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섬마을에는 인구가 많이 줄고

노령화되어 가면서 농사를 지었던 땅들이

휴경지로 방치되어 마을 경관이 훼손된 곳이 많습니다.

한산섬 대고포마을에서는 마을주민들이

모두 힘을 모아 통영시 신활력추진단과

협업하여 놀고 있던 빈 땅들을

예쁜 꽃밭으로 변신을 시켰습니다.

바로 "할매꽃 피는 마을"입니다.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출발하는

한산농협 카페리를 이용해

제승당 선착장에 닿으면 기다리고 있는

버스를 타고 5분 정도 달려가서 가장 먼저

만나지는 마을이 대고포 마을입니다.

한산섬의 모든 마을들은 432년 전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장군을 도와

각각의 역할을 한데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데요.

대고포마을은 임진왜란 당시 군수용 소금을

구워서 공급한 염전이 있던 곳이라 하여

염포(鹽浦-염개)라고 불렀다고 하며,

그 후 자리를 잡고 살아온 선인들이 소금염의

염개보다 염소와 양이란 뜻의 고양(羔羊)에서

고(羔)자를 따서 고포(羔浦)라고 부르다가

1961년에 대고포와 소고포마을로 나누어졌다고 합니다.

마을로 들어가는 길

고양(羔羊)은 어린양을 뜻한다고 하는데요.

대고포마을 앞 바닷가에 걸린 깃발에 양이

그려져 있어서 뜬금없다고 여겼던 마음이

마을 안내판을 자세히 읽어보면서 이해하게 되더라구요.

긴 장마 끝에 모처럼 화창하게 맑은 날 오후

찾아갔던 대고포 마을은 들어가는 입구부터

다양하게 피어있는 꽃들이 반겨주었어요.

대고포마을은 예로부터 논농사를 많이 짓기도

하였다고 하는데요. 휴경지로 있던 논에는

연꽃을 심어서 초록빛 연잎들이

싱그럽게 바람따라 춤을 추고 있었어요.

마을로 접어들어 골목길을 지나면 마을 주민들이

아기자기 예쁘게 꾸며둔 꽃밭이 보이는데요.

마을 꽃밭으로 올라가는 길

마늘 농사를 짓던 밭들이 마을 어르신들의

정성의 손길로 아담한 꽃밭으로 변하였습니다.

꽃밭에서 내려다보는 파란 하늘과 맞닿은

바다와 마을 풍경이 그저 평화롭기만 하네요.

긴 장마 끝이어서 꽃이 많이 피진 않았지만,

비바람 견뎌내고 소담스레 백일홍이

무리를 지어 피어났습니다.

아침 일찍 새벽에 피어 잠깐 얼굴을 보여준다는

금화규꽃 한 송이,

기다리고 있었던 듯 활짝 피어 저를 반겨줍니다.

아기자기 꽃밭들은 이름표를 달고 있는데요.

각각의 화단 앞에 붙여진 이름들이 재미있네요.

한산도의 역사적인 의미를 담아 한산대첩에서

대승을 이끄는데 큰 역할을 했던

거북선이라는 이름도 눈에 띕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붙여진 이름

"영웅시대"도 재미있어요.

백일홍, 금화규, 접시꽃, 해바라기꽃이 오전까지

내린 비를 흠뻑 맞고 활짝 피어났습니다.

꽃마을을 가꾸는 데 그치지 않고

신활력추진단에서 지난 2월 8일부터

4월 21일까지 신활력학교 섬마을주민

가드너 양성과정을 개설하여

주 2회씩 강사가 섬으로 들어와 꽃을 이용한

다양한 교육을 하였다고 해요.

섬에서 농사만 짓고 살던 할머니들께

새로운 공부를 할 기회가 생기고

꽃차 만들기, 압화 만들기, 꽃꽂이 등

꽃을 이용한 다양한 교육을 받으면서

힐링의 시간을 보내며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찐 경험을 하였다고 합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회관에 모여서 꽃차를

만들기도 하고 시음을 하며

자격과정에서 배운 것들을 복습하였다고 해요.

메리골드, 팬지, 목련, 금화규 등

다양한 꽃차들을 만들어서 판매해서

꽃마을 가꾸기 기금으로 사용한다고 하는데요.

"할매꽃 피는 마을"이라는 예쁜 그림들은

한산초등학교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이라고 합니다.

지난 4월에 있었던 수료식에

저도 함께 참석해서 축하해 주었는데요.

교육기간 만들었던 다양한 작품 전시회도 함께했어요.

한번도 빠짐없이 자격증 과정을 마친 네 분 할머니들은

한국티마스터협회(KTMA)에서 발급하는

"꽃차소믈리에(Flower Tea Sommelier)

2급 자격증"과 신활력학교에서 발급하는 "섬마을

주민가드너 양성과정" 수료증을 취득하였어요.

자격증과 수료증을 받으면서 섬에 사는 할머니도

영어로 쓰여진 자격증도 받는 좋은 세상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하셔서 한바탕 웃기도 하였어요.

두 달 동안 열심히 교육을 이수하고 자랑스럽게

수료증과 자격증을 받고 기뻐하는 모습들입니다.

대고포마을 미녀 4총사라고 하는데요.

꽃밭을 가꾸고 꽃차를 만들며 생활을 해서일까요?

네 분 모두 표정도 밝고 꽃보다 더 아름다웠어요.

신활력추진사업은 2024년 12월로

마무리가 되지만 대고포 마을주민들,

특히 미녀 4총사들은 "할매꽃 피는 마을"

가꾸기를 계속 이어간다고 합니다.

일년 내내 꽃을 심어 잡초를 뽑고 가꾸는 일들이

비록 힘들긴 하지만 수익을 낸다는 생각보다는

일년내내 꽃이 피는 마을로 가꾸어 많은 이들이

함께 보며 힐링이 된다면 만족이라고 합니다.

내년에는 휴경지에 유채꽃밭 만들기를

계획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할매꽃 피는

대고포 마을"이 사계절 모두 꽃이 피고 많은 분이

꽃구경 오는 그날을 기대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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