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시민기자단│진재필 기자

‘진달래 숲길’, ‘왕의숲길’, 세종대왕릉 ‘두름길’… 조선왕릉의 친절한 개방을 즐기자

세종대왕릉 진달래 숲길 ⓒ 진재필 여주시민기자

봄을 알리는 꽃들이 있다. 매화, 산수유, 목련에 이어 벚꽃이 필 무렵이면 본격적으로 봄이 시작되었음을 알게 된다. 이즈음 우리의 산하는 수줍은 진달래꽃의 연분홍 미소로 물든다. 어느 산천, 자리를 가리지 않고 피어나는 진달래꽃은 긴 겨울을 이기고 봄의 희망을 불러오는 전령과도 같다.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에서 확인할 수 있듯 진달래꽃은 단순한 봄꽃의 의미를 넘어 한국인의 한과 민족적 정서를 담아내는 주요 소재로 우리 곁을 지킨다.

세종대왕릉 진달래 숲길 ⓒ 진재필 여주시민기자

지난 4월 13일 세종대왕릉(영릉) 진달래 숲길 탐방을 다녀왔다. 3월 26일부터 개방된 진달래 숲길은 4월 7일까지 개방 예정이었으나 개화 정도에 맞춰 4월 14일까지 연장 개방을 하고 있었다. 진달래 숲길로 들어서자, 무더기 진 진달래꽃들이 연분홍 꽃동산을 펼쳐놓고 있었다. 개화의 끝자락이라 절정기의 화려함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낙화한 꽃자리를 대신한 연둣빛 새순들이 화사함과 생명력으로 빛나고 있었다.

세종대왕릉 진달래 숲길 ⓒ 진재필 여주시민기자

진달래 숲길은 아름드리 노송과 진달래꽃이 봄의 깊이를 더했다. 늦게 피어난 산벚꽃도 우아한 자태로 한 폭 그림의 배경이 되어주었다. 700m를 잇는 진달래 숲길은 세상의 시름을 잊고 삶의 여유를 채울 수 있는 공간이었다. 영릉이 참배 장소로의 위상을 넘어 우리 삶에 위안과 평안을 가져다주는 치유의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진달래 숲길을 돌아 나오는 사람들의 자분자분한 발걸음과 평화를 담은 미소가 이를 확인해 주었다.

세종대왕릉 진달래 숲길 ⓒ 진재필 여주시민기자

조선왕릉은 풍수지리에 입각한 건축과 조경, 유교적 세계관을 인정받아 지난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영릉 역시 조선왕릉이 갖는 본연의 위엄과 자연 친화적 아름다움을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진달래 숲길 탐방을 마치고 세종대왕릉(英陵)과 효종대왕릉(寧陵)을 연결하는 ‘왕의숲길’을 걸었다.

‘왕의숲길’은 세종대왕 영릉(英陵)과 효종대왕 영릉(寧陵)을 연결하는 길로 조선왕조실록에 1688년 숙종, 1730년 영조, 1779년 정조 임금이 직접 행차하여 영릉(寧陵)을 먼저 참배한 후 영릉(英陵)을 참배하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문화재청 세종대왕 유적관리소 안내글 중

세종대왕릉 진달래 숲길 ⓒ 진재필 여주시민기자

두 왕릉을 잇는 왕의숲길은 굴참나무의 연둣빛 새순과 산벚꽃이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더했다. 흙길로 난 숲길을 마주하고 푸르게 올라오는 새순과 산새들의 지저귐이 탐방객의 심신을 맑게 해주었다. 숲길은 약간의 경사가 있었지만, 흙길이라 걷는 데 무리가 없었다. 숲길 중간쯤에 위치한 쉼터에 앉아 청량한 물소리를 들으며 한 호흡 쉬었다. 자연이 주는 여유가 세상의 긴장을 풀어놓게 하였다. 효종대왕릉이 전하는 깊이 있는 정감과 사색을 즐기며 왕의숲길 탐방을 마쳤다.

세종대왕릉 진달래 숲길 ⓒ 진재필 여주시민기자

세종대왕릉을 포함한 조선왕릉도 경건함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참배와 역사 학습장으로서 위상과 함께 시대의 변화를 수용해 탐방객을 위한 친숙한 공간으로 접근을 허락하고 있었다. 사시사철 왕릉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왕의숲길을 개방하고, 봄을 맞이하는 진달래 숲길을 열었다. 또한 봄, 가을로 영릉 외곽 숲길인 ‘두름길’도 열어놓는다. 왕릉을 역사의 장소로 제한하지 않고 삶과 만나는 공간으로 변화해 가고 있는 것이다.

세종대왕릉 진달래 숲길 ⓒ 진재필 여주시민기자

4월 14일을 끝으로 진달래 숲길이 닫혔다. 세종대왕유적관리소에 의하면 산불 예방 기간이 끝나는 시기에 맞춰 세종대왕릉 두름길이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진달래 숲길을 다녀오지 못해 아쉬움이 있다면 유적관리소의 두름길 개방 일정을 꼭 확인하자. 이 기회를 통해 조선왕릉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자연 속에서 치유와 휴식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

세종대왕릉 진달래 숲길 ⓒ 진재필 여주시민기자



{"title":"세종대왕릉 ‘진달래 숲길’에서 진달래꽃에 담긴 한국인의 한과 민족적 정서를 느끼다","source":"https://blog.naver.com/yeojuhangul/223417197453","blogName":"여주시블로..","blogId":"yeojuhangul","domainIdOrBlogId":"yeojuhangul","logNo":223417197453,"smartEditorVersion":4,"meDisplay":true,"lineDisplay":true,"outsideDisplay":true,"cafeDisplay":true,"blogDisplay":tr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