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문화창고 봄나들이,

'신 조선명화' 레플리카전

2월 말에 이르면서 날씨가 풀렸어요.

하늘이 너무나 예쁘고 훈훈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이제 봄이 오려나 봅니다.

날씨가 좋아서 가까운 곳에 나들이나 가려고

연산면으로 향했습니다.

지난달 연산문화창고에서

전시회가 있다는 말을 듣고는

언제 갈까 생각 중이었거든요.


연산문화창고에서 열리고 있는 '신 조선명화전' 은 조선 시대의 대표적인 명화를 현대 기술로 재현하여 감상할 수 있는 전시입니다.

1월 24일부터 3월 9일까지니까 얼마 남지 않았네요.

연산문화창고에 도착해 보니 날씨가 풀린 게 실감이 나네요. 평일 오후인데도 가족 나들이객들이 제법 눈에 띕니다. 불과 열흘 전만 해도 얼음이 꽁꽁 얼었었는데요. 시원한 물에 장난감 오리를 띄워 두고 아이들은 그걸 잡고 있습니다. 천막 아래에 앉아 있으니 마치 캠핑을 온 것처럼 여유가 생겼어요.

지난겨울에 새로운 놀이 기구가 생겼어요. 바퀴 달린 썰매인데요. 아이들 태우고 끌면 제법 잘 굴러가서 재미있네요. 아이들을 줄줄이 태우고 신이 나서 달리는 분들도 있습니다.

4관 다목적홀에서 전시회가 열립니다. 이곳에서는 꾸준히 전시회를 여는데요. 작년에는 이중섭 전, 그리스 로마 신화 전, 고흐 전을 관람했어요.

작은 전시관이지만 명화를 보는 감동은 마음으로 잘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신 조선명화' 전시는 '의경', '해학', '기운생동', '물아일체'의 네 가지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섹션은 조선시대 그림의 분류이기도 하면서 그림을 대하는 화가들의 세계관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첫 번째 섹션은 '의경(意境)'으로 깊은 뜻과 경지를 담은 그림입니다. 흔히 산수화로 알려져 있는데요. 작가가 자연을 대하는 태도로 작가의 사상과 감정이 객관적 대상인 산수에 융화되어 예술적 의미를 드러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정선 '금강전도(金剛全圖)', 고려대학교 박물관 소장.

국내 화가들을 대상으로 한국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화가가 누구인가에 대해 조사를 했다고 하는데요. 단연 1위로 선정된 분이 바로 '겸재 정선'이라고 합니다. 그 이유는 '진경산수'에서 들 수 있는데요.

의경과 관념의 자연이 정선의 '인왕제색도'에 이르러 진경산수의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다른 그림보다 '금강전도'와 '인왕제색도'에 눈길이 가네요. '인왕제색도'는 비가 갠 후의 인왕산의 모습을 대담한 필치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비가 갠 직후의 짙은 운무(雲霧)와 그 사이로 드러나는 바위산의 모습을 수묵만을 사용하여 생동감 있게 묘사한 것이 특징입니다.

정선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 1751)', 국보 제216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두 번째 섹션은 '해학(諧謔)'입니다. 조선시대 그림 중 해학이라면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을 들 수 있겠지요. 전시된 그림은 신윤복의 '그네 타기'인데요.

평범한 수묵담채에 선명한 붉은빛이 인상적입니다. 뒤로 이어진 그림은 유머와 익살로 알려진 김홍도의 풍속화입니다. 김홍도는 조선 시대 서민들의 생활을 생동감 넘치게 담아낸 화가로, 그의 풍속화들은 사실적이면서도 따뜻한 정서를 담고 있습니다.

'타작', '점심' 등의 작품은 서민들의 삶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했습니다. ‘서당' 그림은 사실적이면서도 해학적인 장면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신윤복 '그네 타기', 김홍도 '무동(舞童)' / 김홍도 ‘타작(打作)’, '서당'

세 번째 섹션은 '기운생동(氣韻生動)'으로 생동감 넘치는 필치입니다. 전시된 그림은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입니다. 조선 후기의 문인 화가이자 실학자인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 유배에서 제자 이상적(李尙迪)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그린 작품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세한도’는 겨울철 추위 속에서도 푸르름을 잃지 않는 소나무와 잣나무를 통해 변하지 않는 의리와 절개를 상징하는 그림입니다. 아마도 기운생동이라는 것은 선비들의 고고한 정신세계를 표현한 말로 보이는데요.

이러한 말로 세한삼우(송, 죽, 매), 사군자(매, 난, 국, 죽), 오상고절(국화) 등이 있습니다. 작은 집은 소쇄한 선비의 집을 상징하고, 잣나무 세 그루와 소나무 한 그루는 선비의 정신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집 주변에는 나뭇잎이 모두 떨어진 앙상한 나무들이 겨울의 쓸쓸함을 강조합니다. 배경이 없이 단순한 구성이지만, 여백의 미와 강한 필선을 통해 깊은 철학적 의미를 담았습니다.

김정희 '세한도(歲寒圖, 1844)', 국보 제180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다음은 책거리 그림이 전시관 한 면을 채우고 있습니다. 책거리 그림은 선비들의 벗이라 할 수 있는 문방사우와 서재의 모습을 그린 그림입니다. 민화의 형태와 채색을 보여주며 병풍으로도 발전하여 실용성과 예술성이 결합된 형태라고 할 수 있겠네요.

책거리 그림

네 번째 섹션은 물아일체(物我一體)로 자연과 인간이 하나가 되는 경지를 드러낸 작품입니다. 학창 시절에 고전문학을 배우면서 많이 들어본 말이지요. '호접지몽'을 생각나게 하는 그림 '화접도'의 나비는 크고 활동적입니다.

'화훼도'나 '초충도' 등의 정물화는 그림이 실감 납니다. 작자 미상의 호랑이 그림 '맹호도'는 보는 방향에 따라 털 빛깔이 번쩍거립니다. 손으로 만져 보면 도드라진 그림의 형체가 느껴지는데요.

이번 전시는 단순한 그림 전시가 아니라, 조선 시대 화가들의 작품을 현대 기술을 활용해 입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전시라는 점이 특징입니다. 특히 '포스아트(PosART)'라는 기술을 활용하여 강판 위에 그림을 정교하게 재현해, 관람객들이 작품을 직접 손으로 만져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작자 미상 ' 맹호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 심사정 '장미 호접', '화접도'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그림이 눈앞을 막아섭니다 거대한 그림인데요. 가운데 띠처럼 긴 그림이 '강산무진도'입니다. 8.5m 이상에 이르는 두루마리에 자연의 웅대한 모습을 파노라마식으로 보여주고 있는데요.

자연 사이사이에는 모두 사람들이 집을 짓고, 일을 하고, 노는 모습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이상적인 자연의 모습과 그 사이에서 살고 싶은 이상향을 보여 주었다고 하겠네요.

이인문 '강산무진도', 보물 제2029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이상향을 보고 나니 현실의 어려움도 한결 수월하게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저마다의 마음속에 이런 이상향 하나씩 두고 사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연산문화창고]

찾아가는 길 : 충청남도 논산시 연산면 선비로 231번 길 28

연산문화창고 4동

전시 기간 : 2025. 1. 24(금) - 3. 9(일)

전시 시간 : 오전 10시 - 오후 6시(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료 : 무료

주차장 : 주차장 주말 다소 혼잡, 인근 도로 주차

연산문화창고 홈페이지 : 연산문화창고 (nonsan.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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