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적이면서 예술성이 뛰어난

계룡산 분청

충남 공주시 반포면 상신리 572


나지막한 돌담으로 둘러싸인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옛 정취가 남아 있는 상신마을...

잘 보존되어 있는 동네의 공동 우물과 고려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당간지주를 눈에 담고 살인적인 더위도 비켜갈 정도로 시원한 물이 흐르는 상신계곡에 발을 담갔다면, 돌담마을 근처에 있는 계룡산 도예촌으로 발길을 돌려보길 추천한다.

계룡산 도예촌은 상신마을과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는데, 폐교를 이용한 '계룡산 상신 체험마을' 바로 뒤쪽의 삼거리에서 우회전을 하면 철화분청사기의 재현을 위해 1990년대 중반 10여 명의 도예가가 모여 일군 마을인 도예촌이 나온다.

도예촌 입구는 생각보다 넓은데, 황토 흙을 실은 덩치 큰 덤프트럭들이 곳곳에 주차되어 있다.

도로는 넓어도 공방들이 밀집해 있는 골목골목은 좁은 길이라 운전에 자신이 없다면 이곳에 주차하는 게 편하다. (삼거리에 도자문화관이 있는데 그곳에도 주차가능 함)

계룡산철화분청사기는 전남 강진의 상감청자, 경기 광주의 청화백자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도자기 중 하나로 형태와 문양이 자유분방하고 물고기나 식물의 잎, 덩굴 등을 간단하게 그려 넣어 서민적이면서 예술성이 뛰어나 ‘계룡산 분청’이라는 별칭이 붙은 공주지역 고유 유산이다.

도예촌 입구에 도자기 조형물이 인상적인 '계룡산도자문화관'은 작가들의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점심 시간도 아니고, 평일도 아닌데 문이 굳게 닫혀 있어 내부 관람은 하지 못하였다.

(냉방비 충당이 어려워서 휴관중이라고 들음)

도예촌 입구(도자문화관 바로 옆)의 커다란 옹벽에는 '계룡산 도자 예술촌'이름을 내걸고 각 공방의 작품들을 모아 도자기 벽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작은 타일로 모자이크한 커다란 도자기와, 큰 타일을 이용해 퍼즐조각을 완성한 듯 만든 마을 안내도가 도예촌에 왔음을 상기시켜준다.

옹벽 위쪽으로 올라가니 풀이 무성하고 한동안 사용한 흔적이 보이진 않지만, 나무를 때 도자기를 굽는 전통 가마터가 있다.

'계룡산 도자문화관' 을 관람하지 못한 아쉬움에 작가들의 개인 작업장과 전시실을 발품 팔며 구경해 보기로 했다.

너무 더운 시간이라 그런지 작가님들 대신 고양이 한 마리가 작업장을 지키고 있는 '웅진요'...

도예촌에서는 겔러리나 공방문을 굳이 열고 들어가지 않아도 그릇 구경이 가능하지만, 가까이서 작가들의 솜씨를 엿보고 싶어 살포시 문이 열려 있는 겔러리 앞에서 잠지 주춤거리다 주인이 없는 곳에 선뜻 들어갈 용기가 없어 입구에서 눈 호강을 누리고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보니...

너른 공터에 언뜻 보기엔 버스 정류장처럼 보이는 '계룡산철화분청사기 이동전시관'이 조그맣게 조성되어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더위도 잊은 채 한참이나 작품 감상에 빠져보았다.

이동전시관과 길 하나를 둔 공방들이 자리한 곳은, 도예촌이라기 보다는 설치예술가들이 모여 있는 마을처럼 공방 앞에 젊은 여성을 그대로 앉혀 놓은 듯한 도자기 인형과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공간으로 지나가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

그 중 힘찬 날개짓으로 비상을 꿈꾸는 듯한 새들이 벽면을 가득 메운 '고토도예' 공방이 눈에 들어온다.

외관이 예뻐 유리 벽 너머로 작품을 구경하다 나도 모르는 사이 전시실 안까지 들어가 보았다.

철화분청사기는 고도의 기교와 완성미를 가진 청자나 백자에 비해 틀이 없고 자유로우면서 소박한 아름다움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그릇이라고 하는데, 그 맥을 이어가고 있어서인지 공방안의 그릇들은 아기자기한 소품들부터 커다란 항아리까지 실생활에 필요한 것들로 전시가 되어 익숙한 새로움에 눈이 호사를 누리는 곳이다.

외부인의 인기척에 공방 주인이 (김용운 도예가) 나와 감사하게도 작품에 대해 설명을 해주신다.

도예촌은 계룡산 국립공원에 속해 대규모로 흙을 파낼 수는 없어 ,작품에 사용하는 대부분의 흙들은 밖에서 가져다 사용 한단다.

(들어올 때 입구에서 보았던 덩치 큰 덤프트럭들이 도자기 만드는 흙을 나르는 것이 아니었나 추측해 본다.)

올라오면서 보았던 사용한 흔적이 없어 보이는 가마터에 대해 물어보니

요즘은 개인 공방에 가스나 전기를 이용한 가마가 있어 불을 때는 가마는 잘 사용하지 않지만

같은 가마에서 나왔지만 하나의 도자기에 여러 색깔이 나타나는 요변* 현상을 좋아하는 작가들은 장작을 때는 전통 불가마만이 그 현상을 만들어낼 수 있기에 장작 불을 때는 가마를 선호하고 색의 변화 없이 생산량을 많이 요구하는 그릇들은 전기나 가스 가마를 사용한다며 요변 현상이 발생한 도자기를 보여주신다.

*요변 현상: 도자기를 구울 때에, 불꽃의 성질이나 잿물의 상태 따위로 가마 속에서 변화가 생겨 구워 낸 도자기가 예기치 아니한 색깔과 상태를 나타내거나 모양이 변형되는 일. 또는 그런 도자기<출처: 네이버 어학사전>

공주시 주민들을 대상으로 도자기 만들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하시는데 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퇴직후 서예쓰고, 도자기 만들며 살고 싶다는 짝꿍의 바람이 통했는지 작가님께서 작업실을 구경시켜주신다.

지금은 성인이 된 우리집 아들 유치원때 학부모 수업과, 직장에서 역량강화 연수로 계룡산 도예촌에 와서 초벌한 도자기에 그림을 그려 자기만의 도자기를 꾸며볼 수 있는 체험을 두 번 했었는데 그런 체험을 할 수 있는 여러 종류의 그릇들과...

▲ 아들이 유치원때 만든 국그릇, 밥그릇

흙을 쌓거나 주물러 만드는 핸드빌딩도 있다지만 영화 '사랑과 영혼' 이 떠오르는 정형적인 도자기 형태를 만드는, 직접 발을 굴러 돌려야 하는 수동 물레와 전기물레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주신다.

'고토도예' 수강생들이 만든 작품을 보여주신다.

완성된 작품은 아니지만 손재주 없는 내 눈엔 프로가 만든 작품처럼 보여, 부러움을 감추지 못하니 몇 달 정도만 배우면 이정도의 작품 나온다고 말씀하신다.

계룡산 도예촌에서는 2004년 부터 매년 '계룡산 철화분청사기 축제'가 열렸으나 코로나 이후 멈췄다고 한다. '2008년 제5회 계룡산 분청사기 축제' 를 알리는 포스터가 시간이 멈춘 듯 '고토도예' 공방 출입문에 걸려있는데...

도자기 빚기 체험을 할 수 있고, 철화분청사기의 우수성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하루 빨리 축제가 부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음식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 그릇에 욕심이 전혀 없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릇 보는 일이 이런게 즐거운지 몰랐다.~^^

남이 만든 그릇도 명품처럼 보이는데 본인이 정성들여 만든 그릇을 집에 소장하고 있다면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만족감이 높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죽기 전 꼭 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에 그릇 만들기를 추가해본다.

계룡산도자문화관 (휴관중)

충남 공주시 반포면 상신리 572

○ 취재일: 2024년 8월3일

※ 이 글은 충청남도 도민리포터 팅커벨님의 글입니다. 충청남도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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