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한 손길이 따스한 위로로

탕탕탕! 뜨겁게 달아올랐다가 차갑게 식기를 반복하며 아우성을 내지르는 쇳덩이. 장인의 정교하고도 세심한 손길에 별수 없이 당한 것이다. 그것도 잠시. 이전 모습을 가늠할 수 없이 특별한 존재가 된 쇳덩이는 마침내 제 안에 부처의 음성까지 담았다. 그렇게 긴 세월 하루도 마다치 않고 업을 수행한 동종은 공을 인정받아 나라의 국보가 되었다.


특별한 가치

부안 내소사 동종은 지난해 12월 동종으로서 우리나라 다섯 번째 국보로 승격됐다. 정확한 제작 시기와 조성 세력, 장인을 알 수 있는 데다 조형미와 장식성이 뛰어나다는 게 학계 의견이다.

높이 104.8㎝ 입지름 67㎝의 동종은 고려 후기 종의 탁월한 조형감을 비롯해 예술적 감성과 신앙적 완성도를 보여준다. 아랫부분과 윗부분에는 모란덩굴무늬, 어깨 부분에는 입상연판문대(입체적으로 세운 꽃잎무늬)를 둘렀다. 몸통 부분에는 연꽃을 타고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려오는 삼존불(중앙 본존불과 좌우 협시불로 구성된 불상 형식)이 새겨졌다.

당좌(종을 치는 나무 막대가 닿는 자리)에는 중앙에 다섯 개의 자방공이 있는 12엽의 연꽃무늬가 동종의 사방에 균형 있게 배치되었다. 당좌를 치면 ‘당’ 소리와 함께 ‘가아아앙’하며 물결 퍼지듯 부처의 말씀이 연꽃 향기처럼 퍼져나가 시름 가득한 중생의 삶을 가만히 어루만져 줄 것만 같다.

가장 눈여겨봐야 할 것이 있다면 음통과 용뉴가 아닐까. 음통은 소리가 빠져나가는 곳으로 종의 존재를 증명한다. 음통을 빠져나온 소리는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기원하는 모든 이의 마음처럼 절절하다. 음통이 소리로 부처의 말을 전한다면 용뉴는 살아 움직이는 듯한 몸짓으로 기백을 드러낸다. 청룡이 입에 물고 발톱으로 거머쥔 여의주 또한 중생을 향한 부처의 자혜로움을 뛰어난 예술혼으로 담아낸다.

이런 사실적인 묘사와 뛰어난 조형미를 선물한 이는 고려 시대 공예 장인 한중서다. 13세기 전반에서 중반까지 활동한 그의 정교하고 세심한 손길은 천 년이 흐른 지금도 보편적인 삶의 가치를 깨닫게 한다.


희망을 건네는 소리

내소사에 있는 동종은 원래 본가가 따로 있다. 고려 고종 9년(1222)에 만들어 청림사에 걸렸고 청림사가 사라진 뒤 자취를 감추었다가 농부의 곡괭이 끝에 걸려 조선 헌종 15년(1849)에 세상 밖으로 나온다.

발견 당시에는 아무리 쳐도 소리가 나지 않았단다. 기이하게 여긴 농부가 종을 울린 사람에게 종을 주겠다고 제안하자 수많은 절에서 종을 치러 왔다. 번번이 실패하는 스님들 사이에서 내소사 스님이 종을 울린다. 그리하여 동종은 새로운 안식처인 내소사 보종각에 걸렸다.

오백 년 넘게 캄캄한 땅속에서 숨죽인 채 살아온 종 입장에서 본다면 자신의 가치를 볼 줄 아는 이에게 몸을 맡기고 싶었을 것이다. 뼈를 깎는 고통을 참아 온 동종의 아름다운 고행은 국보로 지정되며 그 가치가 더 높아졌다.

수리와 보존을 위해 수장고에 있는 동종은 이제 곧 세상으로 나와 어지러운 세상을 힘겹게 사는 중생에게 다정한 음성으로 다가갈 것이다.



글, 사진 = 전북특별자치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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