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시민기자단|진재필 기자

여주시민들의 친절한 예술 거점, 아트스페이스 ‘다스름’의 멋진 활약을 기대하며

한여름 웃음 가득한 연극, 극단 나무젓가락의 음악극 ‘한여름의 랩소디’ ⓒ 아트스페이스 ‘다스름’

무더운 여름날, 푹푹 쪄대는 날씨에 시장 상인들은 동네 유일한 선풍기를 찾아 우체국으로 들어온다.

선풍기를 사이에 두고 일어나는 우체국지기 영호와 시장 상인들의 팽팽한 긴장감.

선풍기를 지키려는 영호와 조금이라도 시원한 바람을 원하는 시장 상인들의 한판 대결은

한편의 광시곡을 연상케 한다.

이 팽팽한 대결은 삼칠의 등장으로 영호의 애인 순정과 영호의 사랑 이야기로 극이 전개된다.

음악극 한여름의 랩소디 소개 글 중

한여름 웃음 가득한 연극, 극단 나무젓가락의 음악극 ‘한여름의 랩소디’ ⓒ 아트스페이스 ‘다스름’

지난 7월 21일 ‘아침이슬’, ‘상록수’ 등 암울했던 시대의 한가운데서도 희망을 노래했던 김민기 연출가가 세상을 떠났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90년대 중반 ‘학전’ 소극장에서 열렸던 ‘지하철 1호선’ 공연에서였다. 그는 포크와 민중가요로 대표되는 노래뿐 아니라 공연예술사에도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그의 대표작 ‘지하철 1호선’은 8,000여 회의 공연과 70만 명의 관람객을 이끌었다. 설경구, 김윤석, 황정민, 장현성, 조승우를 비롯해 동물원, 들국화, 장필순, 윤도현 등의 음악가도 이 무대를 통해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인으로 성장하였다.

한여름 웃음 가득한 연극, 극단 나무젓가락의 음악극 ‘한여름의 랩소디’ ⓒ 아트스페이스 ‘다스름’

하지만 대중문화의 산실 ‘학전’ 소극장도 33년의 성과를 역사로 남긴 채 올 3월에 폐관하기에 이른다. 이제 그곳을 지키던 김민기마저 역사의 인물로 자리를 옮겼다. ‘학전’ 소극장의 폐관은 한국문화예술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거대 자본시장에 편입된 대형 연극과 뮤지컬은 이미 공연 문화의 포식자로 등장했고, 문화 자생성을 삼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연극공연의 메카였던 대학로까지 자본에 무대를 내주고 설 자리를 잃어가는 상황은 많은 안타까움을 불러오고 있다.

한여름 웃음 가득한 연극, 극단 나무젓가락의 음악극 ‘한여름의 랩소디’ ⓒ 아트스페이스 ‘다스름’

이러한 암울한 연희 판 상황 속에서도 연극을 하겠다며 여주에 내려온 사람들이 있었다. 중앙 극단이 지방에 터전을 잡는 것도 생존의 한 방편으로 구상되고 있는 요즘이지만, 그것도 지역문화와 연결되는 다양한 소재거리가 있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여주의 문화 소재 중에는 공연 무대와 직접 연결할 만한 것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많은 악조건을 이기고 지난 2023년 2월 개관한 아트스페이스 ‘다스름’은 여주를 기반으로 왕성한 연희마당을 펼치고 있다. 이들의 고군분투에 응원을 보낸다. 여주에 지역을 기반으로 한 상설 공연단체가 있고 상설 공연 무대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지역 문화사에 큰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음악극 ‘한여름의 랩소디’의 취재를 넘어 응원의 마음으로 공연장을 찾게 된 이유다.

한여름 웃음 가득한 연극, 극단 나무젓가락의 음악극 ‘한여름의 랩소디’ ⓒ 진재필 여주시민기자

소극장의 장점은 현장성과 직접성에 있다. 배우들의 눈빛, 대사, 동작 하나하나가 관객의 호흡과 맞닿아 있다. K우체국 지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K면 사람들의 이야기 ‘한여름의 랩소디’는 우리의 70~80년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다. 각자의 삶이 마을공동체를 통해서 관여되는 상황이 요즘 세대에게는 오지랖으로 느껴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절을 살아왔던 사람들에게는 가난했지만 사람들의 정을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시간이었다. 하나의 사건에도 마을 사람 모두가 관여해 풀어내는 모습은 옛 시절의 향수를 불러와 극의 몰입감을 더했다.

문화체험공동체 ‘다스름’ 김미진 대표가 극을 소개하고 있다 ⓒ 진재필 여주시민기자

음악극 ‘한여름의 랩소디’는 배우들의 연기가 빛난 공연이었다. 수십 년간 무대를 통해 살아왔던 배우들의 관록은 무대를 넘어와 관객들을 가까이에서 마중하고 있었다. 극에 몰입한 관객들은 무더운 여름을 지나는 배우와 함께 더위를 참아내고, 한 대의 선풍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시원함을 느꼈다. 한 시간 삼십 분 동안 배우와 관객이 함께 호흡하는 무대는 자체로 감동이었다. 80여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과 배우가 함께 풀어내는 무대는 생동감이 넘쳤다.

아트스페이스 ‘다스름’ 정수석 극장장 인터뷰 ⓒ 아트스페이스 ‘다스름’

이날 공연의 배우로도 참여했던 정수석(아트스페이스 다스름 극장장)에게 여주에 상설공연장을 운영하게 된 이유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배우로 살면서 상설 연희 판을 꾸리고 지역을 기반으로 무대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함께 공연했던 사람들과 인연이 되어 여주에 오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연극의 생산과 소비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진다는 것에 기쁨이 컸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예술을 누릴 기회는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지역의 문화 생산공간이 사라지다 보니 중앙예술의 소비 공간으로 지역문화의 위상이 하락했습니다. 더디더라도 지역의 문화를 생산할 수 있는 힘을 키우고 싶습니다. 그 역할을 저희 아트스페이스 ‘다스름’이 해내려고 합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이미 지역 문인들의 낭독극, 청소년들의 문화 창작 공간, 지역 문화예술의 공연 마당으로 공연장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자체적으로 생산한 연희마당을 펼치고 여주시민들의 문화 창작 공간으로 아트스페이스 ‘다스름’이 활용된다면 그것으로 우리의 존재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아트스페이스 ‘다스름’ 극장 입구 ⓒ 진재필 여주시민기자

자그마한 씨앗에도 큰 의미가 담겨있다. 그늘을 선사할 큰 나무, 쉼의 공간을 잉태하고 있기 때문이다. 척박한 예술 환경 속에서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아트스페이스 ‘다스름’이 공연 예술인들의 창작 무대가 되고, 여주시민들의 문화 생산을 지원하는 친절한 예술 거점이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음악극 ‘한여름의 랩소디’의 멋진 공연을 선사한 극단 나무젓가락의 배우들과 이 공간을 지켜내기 위해 애쓰는 예술인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한여름 웃음 가득한 연극, 극단 나무젓가락의 음악극 ‘한여름의 랩소디’ ⓒ 아트스페이스 ‘다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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