있지요. 꽃들이 모여서 피며 꽃의 지름이 작고 통부가 기다란 모양을 가지고 있는 미국능소화의 꽃말은 능소화와 같이 '기다림, 명예, 영광'이랍니다.

​

유유히 흐르는 남강을 바라보며 핀 능소화를 바라보다가 햇빛이 강해 정암루의 그늘 아래로 얼른 들어갔지요.

제가 살고 있는 김해에서 이곳 의령으로 오려면 남해 고속도로 군북 IC에서 내려 10분가량 달리면 의령의 관문에 이르고 거기서 오른쪽으로 진행하면 언덕 위에 멋진 모습으로 남강을 내려다보고 있는 정암루를 만나게 된답니다.

​

정암루에 처음 발이 닿았을 때는 소나무, 사철나무 외에는 눈에 닿는 것마다 앙상하고 메마른 모습이었었는데 여름의 정암루는 생명력 넘치는 모습으로 저를 반겨주더군요.

​

자연 암반 위에 잔대석 기단을 놓아 지은 누각으로서 기둥은 모두 원기둥으로 누하주는 화강석을, 누상주는 목재를 사용했으며, 마루는 우물마루이며, 계자난간을 둘러 멋을 더한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인 정암루는 1592년 5월 24일 곽재우 장군이 이곳 정암전투에서 승리한 기념으로 세웠다고 하지요.

​

의령 9경(충익사, 자굴산, 봉황대, 벽계관광지, 정암루, 탑바위, 수도사, 백산 안희재 선생 생가, 호암 이병철 선생 생가) 중 제5경인 정암루는 조선 중기 대제학을 지낸 용재 이행이 귀양살이를 하며 지은 취원루가 있었던 자리라고 전해지고 있으며 취원루가 소실되자 1935년 지역의 유림과 유지들이 임진왜란 승첩지인 이곳에 누각을 지어 의로운 싸움을 기리자는 군민의 뜻에 따라 정암루가 지어졌대요.

​

오전인데도 35도가 넘는 기온인지라 상당히 뜨거웠었는데 누각에 앉으니 열기에 노출된 몸과 마음도 어느 정도 진정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겨울에 눈여겨봤던 배롱나무들이 꽃을 피우고 있는 모습에 더워도 이곳에 잘 왔다 싶어지더라고요.

​

경남 의령군과 함안군 사이 남강을 가로질러 설치한 정암철교는 1935년 일제강점기 때 준공되었으나 6.25전쟁으로 교각 일부가 파괴되어, 1958년 남아있던 2개의 경간을 살려 복원했다고 해요.

길이 259.6m, 폭 6.0m이며 근현대기에 경남 서부지역 교통 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교량으로 보전가치가 매우 높은 정암철교도 함께 둘러보면 참 좋지요.

​

정암루에서 보이는 것들은 모두 시선이 아래로 둘 만큼 위에서 바라보이는 철교나 배롱나무 모두 그림으로 그려도 좋을 만큼 아름다운 가지에 꽃이 매달린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도 잠시, 구경을 온듯하지요.

​

예로부터 교통의 요충지이자 빼어난 경치로 인해 많은 선비와 가객들이 찾아 학문을 논하고 자연을 노래하던 이곳은 임진왜란 당시 곽재우 장군과 의병들이 전라도 진출을 노리던 안국사혜경(安國寺惠瓊)의 부대를 맞아 전쟁을 승리로 이끈 역사의 현장에 배롱나무가 누각을 지키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답니다.

​

우리나라 여름을 대표하는 꽃나무인 배롱나무 사이로 보이는 정암루 현판도 꽃과 함께 어우러지니 그림이 되고 사진이 되는 것 같습니다.

​

수많은 꽃들이 가지에서 끊임없이 피고 지기를 오랫동안 유지하면서 여름의 시간과 공간을 지켰던 배롱나무가 멋진 정암루가 더 아름다운 것은 아마도 정암루 아래 흐르는 남강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

수려한 자연 경관을 혼자 보려니 너무 아까워서 정암루 아래 솥바위도 담아봅니다.

여름이 춤추는 8월의 의령 정암루는 꽃을 보아도 아름답고 정암루에 앉아도 정감에 취할 수 있고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에서도 여름을 즐길 수 있으니 배롱꽃 가득할 때 한 번 들러서 인증 샷을 찍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